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서 두번째 참여하는 인권활동가대회. 작년에는 다른 소속으로 갔었고, 올해는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의 소속으로, 그리고 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게 된 활가대회라서 조금은 새로운 기분이 아니었나...

* 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참여를 하는것은 이전과는 좀 다른 책임감을 안겨주었다. 마냥 사람들을 만나고 즐기기 보다는, 무언가 하나라도 더 챙기고 뛰어다녀야 할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고, 계속 일한 사람만 일하게 한 것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많이...

* 작년에 지렁이 활동가들이 고민했던 화장실에서의 성별이분화라는 고민을 이번에는 좀 더 확실한 주제토론방으로 가져갔다. 물론 발제는 캔디(혼자 갔으니까;;).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버벅대면서 제대로된 진행은 하지 못했다. 언제쯤이 되면 제대로된 진행을 할 수 있을까. 일단은 사람들에게 성별이 들어가는 공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에는 성공한 듯 하지만, 그것들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구나! 라는 것 이외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것만 같다. 결국은 내가 원했던 것보다는 낮은 수위의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화장실로만 이야기가 한정지어진것만 같아 아쉽다. 그래도! 함께 이야기 나누던 분들의 진지하고 생각에 가득한 눈빛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1년동안 실천해보고 다음 활가대회때 변화 상황을 나눠봐요'라던가 '따로 만나서 이야기 계속해보는것도 좋을것 같아요'같은 말은 나를 즐겁게 했다.

* 아팠다. 그 전전날 밤을 세고, 출발 전날도 거의 잠을 못자다시피 하고 나갔던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어서 였을까. 결국은 온몸의 근육통과 열에 시달려서 첫날 행사는 아무것도 참여하지 못하고 끙끙대며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중간중간 깬 시간을 포함하여 15시간정도를 자버린...활가대회 최장 수면자로 등극하게 되었고, 둘쨋날 아침식사 이후부터는 다시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둘쨋날 저녁엔 역시나 거의 밤을 새고 2시간도 자지 않은채 이밤을 찢고 놀았다)


* 활가대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참 신기하다. 내가 모르는 어쩌면 알고자 하지 않는 많은 일들을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묵묵히 열정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이들. 전혀 맞을 것 같지 않으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마냥 즐겁고 신이난다. 그들의 그런 열정이 나에게 조금씩 옮겨오는 것만 같다. 이번 활가대회때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건 역시 '비당사자'의 활동 참여. 장애인운동을 하는 비장애인활동가, 여성/환경운동을 하는 남성활동가 그리고 성전환자운동을 하는 캔디. 당사자가 아님으로 인해서 해야만 했던 고민들, 캐치하지 못했던 지점들 그럼에도 해나가는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 길지는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힘이되고, 많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다. 응....그렇지...

* 참! KANOS의 K활동가에게 사주봤다. 金이 4개나 있고,木이 3개나 있는, 土가 하나있고, 火랑 水는 무려 하나도 없는 캔디의 사주는 쪼꼼 머리가 아팠다.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말도 있었던가... 머리만 아프다.

2008/02/23 14:39 2008/02/23 14:39

지렁이가 단체명을 바꾸게 되었다.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에서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기존의 회원단체가 아닌, 활동가 중심의 단체로 가겠다는 발표이며, 좀더 다양하고 확장된 활동을 하겠다는 우리의 의지이기도 할 것이다.

아직도 서툴게 걸어가고 있는 우리는 지렁이이다. 꿈틀거리면서, 빠르진 않지만 꾸물꾸물 끊임없이 기어가고 있는 우리는 지렁이이다.

지렁이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매김하면서 부터, 나는 조금씩 달라져왔다. 다시 한번 생각하고, 다시 한번 논의하고, 다시한번 되새기며 성소수자에 관하여 그리고 트랜스젠더에 관하여 고민하게 된다.활동가가 히어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활동가는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거 같아서, 전만큼 쉽사리 뭔가를 지르지는 못하겠다. (그렇다고 내가 안그러고 산다는건 아니다)

활동을 해나가는 것에, 그리고 조금씩이나마 우리의 말을 듣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우리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사람을 보고, 질문하는 사람을 맞이하는것에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단체뿐만 아니라, 활동의 상 뿐만 아니라, 지렁이 사람들에게도 점점 더 깊은 애정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캔디이지만, 또한 지렁이의 캔디이기도 하다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아직도 당사자가 아님에 고민하고, 생각이 부족함에 고민하지만, 그마만큼이나 지렁이에 대한, 이 활동에 대한 나의 애정이 있음에 전보다 조금은 더 안심을 하게 된다.

