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지의 인권이야기] 트랜스젠더에게 '1'과 '2'의 차이

                                                                                                                  한무지
사진설명<출처; berlin.cls.yale.edu>
한 트랜스젠더(성전환자)가 입사를 위해 면접을 보러 갑니다. 물론 1차 서류심사에 낼 이력서에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x’로 적어 넣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정장을 멋지게 빼입고 늦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면접 실에 도착한 후 여느 취업준비생과 마찬가지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면접관과 마주합니다. 어렵게 찾은 면접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기위해 열심히 이야기합니다. 어느새 그/녀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합니다. 면접관의 표정을 보니 다행히도 그/녀가 만족스러운 모양입니다. 면접이 끝난 후 가슴 졸이는 시간을 보내던 중, 회사에서 전화가 옵니다. “OOO씨, 합격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이 벌어지는 입을 손바닥으로 애써 막으며 전화기를 붙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화기 속의 안내원은 몇 마디를 더 전달합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시고요. 오실 때 주민등록등본 한 통하고, 통장 사본, 신분증 복사본 준비해오세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입니다. 그/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른 채 힘없이 의자에 걸터앉습니다. 수만 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어지러운 머리를 몇 번 도리질 치다가, 한번 부딪쳐 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여지없이 다가온 월요일, 그/녀는 준비된 서류를 들고 당당히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서류를 제출하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바삐 검토하는 회사 관계자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러나 결국 올 것이 오고 맙니다.
“엇? OOO씨, 남자/여자였어요?”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물어보면 뭐라뭐라 대답해야지 하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왔지만, 과부화 걸린 컴퓨터처럼 ‘버벅’거리기만 하고 쉽사리 입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으며 대답했습니다.
“사실 저는 트랜스젠더입니다. 트랜스젠더는 정신적 성과 육체적 성이 일치하지 않…….”
회사 관계자는 어느새 그/녀의 말을 가로채며 잔뜩 굳은 표정으로 말합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 계세요. 추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별 수 없습니다. 돌아가야죠. 별다른 말 한번 해보지 못하고 ‘알겠다’는 말만 남기고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래도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적어도 그 사람은 그/녀에게 정신병원에 가라느니, 더럽다느니 하는 소리는 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그 회사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호적의 힘?

사진설명대한민국 '국민'으로 등록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주민등록번호와 호적을 갖게 된다.<출처; www.eastern.or.kr>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출생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라는 것을 가지게 됩니다. 만 17살이 되면 ‘주민등록증’이란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정 기간 내에 발급신청서를 작성하여 주민등록증을 교부받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되기도 합니다. 국가는 이렇듯 모든 사람들에게 일련의 관리번호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이 번호의 힘은 실로 막강합니다. 사회 속속들이 침투해 생활의 아주 밀접한 부분까지 관여하고 있습니다. 아주 가깝게는 친구들끼리 나이를 운운하며, 내가 더 많네 네가 더 많네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민증 까봐”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술집에서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나이를 확인받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주민등록증을 제시합니다. 그 외에도 핸드폰을 개통할 때에나, 은행 통장을 만들 때, 수표를 제시할 때, 집을 계약할 때, 병원에 갈 때, 법률행위를 할 때, 불심검문을 받을 때 등등 수많은 공간과 상황에서 신분증을 통해 신분 확인을 ‘당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취직을 하기 위해선 신분증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등·초본에 통장사본, 심지어 호적등본까지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확인하는 문화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확연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호적 문제

애꿎게도 주민등록번호는 생각보다 많은 개인정보를 제공합니다.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기본적인 생년월일과 이분법적인 성별, 심지어는 태어난 지역까지 알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들은 이 중에서도 특히 성별을 ‘2’와 ‘1’로 가르고 있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째 숫자에서 모순에 빠지고 맙니다. 일정 정도 치료가 진행된 트랜스젠더라면 당연히 호적상의 성별과 드러나 보이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으니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모든 상황에서 배제되기 마련이지요. 그 과정에서 느껴야하는 모멸감과 불편함, 불쾌감, 당혹스러움은 물론 실질적인 차별을 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트랜스젠더들의 ‘취직’ 자체가 워낙 힘들다 보니 생계 문제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지 않는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노동 도중에 사고를 당해도 보상은커녕 치료비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생계는 더욱 어려워지고 피할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멀고도 험난한 호적정정의 길

트랜스젠더들에게 호적이란 그들을 옥죄는 올가미와도 같습니다. 전국민에게 일련번호를 매기는 지금과 같은 주민등록제도가 없어져서 호적이니 뭐니 신경 안 쓰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가도 된다면 그게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또 그렇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 호적정정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은 바꾸어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수술을 진행 중이거나 끝마친 트랜스젠더들은 호적정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섭니다.

