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이야기를 할 때마다 뭔가 내 이야기 실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속이 상하곤 한다.

오늘의 주제도 역시 활동.

동생은 활동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을 한다. 너희가 지금 내어놓은 결과가 뭐냐고도 이야기를 한다. 내가 아직도 활동의 내공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어떤 결과를 말을 해줘야 하는걸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이야기 했다. 동생은 그런 추상적은 결과가 아닌 객관적인 이야기를 원했고, 나는 방송에 성소수자가 나올 수 있게 된것만 해도 많은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 라는 이야기를 건냈다. 동생 왈, 그건 돈이 되기 때문이란다.

 활동가라면 그냥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동생. 왜 정치에서 혹은 사회의 주요 분야에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마이너리티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120%로 일을 해야 하고, 그렇게 인정받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한단다. 국회의원을 나가는게 아니라,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고, 고위공무원이 되어야 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을 이야기 해야 할 것이라고 하는 동생. 그래서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진출해 있지만, 커밍아웃을 해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 힘들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거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원론적인 말들.

지리한 과정.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작게 작게 변화하는 사회를 보고, 그리고 사람들은 하나씩 둘씩 커밍아웃을 할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로 인해서 또 작은 사회의 인식 변화가 생길꺼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으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추구하는 운동을 끊임없이 해나가고 있다라고 난 생각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결과", "객관적으로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요구하는 동생을 보니 막막해진다. 그러면서 "차별받은 사람"을 인터뷰 하고 싶어했다던 기자들이 생각이 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두려워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내 동생은 나를,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을 많이 이해하고 지지해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건지 아니면 내 동생이 바라는 대답을 내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우리가 시민사회단체라고 생각했는데,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시민사회단체라며 차라리 고아원에 봉사활동이라도 다니면서 우리를 드러내라고 하는 동생. 너희는 이익단체라고 말하던 동생에게 나는 할 말을 잃는다. 이제까지 내가 한 일은 뭐였을까. 시민들의 인식범위 내에 들어가 있지 않고, 그 '시민'의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만의' 이익단체인 것인가. 우리는 그 '시민'의 공공의 요구에 대한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은 것일까.

참여연대와 지렁이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인걸까.

뭔가 더 많은 충고를 해주고 싶고, 더 많은 변화와 개혁의 아이디어를 주고 싶은 동생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정말이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았던 그 대화가 내 운동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정말 나는 고착화된 운동에 빠져 있는걸까. 정말 홍보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걸까. 나의 지향은, 내가 가고 있는 길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어디쯤에 있는걸까.
2008/09/08 02:18 2008/09/08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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