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밀려온다.
고질적으로 고민해왔던 부분이다.
그 지긋지긋한 당사자 주의. 당사자 운동.
당사자가 아니면 입닥쳐라, 네가 뭘 아느냐.
난, 뭘 알고 있는걸까.
뭘 안다고 이렇게 나부렁대며 살고 있는걸까.
주위의 다른 사람보다 많은 수의 트랜스젠더를 알아서?
트랜스젠더와 연애를 한 적이 있어서?
트랜스젠더 운동을 하고 있어서?
내 가족같은 사람중에 트랜스젠더가 있어서?
나의 당위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것인가.
누군가 나에게 다시 당사자도 아니면서 나불대지 말고 입닥치라 말을 한다면....
이제까지 내가 싸워왔던 것은, 소리쳐 왔던것은, 주장했던것은.........
다 쓸데없는 오지랖이었던것인가.
정말이지......... 회의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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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환호하고 즐거워 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언젠가는 바이섹슈얼운동일 하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은 아직도 유효하며 더욱 강해져간다.
그런데, 어느 누구와 할 수 있을까?
ㄹㅇ과 ㅈㅇ는 트랜스젠더 관련 글들을 번역하겠다고 이야기 했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던 그 말들이 이제는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내가 읽은 이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고, 번역을 해보고 싶다. 그럴 수 있을까.
막상 운동을 시작하자고 하면 누가 선뜻 나서서 함께 하자고 해줄까.
함께 할 사람이 절실해진다.
예전에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었던 바이 관련된 글들이 이제 하나씩 하나씩 올라오는 느낌이다. 자주 들어가는 싸이트인 ㅇㄴㄴ를 보면,
"나는 바이이다"라고 말을 하는 글들을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다.
그건 그만큼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이기도 할 것이고, 사람들의 시선에 초연해 진 것이기도 할 것이다.(같은 말인가..)
여하튼, 그러한 글들을 볼때마다 반갑기도 하고, 괜시리 우울해지기도 한다. 자신이 바이라고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내보인 그들이 자랑스럽고, 그리고 그렇게 커밍아웃을 하게 됨으로써 받게되는 드러나지 않을 소외와 폭력에 스트레스 받을 그들에 우울해진다.
난 아직도 바이는 양쪽에서 억압을 받고 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그렇게 않다라고 말해준 이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각은 여전히 그러하다. 한국에서 레즈비언이나 게이가 사는데 무슨 불편이 있냐고 말하는 이성애자의 이야기와 같은 지점으로 느껴진다면 너무 오버스러운 것일까?
나는, 그리고 그녀들은 바이섹슈얼이다.
우리는 지금 당당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나의 목표는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언젠가는,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우리들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내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트랜스젠더는 '젠더 이분법을 위반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미가 더 크게 읽히는 듯 하다. 물론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어떠한 의미에서 모든 게이와 레즈비언은 트랜스젠더라고 하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미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섹슈얼을 나눠서 생각하고 있나? 난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미 운동판과 학술판에서 트랜스젠더는 다행히(?) 트랜스젠더로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고, 그에 따라(?) 트랜스젠더 운동은 젠더 이분법에 대한, 혹은 다양한 젠더에 대한 운동으로 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이게 언어 혼용의 문제인지, 아니면 이사람들은 젠더위반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트랜스젠더든 트랜스섹슈얼이든 성전환자든 뭐든, 현실은 존재하고 있고, 우리는 현실안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트랜스젠더에 관해서만은 현실을 보지 않는 것만 같다.
나에게 트랜스젠더는 전혀 불편한 존재가 아니었는데, 점점 불편한 존재가 되어간다. '젠더를 위반하는 자', '새로운 대안'의 트랜스젠더라니.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는 비가시화되는 느낌이랄까.
장채원씨가 자살을 하면서, 약간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이 반짝하더라. 그런데, 뭐... 결국은 다 흥밋거리-.
여전히 "트랜스젠더라는 존재가 있어요~"라고 떠들어야 하고, 새로운 젠더에 대해 앞장서서 말해야 하는게 트랜스젠더 운동인걸까.
뭔가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트랜스젠더운동을 막 바라보기 시작하는 비-성전환자인 사람들이 '바라는' 트랜스젠더 운동은 '젠더 이분법 타파, 다양한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인것만 같아서 답답하다.
어떤걸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런것만 생각하게 되는건지, 아니면 그게 제일 중요한거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들의 가치인것인지 모르겠다.