사실 알고 보면 호적정정의 법률적인 절차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호적정정신청서를 작성한 후, 주변인의 ‘인우보증서’(보통 그 사람이 남성/여성으로서 성공적으로 살아왔다는 서술이 들어갑니다),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과 정신과진단서, 수술증명서 등을 첨부하여 관할 지방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마땅히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이 없을 뿐더러 법률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과 그 절차상의 어려움 때문에 보통은 변호사를 찾게 됩니다. 그런데 변호사수임료가 정말로 가관입니다. 이게 무슨 소송도 아닌데 수임료로 1천만 원에서 5천만 원까지 요구합니다. 너무 비싼 수임료로 변호사 선임을 포기하고 홀로 준비하여 오래 기다리는 경우는 차라리 다행이지요. ‘없는’ 살림에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려 그 수임료를 충당했다는 경험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땅이 꺼지도록 한숨이 푹푹 새어 나옵니다.

호적정정 신청을 마쳤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땅히 관련법이 없으니, 호적정정 가부에 대한 판단은 오직 담당판사의 재량에 달려있는 것이고 판사의 가치관에 따라 기각과 허가가 판가름나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OO지법에 가면 정정을 잘해준다더라’하는 소문이 나면 그 지역으로 호적지를 이전해 정정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나마 지난 해 5월 대법원에서 FTM(*) 트랜스젠더의 호적정정에 관한 허가 판결이 나면서 희망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법률이 없다’, ‘대법원의 선 판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되었던 사례들의 근거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트랜스젠더의 인권에 손을 들어주었던 기쁜 소식이었지요.

그러나 대법원은 뒤이은 지난 9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 지침’을 발표하면서 트랜스젠더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지침’이 가지고 있는 조항들은 트랜스젠더를 국가의 관리 대상이자 잠재적인 범법자라고 전제하고 있었을 뿐더러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성전환자 성별변경관련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와 함께 준비한 관련 법안 발의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깊은 우려와 좌절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 외에도 호적관련 문제는 끝이 없습니다. 심지어 호적정정 후에도 호적등본과 주민등록초본에는 정정사실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산을 넘었더니 건널 엄두도 나지 않는 넓은 강을 마주한 듯한 상황입니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문제가 아닌 것이 없으니, 가끔은 참으로 막막하기도 합니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과 어떻게 운동을 만들어나가야 할지……. ‘지렁이’ 활동가들은 서로 다독여가며 말하곤 합니다. 조금씩 천천히 오래오래 해나가자고, 그래도 꾸준히 시끄럽게 하다 보면 언젠간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 Female Transfer Male 혹은 Female To Male의 약자.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스스로 남성으로의 성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
덧붙이는글
한무지 님은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0 호 [입력] 2007년 02월 06일 21:15:11
2007/03/12 23:06 2007/03/12 23:06

[한무지의 인권이야기] "당장 죽더라도 수술대 위에서 죽고 싶어!"

                                                                                                                 한무지
지난해 초여름, 활동에 정신이 없을 즈음 경악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평소 친분을 가지고 있던 FTM(*) 트랜스젠더 친구의 의료사고 소식이었습니다. 대전의 한 성형외과에서 싼 가격으로 가슴제거수술을 받기로 했던 그는 수술 후 10분 만에 봉합도 하지 않은 채로 퇴원해야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그는 곧 실신을 했고, 119구조대에 의해 큰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오른쪽 가슴부위의 과다출혈과 출혈된 피의 응고로 여차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도 있는 상황이었고 결국 그는 600cc의 응고된 피를 제거하는 등의 재수술을 받았습니다. 어느 정도 회복된 후 그와 나눈 대화에서, 그는 수술 도중 “이거 이렇게 해도 될까요?”, “뭐 문제 있겠어? 있으면 다시 해주던가 아님 긁어 내면되지”, “이번에는 티(T)자로 해볼까요?” 등과 같은 의사들의 대화를 들으며 마치 ‘마루타’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그 병원 측에 항의를 했으나 “상황이 딱한 것 같아 비싼 수술을 절반가격에 해줬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섭섭하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의료 가이드라인의 부재

장문의 메일로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치료를 시작하려고 하는 트랜스젠더인데 호르몬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며 수술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것이 대다수입니다. 답메일을 한참 쓰다가는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까요?” 하는 질문에서 말문이 턱 막히고는 맙니다. 나 역시도 임상경험이 없는 개인병원에서 시술을 받았다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은 당사자 중의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려면 정신과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에 ‘성주(정)체성장애’라는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그 후 가장 첫 번째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고, 상당 시일이 지난 후에 성전환수술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기준에 맞춰 성실히 답메일을 쓰려 노력하지만 암담한 현실 때문에 다시 한 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30만 원에서 100만 원을 호가하는 정신과 진단서, 그나마도 ‘성주체성장애’에 관해 진단을 내려줄 수 있는 정신과전문의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사실 ‘장애’도 아닌데 ‘장애’ 진단을 내리려고 하니 쉽지 않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비싼 가격 앞에서 매번 좌절하게 됩니다. 호르몬 치료라는 것도 뚜렷한 임상결과가 없어서 어떠한 부작용을 초래할지 예상할 수 없을 뿐더러 그 비용도 천차만별이기 일쑤입니다. 의료보험적용가가 2,000원~2,500원 하는 약을 2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까지 요구하는 것을 보면 쉽사리 파악할 수 있지요.

