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전을 제시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막막하다.

도대체 이사람이 말하는 비전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난 행복하고 싶어서 활동을 시작했고,

성전환자들의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서 지렁이에 결합하게 되었고,

차별금지법의 7개 조항 삭제가 문제가 있다 생각되어 긴급행동에 결합을 했었다.

하지만, 모든것의 중심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 라는것. 단 하나였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건, 내가 당당하고, 당당한 나를 사회의 시선에서 또한 당당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그런 작은 것이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고 운동을 하는건데, 비전을 제시하란다.

어떤 비전을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무슨 혁명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걸까?

아니면, 활동을 하면서 다른 개인적인 일들을 해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모습을, 방법을 제시해줘야하는걸까?

엄청나게 쏟아져들어오는 질문과 질타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나도 알고 싶다.

도대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뭐길래, 도대체 뭐길래 이런 질문을 들어야 하는것인지.

그냥 그렇게 살고 싶다는 것 뿐인데, 구체적 내용들을 제시해서 확인을 시켜줘야 하는건지.

그냥 내 이야기를 듣고싶다는 말조차 나는 너무 부담이다.


그저 난,

그래, 공부를 하고, 사업들을 계속해나가고, 다양한 활동들을 해가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이나마 바뀌고, 사회구조가 조금씩 바뀌어가는것. 그래서 그냥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게 속 편한거라고 생각하던 그 사람들도 자신에게 좀 더 당당하고 맘 편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꾸는것 뿐인데.

활동이 어디로 튈지, 어떤 것들을 준비해 나갈지, 10년후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난 아무것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자리에서, 짧은 눈이나마 들어서 지금의 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것이,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일이라고 생각한건데, 이런건 비전이 아닌것만 같다.

도대체 활동가로서의 비전이란게 뭐죠?
2008/01/21 02:57 2008/01/21 02:57

Trackback Address :: http://candyd.com/tt/trackback/127

  1. Tracked from 노는 사람 Play In 2008/01/30 10:11 삭제

    Subject: kabbala의 미투데이 - 2008년 1월 21일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으로 고발한 종교법인제정추진시민연대 사무처장 이드 행방불명, 마침 항소기간과도 겹쳐. — 대자보 2008-01-21 04:19:55 “도대체 활동가로서의 ..
  1. 여울바람 2008/01/21 23:19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어떤 프로젝트, 혹은 사업 같이 하고 있는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 이루어지기 위한 계획, 로드맵 등을 말하는 것 같은데........'활동가'로서 그러한 '비전'이 필요한지..
    음...뭐랄까, '개인'의 활동가 입장에서는 '비전'보단 자신의 '열정'이 더 중요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활동에 수긍을 하고 함께 하기 위해서 '비전'이 필요하다...라는 의미 같아요.

    ....그런데, 꼭 그런게 그러한 활동에 필요한가...라는 생각도 들고..

    • CandyD 2008/01/25 15:10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어떤분은 그냥 나를 지켜보라는 말을 하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비전이라는게, 이곳의 비전이라는건 일반 회사의 그것과는 정말 다른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