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을 시작한지 4년이 지났다. 그중에 대부분을 한 단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만큼 의미가 있는 일이고, 운동의 필요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힘든 과정에서도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지금 나는 계속적인 고민에 빠져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것일까.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만으로 단체가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다들 힘들고 여유가 없다는 것이 이유가 되지 않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이 활동은 계속 지속되어야만 하는 활동인 것이다.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고, 우리가 아직도 놓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나는....... 사실 조금 버겁다.

늘 한구석에 놓여있는 고민 - 나는 당사자가 아니다 - 은 몇년이 지나도록 나를 놔주지 않는다. 당사자 단체의 폐쇄성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내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과정들도 알고 있지만, 지금은? 지렁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여주고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 아직도 오는 전화의 대부분은 "당사자를 만나고싶어요"이다. 나는 연결고리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건가?

존재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단체가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름만 걸고 있고, 홈페이지는 스팸으로 뒤덮여있고, 사람들은 모이지 않는 단체가 이미 단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한동안은 혼자라도 움직이자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혼자 결정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혼자 뭘 해야 할지도 막막해지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마저 저하되는 느낌이랄까.

평생을 해나갈 운동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운동이 궤도에 오르고, 많은 활동가들이 열의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단체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닦고 싶었다. 적어도 그정도만큼은 해내고 싶었다.

누구든 붙잡고 원망하고 싶다. 지지한다면, 당사자라면, 너무 힘들어도 내가 나서서 하겠다고 좀 해주면 안되는걸까? 필요하다면서, 없애지 말아야 한다면서, 결국 그 짐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다시 돌려버리는거잖아. 어떻게 하라는거지?

누가 사무실이라도 주실래요? 누가 단 한명의 월급이라도 보장해주실래요? 아니, 그런거 다 필요 없으니까면 누가 열심히 한번 운동해보고 싶다고 와주실래요? 이 무거운 이름을 등에 업고 걸어가줄 사람....어디 없는건가요?

무거워진다. 내려놓고 싶지만 내려놓기 싫고 내려놓을 수가 없다. 외면할 수 있는 만큼 외면했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앞으로 가든, 멈추든 결정을 해야만 하는 시기가 온거다.

난.................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2009/12/09 16:07 2009/12/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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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꼬마 2009/12/11 09:43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힘내시라는 말이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고,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저 역시도.. 혼자서 이끌고 지켜낼 자신이 없고, 카페에 올라오는 스팸글들을 보기 싫어서 카페를 닫고, 메일도 몇달째 열어보지 않은채 지내고 있지만.

    정말이지. 내려놓을수가 없어요.. 기꺼이 나와 함께 걸어주겠다는 사람이 혹시나 조금만 지나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버릴수가 없어서..

    처음. 지렁이에 참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때의 마음을 떠올려보면..
    그래도 조금은 더 버틸 힘이 생기지 않을까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써 캔디님이 계신게 아닐까요?!

    힘내세요.. 멀리서나마 보게 되는 캔디님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빛이 난답니다.

  2. 2010/01/30 23:37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힘을 주시는 님은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 하시는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셔야지요,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요. 한국에서 소수를 위한 단체를 움직인다... 쉬운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같은 소수와 우리를 부정하려는 사회 중간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분이 님이십니다. 연결고리란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님이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님을 많이 도와드리고 싶은데 전 해외에서 살아서... 한국에 가서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하고 싶은데 말이죠. 님과 같이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어떻게든 도와드릴 방법이 없을까요?

    한국어가 조금 미숙하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캐나다에서 10년정도 살아서 한국어가 좀 가물가물 하네요...

    힘내세요!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님같은 분의 용기와 희생이 많은 사람들을 붙잡아 일으키고 있으세요!

    • CandyD 2010/02/16 00:53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댓글이 많이 늦었네요. 뜨거운 지지의 글 감사합니다. 한국에 오시면 언제든지 활동을 같이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하구요. 해외에서도 저희에게 지지의 글을 보내주신다거나, 관련 기사등이 있을때 한국 상황을 외국에 알려주시는 것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실제로 영어나 제2,3외국어에 능통하신 분들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간간히 있답니다. 다양한 사이트들을 보시면서 "내가 할께!!"라고 하시면 모두가 기뻐할꺼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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