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을 처음 생각했던건 중학교때였다. 그때 나의 소망은 '카사노바처럼 화려하게 살다가 나중에 혼자 애를 낳거나 입양해서 잘 키워보자!'였다. 왜그랬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여하튼 그랬던것 같다.
그리고 다시 입양을 생각했던 것은 I와 헤어진 후였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나니 나중 언젠가는 입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처절한 나의 이기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라는 존재를 삶의 담보로 여기고 싶었던 그날의 내 모습이었으니까.
최근, 나는 다시 입양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H씨와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행복한 가정' '토끼같은 자식들' '삶의 낙'같은 그런 명랑한 단어들을 꿈꿔왔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하리수씨가 결혼을 하면서 입양을 하겠다 말을 했고, 이 '사건'은 커다란 사회의 이슈가 되었다. 한 연예인 부부가 결혼해서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것이 어디 하루이틀 일도 아니련만 이것이 사건이 된 것은 단지 그녀가 '트랜스젠더'라 불리우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티비에서는 끊임없이 '현행법상' 그들의 입양은 문제가 없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또한 '하지만' 그녀의 경우는 특별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녀는 트랜스젠더이고 그런 그녀의 정체성은 그녀가 아이를 키우는데 커다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혹은 자라서 알게될 부모의 '비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지도 모르고, 그로인해 '왕따'를 당할지도 모르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면서 남들보다 '넓은 마음'과 '더 긍정적인 마음'과 '현명함'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 왕따를 당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의 중심에 있을 수도 있고, 멋진 이성애자로 혹은 멋진 동성애자로 자랄지도 모른다.
이것은 모두 가정일 뿐이다.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고민을 했고, '양성애자'의 정체성을 가졌으며, '성전환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세상의 수많은 범죄자들과 삶의 혼란을 겪는 무수한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났다. 그래. 어떻게 자라느냐 하는것이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환경에서 어떤 '내가' 되어가느냐 하는 것은, 환경의 문제만은 아니다. 알콜중독자인 부모밑에서 자랐어도, 움막같은 집에서 살았어도 멋지게 자라난 사람이 있는 반면, 이상적인 부모 밑에서 사랑만 받고 자랐어도 범죄자가 된 사람이 있는 것이다.
성전환자의 입양은 그저 그들의 '다름에 대한 두려움' 그 이상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서 겪지 못했던 현실'이기 때문에 결과를 본 적이 없고, 그럼으로 그 결과를 당연히 부정적일것이라 생각하는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이다.
누가, 어떠한 기준으로 '성전환자'는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이라 하는가. 누가, 어떠한 기준으로 그 가정에 '입양'된 아이는 '입양과 성전환부모'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단언하는가.
당신은 그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당당하다 말할 수 있는가. 당신은 그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라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부모가 되는 권리조차 막혀야 한다면, 나는 내 몸으로도 자식을 낳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것이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울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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