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가 단체명을 바꾸게 되었다.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에서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기존의 회원단체가 아닌, 활동가 중심의 단체로 가겠다는 발표이며, 좀더 다양하고 확장된 활동을 하겠다는 우리의 의지이기도 할 것이다.

아직도 서툴게 걸어가고 있는 우리는 지렁이이다. 꿈틀거리면서, 빠르진 않지만 꾸물꾸물 끊임없이 기어가고 있는 우리는 지렁이이다.

지렁이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매김하면서 부터, 나는 조금씩 달라져왔다. 다시 한번 생각하고, 다시 한번 논의하고, 다시한번 되새기며 성소수자에 관하여 그리고 트랜스젠더에 관하여 고민하게 된다.활동가가 히어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활동가는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거 같아서, 전만큼 쉽사리 뭔가를 지르지는 못하겠다. (그렇다고 내가 안그러고 산다는건 아니다)

활동을 해나가는 것에, 그리고 조금씩이나마 우리의 말을 듣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우리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사람을 보고, 질문하는 사람을 맞이하는것에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단체뿐만 아니라, 활동의 상 뿐만 아니라, 지렁이 사람들에게도 점점 더 깊은 애정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캔디이지만, 또한 지렁이의 캔디이기도 하다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아직도 당사자가 아님에 고민하고, 생각이 부족함에 고민하지만, 그마만큼이나 지렁이에 대한, 이 활동에 대한 나의 애정이 있음에 전보다 조금은 더 안심을 하게 된다.

트랜스젠더, 인권, 인권활동, 활동단체, 트랜스젠더인권활동...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이름들 속에 내가 가야할 길 또한 숨어있을 것이다. 천천히, 조금씩 그렇게 바라보고 걸어가야 한다.

지쳐쓰러지는 일 따위는 이제 없고싶다.

2008/02/10 02:20 2008/02/10 02:20

Trackback Address :: http://candyd.com/tt/trackback/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