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연석회의의 모 활동가가 다쳐서 같이 국립의료원에 다녀왔다.
두어시간을 머무는 동안, 집회장소에서보다 더 많은 한숨을 쉬고 나온 것 같다.
이 활동가 친구는 인권침해 감시단 조끼를 입고 있었다.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고, 엄청난 폭력 진압을 보고 때리지 말라는 말을 외치고 있었는데, 순간 곤봉이 그녀의 등을 후려쳤다고 한다. 그 옆에 있던 다른 활동가 한명도 곤봉으로 맞았단다. 친구는 등에 타박상, 그리고 다른 활동가 한명은 팔에 금이 가서 기브스를 했다.
그녀와 함께 간 국립의료원의 상황도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경찰의 방패에 맞은 사람, 경찰이 던진 쇳덩이에 맞은 사람, 수많은 사람들이 누워서 반창고를 붙이고, 붕대를 감고 있었다.
연락을 해본 백병원만 해도 60여명, 국립의료원도 30여명, 그리고 다른 병원들... 돌아간 사람들과, 병원에 오지 않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100명을 훌쩍 넘겨버린 숫자가 폭력진압에 무참히 밟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분노를 금할 수 없었던건,
무차별 폭행의 끝장. 의료진의 폭행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한분은 현장에서 의료진으로 활동하고 계셨던 분이란다. 진료를 하고 있던 도중, 전경에게 맞았고, 심지어 그 분이 진료하고 있던 사람은 전경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할짓인가. 그들이 사람인가.
여기저기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주말이라 수술도 하지 못해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게 되더라..
집으로....도저히 돌아올 수가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렇게 다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이명박과 어청수 그리고 경찰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언제까지 이럴텐가, 이런식으로 누르다 보면 끝날것이라고 생각하는건가?
무슨 전쟁터에서 폭격을 맞은 사람들마냥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렇게 다치고 치료를 받고서도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보면서, 그래도 웃으면서 끝까지 해야하지 않겠냐고 하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 수 밖에 없었다.
똑똑히 봐라. 이것이 너희들의 결과이고 너희들이 말하는 해결인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얼마나 더 많은 촛불이 올라와야 알 것인가.
말 뿐인 고개숙임, 계속되는 거짓.
답답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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