일정 정도 호르몬 치료가 진행되어 수술을 결심하면서부터는 더욱더 험난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말 그대로 성전환수술의 가시밭길을 헤쳐나가는 작업들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수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으니 당사자들은 일일이 발품을 팔거나 비공식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형외과나 비뇨기과를 돌아다니며 수술을 해줄 수 있는 지 여부를 묻고, 가격을 ‘흥정’하는 상황들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합니다.

이러한 현실과 일종의 원칙 사이에서, 치료 시작의 꿈에 부풀어있는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을 전달해야 할지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한무지, 그의 이야기

한 달에 10만 원을 가지고 생활하며 모았던 돈으로 가격을 ‘흥정’하여 수술을 했다가, 말 그대로 ‘낭패’를 본 나의 경험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문득 처음 호르몬치료를 시작할 때의 상황들이 떠올랐습니다.

2년여 전 치료를 결심하고 신경정신과를 찾았습니다. 네 차례 정도는 경험이 없다며 되돌아가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다섯 번째 찾아간 병원에서는 가끔 MTF(**) 트랜스젠더가 병역면제를 위해 진단서를 끊으러 오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시작으로 성주체성장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열심히 토로하더니, 상당한 분량의 검사지를 던져주었습니다. 진단서의 가격은 100만 원 가량 이란 말과 함께 말입니다.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힌 돈 5만 원이 전부였던 저는 접수처에 서있던 간호사의 이상한 웃음을 뒤로하고 도망치듯이 병원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나는 FTM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한 형에게 약을 얻었고, 주사기를 사다가 공중화장실에서 첫 주사를 맞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위험하고 옳지 못한 시작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앞으로의 수술계획과 인생계획 등을 세우며 힘들기만 했던 지난 시간들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던 새로운 희망이었습니다. 그 뒤 몇 차례 종로 등을 드나들며 불법으로 호르몬을 구입하여 자가 주사를 하다가 진단서 없이 성형외과를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병원에선 별다른 말없이 처방전을 발급해주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6년 6월 일이 터졌습니다. 호르몬이 원래 간에 큰 무리를 주는지라 정기적으로 간 기능 검사를 해왔는데, 간에 0.5cm짜리 종양이 잡힌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의사로부터 ‘죽고 싶으면 호르몬 투여를 계속하라’는 엄명을 안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 후 9월 1차 수술인 가슴제거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흥정’한 가격으로 싸게 수술을 하게 되었으나 그 경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수술 후 고인 피를 빼내 주는 ‘드레싱’이란 것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미흡했던 모양입니다. 한 쪽 가슴이 공이 터지기 직전의 상태처럼 빵빵하게 차오르기 시작했고 수차례 15cm나 되는 바늘을 가슴에 찔러가며 피를 뽑아내었습니다. 결국은 양쪽 가슴이 찌그러진 양상으로 남아 심각하게 재수술을 고민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진설명지난해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 법제정을 위한 공동연대 발족식. 트랜스젠더들의 인권을 위해선 안전한 성전환 수술을 위한 법제정도 필요하다.<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당장 죽더라도 수술대 위에서 죽고 싶어!”

‘죽고 싶으면 호르몬 투여를 계속하라’는 의사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호르몬투여를 받고 있습니다. 여러 어려움 끝에 결국 호적정정이 이루어진 지렁이의 한 활동가는 당뇨와 각종 합병증으로 성전환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결을 받았으나 여전히 수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우스개 소리로 항상 이야기하곤 합니다.
“당장 죽더라도 수술대 위에서 죽고 싶어!”
대부분의 트랜스젠더에게 치료와 수술은 절대적이라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여성/남성의 육체에 갇혀있는 남성/여성’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은 평생을 성별위화감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을 것이고, 또 현재도 그렇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치료와 수술은 이들의 인생에 있어 ‘목표’이고 자신의 인생을 ‘긍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매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 또 한 번 좌절하고 마는 일들이 되풀이 됩니다. 이것은 호적 등의 문제로 취직이 불가능해 먹고 살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보려는 이들의 마음에 다시 한 번 생채기를 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욕심일까요? ‘성주(정)체성장애의 진단부터 치료와 수술까지 체계적으로 정보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는 나라’ 그리고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되는 사회’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지만, 2007년 그 것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딛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합니다.

(*) Female Transfer Male의 약자.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스스로 남성으로의 성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
(**) Male Transfer Female의 약자.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스스로 여성으로의 성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
덧붙이는글
한무지 님은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6 호 [입력] 2007년 01월 09일 17:58:46
2007/03/12 23:05 2007/03/12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