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곳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몇년간 나에게 가장 익숙한 곳이었고, 가장 편안한 곳이었고,

사실은 오랜 시간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전업 활동가"로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기분이 막 새롭고 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활동가로 살기로 결심하는 것은 쉬운일은 아니었다.

활동가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부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현재 내 재정적 상황에서 활동가로 살겠다고 하는건 거의 "결의" 수준이어서,

편안한 삶까지는 아니어도 덜 힘든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의 본능으로 활동가는 차선책으로 두려는 생각도 꽤나 가지고 있었던게 사실.

그래서 한동안 구인을 위해 힘을 썼다.

1. 일반 회사 - 논문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 성적도 않좋고, 무엇보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자격조건이 안됨

2. 유명한 단체들 - 기업정도의 유명세를 가진 단체들을 고민했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과 너무 달라서 포기

3. 공무원 - 일단 내가 원하는 분야는 뽑지 않고, 내가 원하는 분야는 나를 거부함. -ㅅ-;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를 원하는 곳, 내 입맛에 딱 맞는 곳을 고른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생각했던게 익숙한 단체들이긴 했는데.....그쪽에서 날 받아주고 안받아주고를 떠나서, 이번에 어딘가에 들어간다면 오랜 시간을 일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나니, 정말 생각하는게 많아졌다. 단체? 내가 원하는 운동 방향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운동은 무엇인가.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입장은 무엇일까, 내가 하고자 하는 운동과 그 단체의 운동의 주체가 다르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운동을 하면서 단체의 운동도 함께 해 나갈 수 있을까 등등등....

그래서 욕심을 버리게 되었다. 아니, 어쩜 그냥 욕심을 채운 것일지도 모른다.

활동가를 한다면 하고 싶은 운동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니까.

그래서, 둥지를 틀었다.

계속 알바를 찾아야 할 수 도 있고, 금전적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지만, 늘 그래왔듯이 필요한 돈은 들어올 것이라 생각하며 ㅎㅎㅎ

행복하고 좋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아지고, 생각하는 것도 즐겁게 많아진다.

열심히, 즐겁게, 행복하게 활동하고 살겠노라.
2013/03/09 14:58 2013/03/09 14:58

몇년만에 한해를 돌아보고 2013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1. 2012년은 버라이어티한 한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꺼다. 2월에 살림이 끝나고, 3월부터 새 직장에 출근, 그리고 8월말을 끝으로 또 일이 끝나고 쭈욱- 논문.

2. 6개월간 다녔던 새 직장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분노하게 하기도 했지만, "일반 사회" 진입시 겪게 되는 어려움, 사람들과 내가 섞여 살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가능성 확인 등을 남겨줬다. ㅅㄹ에서 일할때는 그래도 친구들이 늘 곁에 있었고, 빠르지 않게 사람들과 친해지는 법을 익힐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그런데 6개월직장은 완벽한 일반 사회. 내 눈치를 보면서도 성적인 농담은 간간히 나오는 50대이상의 남자들이 가득했던 곳.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나를 놓지 못하게 했던 일에 대한 즐거움 등등.. 뭐라고 해야할까... 정말 생각이 많아진 곳이기도 했다.

3. 논문을 정말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2월 졸업이 실패했다. 2월까지 논문을 마무리짖겠다고 지도교수님과 합의하긴했지만, 그래도 그 절망감과 좌절은 생각보다 컸다. 내가 정말 논문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끊이지 않았던 시간이다. 하지만, 다시 결심을 했다. 잘 해봐야지...

4. 트랜스젠더활동가로서의 정체화를 공고히했다. 전에 블로깅도 했으니 다른 말은 필요없을 듯.

5. 이 친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갔다. 내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함께 했고, 힘든 시간을 제공했었고, 내 인생에 지워내고 싶었던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인생이 지나는 동안 중요한 사람의 한명이 될 것이다.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오랜 시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고마웠다. 어느 시간동안은 그를 사랑했었고, 어느 시간동안은 그를 저주했었고, 그리워했고, 그 나머지 시간은 정리했다. 활동가의 입장에서 그를 존경하기도 했고, 미워하기도 했다. 그가 내 인생의 어느부분을 함께 한 사람임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며, 잊지 않을 것이나, 과도히 추억하거나 기억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까지...

6. 대선이 치뤄졌다. 대선 결과에 대한 저주와 절망과 우울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튼, 이걸 계기로 많은 것을 결심하게 되었다. 2013년의 방향을 더욱 확실하게 결정하게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진 않다 흥.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2013년엔 더 열심히 살겠다.
2012/12/30 03:52 2012/12/30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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