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ING : 커밍아웃은 아주 오랜 고민 끝에 하게 되는 것이다. 당신
-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성소수자 관련 교육 자료중
에게 커밍아웃이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가능한 것이 절대 아니다. 공개적인 커밍아웃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소수자에게 커밍아웃의 상대는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성애자란 사실
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알리는 행위(‘아웃
팅’)는 성소수자에게는 지역사회나 노동현장에서 심각한
사회적 차별을 유발시킬 수 있는 일종의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아웃팅“을 매개로 한 (성)폭력과 금
품갈취는 물론이고 살해 등의 심각한 혐오범죄로 까지 이
어질 수 있는 행위이다.
주변 성소수자의 성정체성을 누구에게 커밍아웃할 지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본인 스스로만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당신이 아웃팅한 사실이 당신에게 커밍아
웃한 당사자에게 알려지게 되면 그가 당신에 대해 가졌던
신뢰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
사실, 나 스스로를 성소수자라고 규정을 하면서도 이 '아웃팅'이라는 부분에 관해서는 그리 민감해지지 않았던 것이 나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삶의 어느 부분까지 나는 나의 정체성을 '커밍아웃' 할 일이 없었고, 한다고 해도 나 스스로에게도 가볍게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주위의 성소수자들이 늘어나고, 본인들에게는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아웃팅 들을 지켜보면서 점점 더 아웃팅에 대해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나의 감수성 없음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사소했다. 많은 '여자'친구들만 모인 자리. 사실 그중의 대부분이 성소수자임을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랑 @@랑 커플이잖아요'라는 말을 하는 순간 그중의 한 친구가 '저는 몰랐는데요'라고 말을 하는거다. 그러면서 그런게 아웃팅이라고, 좀 조심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뿔사. 모두가 알고 있을꺼라는 것은 순전 나만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설령 그 모임의 99%가 소수자라 하더라도 그 99%가 상대편의 성향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그리고 나머지 1%는 그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수 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간과했었다. 그리고 당연스레 모른다해도, 알게되면 이해할 것이다 라고 내 마음대로 해석을 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어떤 사람과 내가 애인사이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내가 다른 성소수자를 사귀게 될 경우,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그녀/그의 정체성을 동의 없이 남에게 말한다는것은 아웃팅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문제때문에 처음에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녀/그의 삶이 온전히 나와만 연결된 것이 아니고 걸쳐 연결된 이들이나 우연히 알게될 이들 모두가 나/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지 확신 할 수 없는 이상 이 문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난 아웃팅을 당했다. 이사람은 나의 실명만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민주노동당에서 일을 한다고 하니까 '성소수자위원회'인지 알아버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의 오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그사람은 현재 나와 같은 공간에서 책상을 쓰는 사람들도 모르는 내 실명까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어찌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커밍아웃에 대한 생각들을 꽤 많이 하고 그렇게 신경을 안겠다 했으면서도 그부분이 걸려서 (전화받은)모임에는 나가지 않고 있던 터였는데 이런 일까지 생기다니. 아웃팅을 한 사람은 뻔했고, 사람들과 논의를 거쳐 그분께 전화를 했다. 그분(아웃팅 한사람)은 어쩌다 실수로 그렇게 된것 같다면서 사과를 해오셨다. 성소수자 교육을 받으실 것을 제안드리고 끝내긴 했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은 개운하지 못하다.
그들이 내 실명을 알고, 내 사회적 위치를 알고 있다고 해서 나를 해꼬지 할 사람들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또 실수로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내가 원치 않는 사람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어떠한 사람들에게 내가 어떠한 해꼬지를 당할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아웃팅은 간단하게 노출되었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아는 어떤이는 아웃팅이 되어 폭력을 당하기도 했고, 직장에서 쫓겨난 적도 있다. 성소수자위원회로는 아직도 매달 아웃팅을 매개로 협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걸려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안전은 누가 담보할 것인가. 내가 커밍아웃을 했들때, 그건 간단히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것. 그리고 그마만큼 그 사람에게 신뢰를 가지고 이야기 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당신의 말 한마디가, 당신은 그냥 지나가면서 했을 그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에는 커다란 고통으로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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