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블로그에 글을 안올리다가 오늘 간만에 블로그 방문자를 봤는데 꽤...많다.

글도 안올라오는 블로그에 왜들 이렇게 오시는지 싶어져, 유입 검색어를 봤더니,

ㅎㅎ 몇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블로그의 유입 검색어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 ftm, 수술.

나의 관심사가 그대로 드러나는 듯 해서 왠지 창피해지기도 하고,

뭔가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야 하는데 싶어지면서 죄송해지기도 하고..

어쩌란 말이냐 싶어지기도 하고...

그래도 오시는 분들을 위한 요즘 퀴어동네의 바이섹슈얼과 트랜스젠더 관련 내용들을 살짝쿵 던지고 가보자 :)

- 전에도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트랜스젠더 인권지지기반 구축 프로젝트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도 슬슬 시작되고 있고, 인식조사도 시작되고 있고, 자료 조사도 해나가고 있고... 올 겨울 즈음에는 홈페이지도 만들어지고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이러저러한 자료들을 볼 수 있게 될 거예요.
조각보 기획단 사람들의 면면이 너무 재미지고 즐거워서, 회의가 힘들지만 또 순간순간 행복해지고 하는것이.. (자랑하고 싶은데 뭐라 말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여튼! 조각보 프로젝트는 3년간 해나갈 프로젝트랍니다. 올해와 내년 그리고 또 내 후년에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조각보가 해나갈테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참참참!! 이번 퀴어문화축제(http://kqcf.org)에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http://kscrc.org)가 부스를 운영합니다. 조각보 부스도 함께 운영이 될꺼구요. 아마~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유일한 트랜스젠더 관련 부스가 아닐까 싶어요. 참여자와 함께 하는 이벤트(+ 선물증정!!!!!)를 할 예정이니 오시는 분들은 살짝쿵 들러주시면 감사할듯해요



- 바이섹슈얼과 관련해서는 그래, 어마어마하게도 바이모임이 만들어졌다. 트위터에서 바이모임을 검색하면 나오는 딱 하나 그게 바로 이 바이모임인데, 이제까지 몇번의 수다모임을 진행했고, 오늘은 또 모여서 퍼레이드 이야기를 하기로도 했다능. 이 모임, 앞으로가 기대된다.@bi_moim

- ftm은 뭐.. 저번에 대대적으로 기사도 나고 신문, 방송에서 엄청 말했으니 따로 말 안해야지 ㅎ.

- 여튼 활동을 재개하면서(라기보다는 쭉- 그랬지만), 트랜스젠더와 주변인들과의 관계맺기, 주변인들의 심신돌보기에 점점 더 관심이 간다. 파트너, 형제자매남매, 부모님, 친척들, 친구들, 자녀들 기타등등등등. 내가 관계맺기 하던 누군가가 트랜스젠더라고 말했을때, 내가 트랜스젠더인 누군가와 더 내밀한 관계가 되었을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트랜스젠더라고 하는 정체성을 우리 둘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 닥쳤을때, 나의 자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순종하는 모습만 보일때, 차별받거나 힘들어하는 트랜스젠더인 가족/파트너를 바라보아야 할때, "너는 그래도 당사자는 아니잖아!"라는 말을 들어도 아무 말 할 수 없을때, 옆에 있는 나의 혼돈과, 고민과, 서러움과, 스트레스와, 수많은 감정들을 가장 나누고 싶은 사람과 나눌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되는 나와, 당신과, 우리들과, 그대들이, 나는 요즘 더 마음이 쓰이고 아리다.

그리고 가끔은 너희에게 서운해진다. 나는, 당신은, 우리는, 그들은 당사자는 아니지만, 당사자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같이 보고, 느끼고,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만큼보단 덜 어렵거나, 그만큼보단 덜 고민할지도 모르지만, 고민한다. 그리고 너!(라고 말하고 트랜스젠더 당사자 라고 읽는다) 너는 언제 트랜스젠더의 가족/애인/친척/부모인적이 있었던가.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혼자 살고 있지 않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만 힘들지 않다. 함께 즐겁고 싶다. 함께 걷고 싶다. 함께하고 싶다. 함께 행복하고 싶다. 혼자 이뤄내고, 혼자 걸어가고, 혼자 고민하고, 혼자 바뀌고 싶은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3/05/21 17:43 2013/05/21 17:43

소심해짐.

Diary/단상 2013/04/29 09:35
최근의 나의 운동은 끊임없는 자기 검열과 자기 비하, 지속적인 외면, 그리고 그럼에도 끊이지 않는 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렁이 활동을 했을때는 무모했고, 그만큼 용기도 있었고, 그만큼 뻔뻔했던 것도 같은데,

몇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소심하고, 조심스럽고, 두려운 것이 많아졌다.

그만큼 아는 것도 많아진 것일까? 라는 기대를 조금 해보기도 하지만 아니,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장담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 두려워졌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의 옳고 그름을 끊임없이 판단하고, 재단하고, 저울질한다.

무심코 내뱉은 말을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 없이) 되뇌이고, 자책하고, 비하한다.

신중해진 것이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소심해진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당면한 "나의 할일"을 제외하고는 외면하고싶어진다.

괴롭고, 힘들고, 어렵고, 난해하고, 부담스럽다.

그것들이 내가 해 나가야 하는 일임을 알면서도 자꾸 외면하게 된다.

내가 "성자"가 될 수 없음을, 누구도 "성자"는 될 수 없음을 재 확인하면서부터,

성자가 될 수 없는 나는, 힘이 없는 나는, 그저 숨죽이고 있을 뿐이다.

당당하고, 뻔뻔하고 싶다.

더 많이 그러고 싶다.

2013/04/29 09:35 2013/04/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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