(내가 속해있는 세계에서, 내가 느끼기에) 레즈비언은 권력이다. 나도 사실은 레즈비언이고 싶을 때도 있고, 온전히 레즈비언의 세계에 속하고 싶기도 한거다.
그 생각이 유난히 더 많이 들어버린건, 오늘 남는 시간에 아트레온에서 하는 공연을 보면서 모 그룹의 기타치는 사람이(남성으로 보였다) 멋있다고 생각하면서였다. 그동안 언젠가를 기점으로 그다지 불특정 남자들에게 관심이 가지 않았던게 사실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남자 이야기는 잘 안하려고 했었는데.. 여튼. 오늘 본 기타놈은 수염이 부시시하게 길러서 나름 섹시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스스로 '어이! 정신차렷!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어버린거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저 사람이 섹시하다면서 킬킬댈 수 없어! (레즈비언)친구들은 털많은 남자가 좋아요~ 라고 한다면 이해하지 못한다구!!' 라는 내 멋대로의 결론을 내려버린거다.
나는 바이섹슈얼이라고 늘 떠들고 다니고, 나름 당당하게 말하려고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공유할 수 없고, 공감받을 수 없으면 대화를 할 수 없음을 두려워해서 어쩌면 난 레즈비언들보다 더 남성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스스로는 편협하지 않게 모든 성을 사랑해야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레즈비언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