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제 영화들을 보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끊임없이 느끼게 되는것은 "그러니까, 레즈비언은 권력"이라는 것이다.
사회의 안정적 기반에서 헤테로들이 (느끼지 못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권력을 레즈비언도 가지고 있는거다. 호모사회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은 "안정적으로 한 성만을 사랑하는 온전한 사람"인것이다. 바이들이 "이성애 사회로 손쉽게 편입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지만, 그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성애 사회로 편입되면 바이는 헤테로가 되나? 레즈비언은 (여러가지 이유로) 이성애 사회로 편입될 수 없는건가? 편입이 되면 레즈비언은 헤테로가 되나? 또 그안에서 더 많은 괴리와 고민을 겪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바이가 남자를 사귄다고 헤테로인것은 아니다.
바이가 권력으로 쉽게 편입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바이라는 존재 자체를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호모섹슈얼은 바이섹슈얼을 "반쪽짜리 호모섹슈얼"이라고 말을 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들에게 남자를 사귀는 바이는 헤테로인거고 여자를 사귀는 바이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레즈비언인거다. 결국 다시 레즈비언사회에서 바이는 "남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사람으로 여겨진다는거다. 돌아갈 가능성이라는 말 자체가 말이 안되는건데, 왜 그렇게 생각하나. 그리고 나도 바이에게 '데인' 경험이 있다고 말을 하는거다. 바이는 바이여서 남자도 만나고 여자도 만나는건데, 여자를 만나다가 남자를 만나면 죽을 죄를 짓게 되는거다. 결국 이성애자 할꺼면서 "순수한 레즈비언"을 가지고 논 나쁜년인거니까. 레즈비언이 결혼을 하면 "안쓰럽고" "그럴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고" 바이가 결혼을 하면 "그럴줄 알았다"라고 말을 한다.
물론 많은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모든 레즈비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은 헤테로들이 호모를 싫어한다와 같은 맥락인거 아닌가?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 그러한 사람들이 보이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공포를 겪고, 불편함을 느끼고, 그들의 무배려에 분노한다.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아무말도 없었던 이들처럼, 바이이기때문에 난 아무말도 할 수 없기도 하다.
이성애가 만연해 있는 이 사회에서 소수이기 때문에 억압받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소수자 사회에서는 또한 다수이기 때문에 남들을 억압하는 권력자라는 사실을 그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억압받는 내가 어떻게 권력자이고 다수자일 수가 있나고 말을 한다.
하지만, 레즈비언은 그럼에도 권력이다. 느끼지 못하고 있더라도, 어떠한 사회에서 어떠한 사람은 권력일 수 있는 것이다. 당연한것처럼 여자'만' 사랑할 수 없음이, 남자도 사랑하는 내 모습이 숨기고 싶은 모습이 되는것은 소수자 사회에서 레즈비언이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게 싫으면 바이끼리 놀아라! 라고 말하는 사람은 더 싫다. 세상은 따로따로 사는 곳이 아니고, 다양성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소수자들 아닌가? 다만 나는 존중하자고 떠드는 사람들이 레즈비언/게이를 기억하는 것처럼,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이성애자나 트랜스젠더호모를 기억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나도,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성애자도 동성애자도 아닌 바이섹슈얼로서 존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