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모 티비 프로그램중에 결혼한 부부의 이혼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주의 주제는 "시어머니는 남자?!"였다. 알고보니 시어머니가 성전환수술을 하신분이었음을 알고, 그에 갈등하다가 이혼을 하려고 하는 부부의 이야기였다. 한시간정도 되는 드라마를 보면서 엉엉 울었다. 그들의 그러한 선택과 행동들이 어떠한 부분에서는 가혹하리만치 현실적이어서 가슴을 후벼파내기엔 정말 충분했다.
성전환자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충격이 있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는 어머니부터, 어떻게 언니가 오빠가 될수있는지 남동생이 여동생이 될 수 있는지 주위에 창피함을 느끼는 형제자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보고, 처음 손을 잡고 처음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가족이다. 그렇기에 가족의 지지는 더욱 소중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얼마전에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는 <우리, 함께, 여기에> 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지난 9월 초에는 그에 관련한 포럼도 진행하였었다. 소수자들의 가족과 친구를 위한 상담과 소통의 공간, 네트워크 결성, 이해와 지지를 돕는 가이드 북 발간등을 목적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많은 가족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하튼, 이런 1차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뛰어넘어, 나는 성전환자의 가족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FTM과 MTF의 이성애인이 된다는 것은 다른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쉽게 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결심만 있다면 연애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은 둘만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는 '그래도' 조금은 더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애인이 아닌 '가족'이 되기를 선택한다면 그 문제는 한층 복잡해지게 된다.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인정'받는 다는것은 열의 아홉은 '결혼'을 뜻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을 전제에 두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고민되는 일은 수도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호적정정을 했을 경우에도 큰 차이는 없을 수 있을 것이다.
커밍을 해야할까 말아야할까의 문제부터, 아이는 왜 낳지 않느냐에 대한 문제까지 사실 문제는 끝도 없다.
커밍을 하지 않았을경우, 관심많은 부모님들의 꼬치꼬치 끊임없는 질문에 끝없는 비밀과 거짓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둘이 함께 해쳐나가야 하는 시련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나의 선택'에 의한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비밀인 것이다.
남들과 같은 경험도 하겠지만, 남들과 다른 경험도 할 수 있는것이 성전환자의 '가족'을 '선택'한 사람들인 것이다. 만약 한쪽 가족들에게 철저히 숨기기로 결정을 했다면 그/녀는 파트너가 아이를 낳지않는 이유부터, 함께 목욕탕을 가기 싫어하는 이유까지 시시콜콜한 변명들을 고민해야한다. 실수로라도 파트너의 비밀을 말할까봐 늘 긴장해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만약 성전환자의 가족들의 지지가 없는 경우라면 더 많은 고민들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이유는없다. 그냥 그/녀가 '선택'할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지지는 누가 해줄 수 있는 걸까. '사랑'을 선택한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인걸까? 서로 사랑하고 있는 '당사자'만이 도와줄 수 있는 몫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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