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Thinking 2011/09/08 01:09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네달이 지났다.

살아계실때마냥 문득문득 떠오르는 할머니의 모습이,

참..... 이상하다.

할머니는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표현을 더 할 수 있을까.

나는 할머니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았고, 할머니의 사랑을 받기만 했고,

그냥 할머니의 사랑을 받아먹기만 했다.

그게, 그게 전부였다.

나는 할머니의 가장 사랑받는 손녀였다.

제일 큰 사랑을 받으면서도 더 사랑받고 싶어하던 손녀였다.

할머니가 나이가 더 많이 드신 후 조금씩 동생을 찾고, 동생에게 기대고, 동생에게 애정을 주는 것 조차 나는 질투했었고,

죽은 딸의 아들인 사촌이 눈에 밟혀 주었다던 선물에 질투했다.

할머니가 나만 사랑하길 바랬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다.

할머니의 마지막 말은 내가 왔었냐고 묻는 것이었다고 한다.



난...... 할머니에게 해준게 하나도 없는데,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내 생각을 했단다.


아직도 할머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쏟아진다.


할머니의 인생에 대한 어떤 기억도 공유하지 못한 채,

나는 그저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만 기억한다는 것이 죄스럽다.


할머니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했는지,

아이들을 낳고 길렀는지,

어떤 꿈이 있었는지,

어떤 기쁨과 슬픔이 있었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았는지.............. 하나도 모른다.


보고싶다.

할머니가 많이 보고싶다.
2011/09/08 01:09 2011/09/08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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