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 전부터 개봉하면 꼭 보겠다 생각했던 해리포터를 보기위해 상암 CGV로 향했다.

사실 오늘 내내 그렇게 고민하고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상암에 가는 그 순간까지도 해리포터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것이 더 신기할 정도이다.

뉴스에서 보았던 대로, 그리고 여러사람들의 블로그들에서 보았던대로, 홈에버의 그들은 투쟁중에 있었다. 다만 내가 생각치 못했던 것이라면 수많은 닭장차가 그 앞을 가로막고 있어 그렇게 많은 현수막마저 나는 제대로 읽어낼 수 없었으며, 전경들로 둘러쌓여있는 그들을 저 건너에서 지켜보며 들어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암울했고, 우울했다. 저들은 저 안에서 저렇게 싸우고 있는데, 나는 여기서 영화나부랑이나 보자고 왔다는 것인가. 내가 생각한 활동가는 무엇이었으며,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같이 영화를 보러간 M과 한숨을 토하며 들어갈 방도가 없는지 잠시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저 건너에서라도 그들을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그들의 상황은 여전했다. 막혀있는 틈 사이로 피곤한 얼굴을 부여잡고 앉아있는 이들을 보면서,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함께 한다는 것. 싸워야 할것들을 함께 싸워나가는 이들을 지켜보는 일이 이렇게도 가슴이 쓰린 일인줄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분명 예전에도 나는 수많은 곳에서 그렇게 싸우는 이들을 보아왔었는데, 그때는 무심히 그렇게 넘겼던 수많은 일들이 이제는 내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밀려들어온다.

내가 그곳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그 근처에 차마 발길을 돌릴 수 없을것 같다. 나는 속속들이 파고드는 그 죄책감과 고민의 지점들이 나를 콕콕 쑤셔온다.

덧. 그래도 해리포터 보는 동안은 또 재밌다고 봤다;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볼만하더라. 다만, 다음편이 마지막인것은 다행이다. 두편을 더 볼만큼은 더이상 아닌거 같아.

2007/07/13 04:43 2007/07/13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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