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공부를 하고 싶어요?
    - 일을 하면 할 수록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내가 멍청하다는 자각을 하게 되요. 정말 괴로워요. 그래서 점점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2. 어떤 공부를 하고 싶어요?
- 일단 성소수자와 여성에 관한 좀 더 이론적인 공부들을 하고 싶어요. 아직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조차 없는거 같아서, 이론적 기반이 필요한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요즘은 다이애너 기틴스의 "가족은 없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수많은 이론가들에 대한 기반 지식이 없으니까 읽으면서도 종종 답답함을 느끼거든요.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데 이 생각을 받아들이는데만도 지금은 급급한것만 같아요. 성소수자에 관한 부분도 마찮가지예요. 저번에 위원회 세미나를 하면서도 느낀거지만 말을 이해하기에도 급급해서 정작 이야기 해야 할 부분들을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연구모임등에도 함께 하고 싶은데, 지초가 부족한 나라서 폐만 될것 같아서 못들어가겠어요.

3. 그럼 그냥 혼자 공부해도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대학원에 가겠다는거죠? 그것도 특별히 전공하는 교수등도없는 전공을 가지고 말이예요.
- 이왕에 공부하는거 학위까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는것도 사실이구요.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소망이 있는 것도 같아요. "학생"의 로망이 있는걸까? 돈도 없는게 꿈같은 소리인것도 같지만요. 그리고 대학원에 가면 뭐랄까... 뭔가 좀 더 다양한 것들을 함께 배울 수 있을것 같아요. 내가 혼자 정리하려 애쓰지 않아도 누군가 도와주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구요. 스터디를 해서 공부를 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지금 내 상태를 공부하고 함께 공부할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함께 그 상태를 정리하고 공부하자 하는것도 누군가에게 폐가 될것만 같아서 망설여져요.

4. - 사실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워요. 나의 게으름을 알고 있으니까. 어마어마한 열정을 불어넣어주지 않는 이상 나는 슬렁슬렁 겉만 훑다가 말것만 같아요. 대학원은 새로운 기회잖아요. 새로운 기회 속에 들어가면 뭔가 열정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렇게 혼자 공부하다가는 생각만 하다가 또 허송세월을 보낼것만 같아요.
 
5.  - 응. 뭐든 공부하고 싶은거예요. 어쩌면 그게 미술이여도 좋고 음악이여도 상관이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난 내가 있는 분야에서 더이상 꿀리는게 싫어요. 더이상 입만 다물고 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야 하는게 싫어요. 자존심이 상해가는거 같아요. 그래서 더 이쪽 공부를 하고 싶은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할지 모르겠고, 그래서 일단 "학교"라는 매개체를 선택하려고 하는것일지도 모르겠어요.

6. - 나에게 맞는 "방법"과 "함께할(혹은 처음에 좀 이끌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열정"을 줄 수 있다면, 대학원이 아니라도 괜찮을것 같아요. 그게 솔직한 심정인것 같아요.
2007/03/22 16:31 2007/03/22 16:31


OUTING :   커밍아웃은 아주 오랜 고민 끝에 하게 되는 것이다. 당신
             에게 커밍아웃이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가능한 것이 절대 아니다. 공개적인 커밍아웃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소수자에게 커밍아웃의 상대는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성애자란 사실
             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알리는 행위(‘아웃
             팅’)는 성소수자에게는 지역사회나 노동현장에서 심각한
             사회적 차별을 유발시킬 수 있는 일종의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아웃팅“을 매개로 한 (성)폭력과 금
             품갈취는 물론이고 살해 등의 심각한 혐오범죄로 까지 이
             어질 수 있는 행위이다.

            주변 성소수자의 성정체성을 누구에게 커밍아웃할 지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본인 스스로만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당신이 아웃팅한 사실이 당신에게 커밍아
            웃한 당사자에게 알려지게 되면 그가 당신에 대해 가졌던
            신뢰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

                        -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성소수자 관련 교육 자료중

 사실, 나 스스로를 성소수자라고 규정을 하면서도 이 '아웃팅'이라는 부분에 관해서는 그리 민감해지지 않았던 것이 나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삶의 어느 부분까지 나는 나의 정체성을 '커밍아웃' 할 일이 없었고, 한다고 해도 나 스스로에게도 가볍게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주위의 성소수자들이 늘어나고, 본인들에게는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아웃팅 들을 지켜보면서 점점 더 아웃팅에 대해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나의 감수성 없음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사소했다. 많은 '여자'친구들만 모인 자리. 사실 그중의 대부분이 성소수자임을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랑 @@랑 커플이잖아요'라는 말을 하는 순간 그중의 한 친구가 '저는 몰랐는데요'라고 말을 하는거다. 그러면서 그런게 아웃팅이라고, 좀 조심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뿔사. 모두가 알고 있을꺼라는 것은 순전 나만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설령 그 모임의 99%가 소수자라 하더라도 그 99%가 상대편의 성향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그리고 나머지 1%는 그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수 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간과했었다. 그리고 당연스레 모른다해도, 알게되면 이해할 것이다 라고 내 마음대로 해석을 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어떤 사람과 내가 애인사이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내가 다른 성소수자를 사귀게 될 경우,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그녀/그의 정체성을 동의 없이  남에게 말한다는것은 아웃팅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문제때문에 처음에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녀/그의 삶이 온전히 나와만 연결된 것이 아니고 걸쳐 연결된 이들이나 우연히 알게될 이들 모두가 나/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지 확신 할 수 없는 이상 이 문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난 아웃팅을 당했다. 이사람은 나의 실명만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민주노동당에서 일을 한다고 하니까 '성소수자위원회'인지 알아버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의 오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그사람은 현재 나와 같은 공간에서 책상을 쓰는 사람들도 모르는 내 실명까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어찌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커밍아웃에 대한 생각들을 꽤 많이 하고 그렇게 신경을 안겠다 했으면서도 그부분이 걸려서 (전화받은)모임에는 나가지 않고 있던 터였는데 이런 일까지 생기다니. 아웃팅을 한 사람은 뻔했고, 사람들과 논의를 거쳐 그분께 전화를 했다. 그분(아웃팅 한사람)은 어쩌다 실수로 그렇게 된것 같다면서 사과를 해오셨다. 성소수자 교육을 받으실 것을 제안드리고 끝내긴 했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은 개운하지 못하다.

그들이 내 실명을 알고, 내 사회적 위치를 알고 있다고 해서 나를 해꼬지 할 사람들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또 실수로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내가 원치 않는 사람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어떠한 사람들에게 내가 어떠한 해꼬지를 당할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아웃팅은 간단하게 노출되었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아는 어떤이는 아웃팅이 되어 폭력을 당하기도 했고, 직장에서 쫓겨난 적도 있다. 성소수자위원회로는 아직도 매달 아웃팅을 매개로 협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걸려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안전은 누가 담보할 것인가. 내가 커밍아웃을 했들때, 그건 간단히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것. 그리고 그마만큼 그 사람에게 신뢰를 가지고 이야기 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당신의 말 한마디가, 당신은 그냥 지나가면서 했을 그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에는 커다란 고통으로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2007/03/21 17:47 2007/03/21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