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오는 일은 늘 쉽지 않다. 예전 어느날엔가는 주말이 사라지기를 꿈꾸었던 적이 있었다. 휴식같다는 주말이 종내에는 독이되어 나를 찔러댔기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나는 남들보다 일찍 일상으로 복귀해야만 했다. 덕분에 일상과 꿈 속을 헤메이면서 더 정신없는 몇일을 보내야만 했지만... 하지만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오는 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10분전까지는 네이버에서 여성영화제를 검색하고 장장 40페이지에 달하는 블로그의 글들을 훑어봤다. 그 전에는 여성영화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다시한번 자유게시판을 살피며 고민에 빠졌다. 저 컴플레인의 글들엔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걸까, 11년이나 된 영화제는 왜 계속 같은 불만을 듣고 있는걸까, 내년에 더 좋은 영화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이정도면 가히 중증임에 틀림없다.
내가 무슨 관계자라도 되는 마냥, 사람들의 대화 하나하나를 귀기울여 듣고, 불평불만에 신경을 쓰게 된다. 며칠전 누군가의 대화처럼 이시간만 지나가면 땡일지도 모르는데, 그 땡- 하고 지나간 시간을 계속 부여잡으면서 난 영화제 걱정에 빠져있는거다.
이건 지금 발제의 압박에 대한 도피일 수도 있고,
여성영화제에 대한 과도하게 지나친 애정일 수도 있다.
고작 데일리팀으로 일주일을 지낸 것 뿐인데 무슨 난리인가 생각이 들었다가도,
난 관객이었고, 공연도 했었고, 이번엔 무려 데일리도 만들어 냈고, 앞으로도 여성영화제는 내 인생에 아주아주아주 중요한 행사로 함께할텐데 이정도의 관심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난 여성영화제가 너무 좋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가 너무 슬프기도 했다.
신선하고 우리의 글들이 좋기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전문적인 글들이 나오지 못했던 현실이 아쉽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들어왔던 여러가지 컴플레인들도 너무 아쉬웠고,
내 눈에 거슬렸던 몇몇 부분도 너무 아쉬웠고,
게시판에 올라오던 컴플레인도 너무 아쉬웠다.
완벽한 행사를 만들어내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겪을때마다 느끼는거지만,
그래도 내가 있는, 내가 보고있는, 내가 즐기고 있는, 내가 참여하는 이 행사만큼은 항상 완벽해지길 바라게 된다.
그래서 뛰고 뛰고 뛰고 뛰고 뛰고 뛰고 뛰고 뛰고, 그리고 또 뛴다.
그래서 이번 여성영화제가 나에겐 너무 아쉬운가보다.
나는 데일리를 열심히 만들었지만,
그 외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내년에는 어떤 팀에서 일을 해야 할까"였다.
내년엔 여성영화제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도 아니고 어떤 팀을 고민하는 나를 보면서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그건 작년 퀴어문화축제가 끝나고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는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허락했다면 올해는 더 열심히 참여하고 싶었다. (단기 자활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건 '당연'의 문제인거다. 나는 거기 '당연히'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는거다.
그러고 나서 또 끝나면 재밌게 놀지 못했다고 징징거릴꺼면서도 어떤 행사에 한번 발을 담그고 나면 늘 이런식이다.
벌써 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그림 속에는 '캔디'가 존재한다.
그게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난 정말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다.
올해 아쉬웠던 많은 일들을, 내년에는 아쉽지 않게 하고 싶은 맘이다.
아마도 당분간은 나에게 여성영화제는 끝나지 않은 축제로 계속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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