현실에 대한 문제는 트랜스섹슈얼만의 문제가 아닌거고, 우리나라에서 소위 통용되는 '트랜스젠더'(섹슈얼을 포함한)의 문제이다. 그래, 물론 저런 문제들도 현실에 대한 문제이긴 하지. 사람들의 갇혀진 시각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고....하지만!
언제까지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두리뭉실함만을 이야기 할것인지, 난,.... 답답하고 서럽고 머리가 아프기만 하다.
"지금은 남자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 남자예요" "엄마 뱃속에서부터 남자였어요" 지난 4월 여성영화제에서 옥랑상을 수상했던 3xFTM이란 다큐멘터리를 기억하시나요? 세 명의 트랜스젠더 남성을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는데요. 이번 감자모임에서는 3xFTM을 함께 보고 우리가 말하는 여성은 누구일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집니다. 우리가 성소수자를 이야기 할 때 쉽게 회자되는 게이/레즈비언과는 달리 트랜스젠더는 아직 우리의 인식에서 아직은 어색한 존재입니다. ‘하리수’로 대변되는 트랜스젠더를 두고 한때는 여성성을 과잉하여 나타낸다는 논쟁도 꽤 많았었지요. 하지만 레즈비언=쉐인이 될 수 없듯이, 트랜스젠더=하리수가 될 수도 없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세 명의 FTM(female to/toward male)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남성과 외관상으로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성정체성을 가지고 수많은 고민을 해왔고, 그 고민의 다양한 지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불편해 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겪은 여성으로서의 위치의 경험들, 그리고 여성다움이 강요될 때 겪었을 어떤 불편함 들은 우리의 삶과도 너무 맞닿아 있기도 하지만, 또 분명 다른 경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 안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현재 ‘남성’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 왔던 여성은 누구일까요? 여성주의 단체인 언니네트워크는 여성들의 연대, 지지, 공감을 중요시 하지만 사실 ‘여성’ 이라는 주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 왔고, 이 상영회 역시 그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좀 더 다양한 젠더 스펙트럼에 대해 이야기나누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젠더 이분법에서 발생하는 여러 차별과 억압의 지점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 볼 수도 있겠지요. 혹은 우리가 생각해왔던 성소수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볼 수도 있을꺼구요. FTM과 페미니스트와의 연대지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볼 수 있을꺼예요. 다양한 사람들과 수많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상영회! 함께해요~ 일 시 : 2008년 9월 19일(금) 저녁 7시! 장 소 : 아이샵 (5호선 종로3가역 4번출구 바다사랑 4층) 오시는 길 클릭~ 연락처 : 011-9120-1617 (몽MONG) / 011-543-1942 (신치) 입장료 : 3000원 진행순서 : 1. 3xFTM 영화상영(약 2시간) 2. 영화상영기획단과의 집담회 * 입장료는 3xFTM 상영기획단에 후원금으로 드릴 예정입니다. * '열린감자' 모임에는 언니네트워크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121-818)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204-17 101호 | Tel. 02-3141-9069 |
어제 친구의 급한 제보가 들어왔다.
- 너 퀴어문화축제에서 사회봤냐? 너 커밍아웃에 나왔어. 모자이크 처리 했어도 다 알아보겠더라.
순간 많이 당황하고 패닉에 빠지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나는 빨간띠도 안하고 배째라 하고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런식으로 방송에 나오고 싶지는 않거든-
한밤중에 미친듯이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방송을 다운받으려 했으나 하루이틀밖에 안지난지라 파일은 아직 올라오지도 않은 상태. 일단 퀴어문화축제쪽에 연락을 해놓고, 방송을 보고 이야기를 하자라고 했다.
불안과 초조함으로 하루를 보내고, 오늘 드디어 재방송을 볼 수 있었다.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지렁이 행사중 사회를 보다가, 카메라를 들고 계신 분이 press 카드를 안하고 계셔서, press 신청을 하셔야 촬영이 가능하십니다~ 라고 말을 했던 부분이었다. 그다지 문제가 되는 부분도 아니고, 몸체가 다 뭉개져서 나왔기 때문에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다.
(걱정을 했던 부분은 아무래도 지렁이 행사 부분이 나왔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전-혀 나오지 않았다)
요즘들어서 방송에 내가 노출이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 두려움을 상당히 갖게 되는 것 같다. 얼마전 촛불집회에 갔을 때도, 방송 촬영 카메라만 보면 얼굴을 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왜? 왜? 왜?
나는 무엇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걸까. 가족들이 내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알까봐? 아니면 단지 가족들이 원하지 않는 장소에 나타나는 내 모습에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설명하는게 귀찮아서?