트랜스젠더, 인권, 인권활동, 활동단체, 트랜스젠더인권활동...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이름들 속에 내가 가야할 길 또한 숨어있을 것이다. 천천히, 조금씩 그렇게 바라보고 걸어가야 한다.

지쳐쓰러지는 일 따위는 이제 없고싶다.

2008/02/10 02:20 2008/02/10 02:20

오늘, 비전을 제시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막막하다.

도대체 이사람이 말하는 비전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난 행복하고 싶어서 활동을 시작했고,

성전환자들의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서 지렁이에 결합하게 되었고,

차별금지법의 7개 조항 삭제가 문제가 있다 생각되어 긴급행동에 결합을 했었다.

하지만, 모든것의 중심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 라는것. 단 하나였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건, 내가 당당하고, 당당한 나를 사회의 시선에서 또한 당당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그런 작은 것이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고 운동을 하는건데, 비전을 제시하란다.

어떤 비전을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무슨 혁명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걸까?

아니면, 활동을 하면서 다른 개인적인 일들을 해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모습을, 방법을 제시해줘야하는걸까?

엄청나게 쏟아져들어오는 질문과 질타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나도 알고 싶다.

도대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뭐길래, 도대체 뭐길래 이런 질문을 들어야 하는것인지.

그냥 그렇게 살고 싶다는 것 뿐인데, 구체적 내용들을 제시해서 확인을 시켜줘야 하는건지.

그냥 내 이야기를 듣고싶다는 말조차 나는 너무 부담이다.


그저 난,

그래, 공부를 하고, 사업들을 계속해나가고, 다양한 활동들을 해가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이나마 바뀌고, 사회구조가 조금씩 바뀌어가는것. 그래서 그냥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게 속 편한거라고 생각하던 그 사람들도 자신에게 좀 더 당당하고 맘 편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꾸는것 뿐인데.

활동이 어디로 튈지, 어떤 것들을 준비해 나갈지, 10년후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난 아무것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자리에서, 짧은 눈이나마 들어서 지금의 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것이,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일이라고 생각한건데, 이런건 비전이 아닌것만 같다.

도대체 활동가로서의 비전이란게 뭐죠?
2008/01/21 02:57 2008/01/21 02:57

밤늦은 시간, 전부터 개봉하면 꼭 보겠다 생각했던 해리포터를 보기위해 상암 CGV로 향했다.

사실 오늘 내내 그렇게 고민하고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상암에 가는 그 순간까지도 해리포터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것이 더 신기할 정도이다.

뉴스에서 보았던 대로, 그리고 여러사람들의 블로그들에서 보았던대로, 홈에버의 그들은 투쟁중에 있었다. 다만 내가 생각치 못했던 것이라면 수많은 닭장차가 그 앞을 가로막고 있어 그렇게 많은 현수막마저 나는 제대로 읽어낼 수 없었으며, 전경들로 둘러쌓여있는 그들을 저 건너에서 지켜보며 들어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암울했고, 우울했다. 저들은 저 안에서 저렇게 싸우고 있는데, 나는 여기서 영화나부랑이나 보자고 왔다는 것인가. 내가 생각한 활동가는 무엇이었으며,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같이 영화를 보러간 M과 한숨을 토하며 들어갈 방도가 없는지 잠시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저 건너에서라도 그들을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그들의 상황은 여전했다. 막혀있는 틈 사이로 피곤한 얼굴을 부여잡고 앉아있는 이들을 보면서,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함께 한다는 것. 싸워야 할것들을 함께 싸워나가는 이들을 지켜보는 일이 이렇게도 가슴이 쓰린 일인줄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분명 예전에도 나는 수많은 곳에서 그렇게 싸우는 이들을 보아왔었는데, 그때는 무심히 그렇게 넘겼던 수많은 일들이 이제는 내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밀려들어온다.

내가 그곳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그 근처에 차마 발길을 돌릴 수 없을것 같다. 나는 속속들이 파고드는 그 죄책감과 고민의 지점들이 나를 콕콕 쑤셔온다.

덧. 그래도 해리포터 보는 동안은 또 재밌다고 봤다;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볼만하더라. 다만, 다음편이 마지막인것은 다행이다. 두편을 더 볼만큼은 더이상 아닌거 같아.

2007/07/13 04:43 2007/07/13 0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