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놓고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내용이 무슨 상관이며, 구성력이 무슨상관이야! 일단 드디어 내버렸다는게 중요한거다.
지난 한달가까운 시간동안 나를 누르던 것이 이제서야 사라진 느낌이다.
그래봤자 3일날 면접이 있지만, 뭐, 그래도 이번주는 잊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여튼, 이젠 맘놓고 늦게까지 놀아도 된다. 아하하
오늘 또 새벽부터 잠이 깼다. 일요일 아침인데(궁시렁). 뭐, 여튼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다, 그래도 주말이니 밀린 빨래를 한판 해주고 점심 약속에 나섰다. 오랫만에 만난 사람과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은 대화는 상당히 즐거운 편.
예정했던 대로, 시스터즈 발표회 연습하는데 들렀다가 회의.
생각보다 빨리 끝나버린 회의에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타 단체의 R님과 교보문고에 들렀다. 소설을 사신다길래 같이 소설 섹션에 있다가 전부터 사려고 했던 책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권 합권판이 나와서 덜컥 구입, 전에 사뒀다가 잃어버렸던 "향수"와 내가 사랑하는 작가중의 하나인 로알드 달의 "개조심"을 구입. 그 외에도 원래 관심있어하는 베르나르 아저씨의 "파피용"과, 로알드 달보다 더 위트있다는 모 작가의 "뼈모으는 소녀" 그리고 순전히 개인적 관심으로 "여자만의 나라"라는 책과 "소녀 소녀를 만나다" 그리고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박사의 어렸을적 이야기로 추측되는 "한니발 라이징"을 구입했다. 그리고도 뭔가 죄책감이 들어서 공부해야지!!!를 부르짖으며 전부터 사야했지만 못샀던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정체성이론"을 구입했다.
총 아홉권이구나.
투덜거리면서 책을 들고오면서, 그리고 집앞에서 먹을 것을 잔뜩 사서 우물우물 씹고 있는 나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또 도피질이로구나"
"또 도망가려는거니?"
사실, 나에겐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회사 일도 회사 일이려니와, 영화제에 상영할 영화관련한 일도 있고, 다음주 내로 학업계획서와 라이프스토리도 적어서 보내야 하며, 발표회도 일주일 밖에 안남아서 연습해야하고, 그 외에도 받는 강습에 빠질 수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엉크러진 내 마음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며, 다시 엉크러지고 있는 내 방(!)도 살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사놓고 뒤적이고 있다. 물론 R의 글에서 처럼, 글이 안써질때는 다른일을 하는것도 괜찮기도 하겠지만, 마음이 너무 급하기만 하다.
나는 어서 빨리 모든 것을 이루어 내야만 하고, 완성해야만 하고, 다 해내야할 것만 같다.
그리고 어서빨리 "정말로" 괜찮아서 "반짝반짝 웃는" 캔디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할 것 같다.
모든게 스트레스고 억압이다. 하지만 이 스트레스가 끝나면 난 정말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해내야 한다는 생각 - 하지만 하기 싫고 할 수 없다는 생각 - 들 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행복은 누구의 강요로도, 어떠한 강제적 움직임 그리고 두드림으로도 오지 않는다. 행복은 그야말로 스스로의 마음이 따뜻하다고 외치지 않는한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게 아닐까 싶다.
더이상 "행복하고 싶다"라는 인생 목표따위는 잡지 않을테다.
그냥 당연스레 언젠가는 행복하다 느낄 때가 있겠지..라는 느낌이면 충분할 것같다.
여튼!!!
그래서 일주일 남았다!! 좀 하자!
내 온마음을 던져넣고 사랑을 하느라, 튀어나오는 마음을 받아안아주던 사랑을 알지 못했다.
웃고 있는 마음이 무너져 내일때까지 나는 그렇게 앞으로 뛰어가고만 있었나보다.
문득 돌아볼 시간이 너무 늦었음을 깨달았을땐 이미 사랑은 사라지고 난 후였다.
이젠 어떤 사랑도 어떤 마음도 놓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내가 쉬는 동안 내가 내 생각만 하던 그동안 무너지는 사랑도, 허무함만 남은 마음도 있었다.
내 탓이 아니라고 누가 나를 위로 할 수 있을까.
내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그 사람은 지금 저렇게 아파하지 않았어도 될 것이고, 내가 조금만 타이밍을 잘 맞추었더라면 이사람은 이렇게 헉헉대지 않아도 되었을지도모른다.
다 내 탓이다. 다 내 탓이다.
이제 난 내 짐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한다.
어깨가 무너지는 한이 있어도 그냥 내가 들고 걸으련다.
더 올려놓는다면 어떻게든 들고 가련다.
난, 괜찮아야 하고 괜찮을 수 밖에 없어야 한다.
그게 이제 나의 몫이고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이 글은 candyd님의 미투데이 2007년 8월 28일 내용입니다.
霧坑에 빠져버린 개고냥이.
도도하던 고양이 한마리가 길을 걷는다.
늘 그러하듯, 위도 아래도 보지 않고 그렇게 걷다,
霧坑에 빨려들어가버렸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고, 막막한 이곳에서,
고양이는 두려움과 함께 포근함을 느낀다.
푸석푸석한 안개는, 두려움보다 폭신함을 건네주고,
희미한 물냄새는 차라리 위안을 건네준다.
고양이는 어느새 고양이가 아닌 것이 되어,
霧坑 안에 머무르며, 霧坑안에서 떠도는 개고냥이가 되어버린다.
뭐가 좋을것도 없는 저 막막한 곳이,
어떤 이에겐 한없이 포근하기만 한 그런곳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