내가 장기적으로 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면, 그리고 그 활동이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나를 드러내야만 하는 것이라면 가족들에게 먼저 커밍아웃을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다.
어떤 커밍아웃을 나는 해야 하는걸까?
1. 난 결혼 안할꺼예요. - 이건 했고...
2. 난 퀴어운동, 여성운동을 하고 있어요. - 이것만 하면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 같고....그냥 인권운동 차원에서 받아들이려나?
3. 난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 네가 그런걸 왜하냐? 네가 트랜스젠더냐? 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이건 좀 복잡해질 것도 같다.
4. 난 언니네트워크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 이건 좀 쉬울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여성학과라는 타이틀이 있고, 그것과 관련해서 하고 있다..라고 하면, 그냥 대강 넘어갈 수 있을지도?
5. 난 바이섹슈얼이예요 - 이것도 좀 복잡하다. 가족들이 일단 바이가 뭔지 알까? 바이라서 결혼을 안한다라고 생각할까? 그래도 남자 만나면 되지 무슨 상관이냐고 말을 하려나???
가족들과 전혀 공유가 되고 있지 않은 나의 다양한 정체성을 공유하려고 생각하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순서가 전혀 정해지지 않는다.
아..그리고 왜 커밍아웃이 두려운지 방금 깨달았다. 난 끌려내려갈까봐 두렵다. 울 엄마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끌려내려가지 않으면 엄마가 서울로 올라와서 나랑 같이 살꺼다. 그것도 정말 싫다.
여튼, 아직은 그 때가 아닌 것 같다. 천천히 하나씩 납득이 가도록(갈까?) 익숙해지도록 해 나가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부터 할지는 지금부터 생각해 보자.
여성영화제 영화들을 보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끊임없이 느끼게 되는것은 "그러니까, 레즈비언은 권력"이라는 것이다. |
그가 사는 법
"내 몸이 알루미늄이어서 머리 아래로는 느끼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바람처럼 달리고 싶어요"라는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몸에 대한 부대낌을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줬던 부분.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감옥에 수감된/적이 있는 MTF 트랜스젠더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어찌 생각하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 다른 "상식"이라고 불리우는 것이 우선시되면서 무시되버리고 폭력이 된다. 사람들의 "외부성기"에 대한 생각의 전형을 보여주는것도 같다.
어디까지를, 어떤것을 우선시해야 하는 걸까.
요즘 계속해서 트랜스젠더관련 다큐를 보면서
(음음..사실 보다 좀 졸았다;;)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건 다른 것보다 스티브에서 그웬으로 이름을 바꾼 그녀에게 서운해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름-캔디-을 우리 엄마는 잘 모르고 있고 아마도 알게 된다면, 그리고 내가 집에서 쓰는 이름을 이제는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 엄마 또한 저렇게 서운해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몰려들어서 였을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긴하지만) 트랜스젠더에게 혈연가족의 인정과 지지는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혈연가족안에서 여성/남성으로 인정받고 지지를 받을때, 그들은 그들에 대해서 더 긍정을 느끼게 되는 듯 하다.
혈연가족의 의미는 그래서 더욱 큰 것이겠지.
사실 아직 혈연가족에게 내가 하는 일, 나의 모습을 알리지 않고 있는 나에게 이 영화는 조금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용기와 가족들의 점차적인 지지가 부럽기도 하면서, 과연 내가 혈연가족들에게 나는 바이섹슈얼이고 나는 지금 트랜스젠더활동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퀴어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을 하면 가족들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요즘은 조금 더 진지하게 상상을 해보곤 한다.
상상1. 어쩌다가 활동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 엄마가 본다. 서울로 올라온다. 끌려내려간다.
상상2. 바이섹슈얼이라고 혹은 여자애인이 있다고 말한다. 엄마가 쓰러진다. 동생이 설득을 해주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은 인연을 끊는다.
상상3. 논문이 나왔다. 주제는 바이섹슈얼. 엄마는 묻겠지. 왜 "그런걸" 주제로 썼냐고.. 나는 주절주절 할말을 생각하고 결국은 말도 안되는 설명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늘 부정적이다. 처음에는 엄마는 다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에 엄마랑 이야기 하다가 "여자애인 데리고 와도 놀라지마~~"라고 했더니 "그냥 혼자 살아"라는 말을 들은 후로는 엄마에게 아무 말도 못하게 되었다. 엄마에게 나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서 여성학을 공부하는 딸일 뿐이다.
여튼 이 다큐는 한번 더 보면서 생각을 해보고 싶게 한다.
나와 가족. 그리고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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