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제 1회 커밍아웃 데이 기념 행사에 참여를 했다.

그리고 무려 어린 친구들과 함께 커밍아웃 축하를 받았다. 창피했다.

친구가 나오라고해서 무작정 앞으로 나가긴 했지만, 사실 처음엔 너무 창피했다. 나는 "그래도" 정체화를 한지 이미 10여년이 지났고, 사람들에게 내 정체성을 말하는데 많이 망설이는 편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앉아있는 동안 머릿속을 휙휙 지나가는 생각들이 나를 잡아 이끌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걸까?"

난, 바이섹슈얼이다. 양성애자이다.

사실, 나는 내가 좀 창피했다. 남자를 만났다는 것도 창피했고, 그 사람을 사랑했다는 것도 창피했다. 사람들에게 특히 나의 수많은 레즈비언 친구들에게 나는 "남자"를 만났었다. 그리고 "남자"를 사랑하기도 하고, "남자"를 만날 생각도 없지 않다. 라고 말을 하는 것이 창피했다. 아니아니, 무서웠다.

그 폐쇄적인 레즈비언 사회에서, 아무리 나의 친구들이라 해도, 소외될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나의 정체성에 떳떳하면서도 자랑스럽지 못했던것 같다.

난 양성애자다. 나는 남자도 사랑하고, 여자도 사랑한다. 누구도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자랑스럽다.(사실 아직도 덜 자랑스럽다)

요즘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화두로 스스로에게 물음을 자주 던지게 된다.

"누구"라는 단어속에 포함된 그 무수한 의미들을 내가 스스로 파악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07/10/12 17:13 2007/10/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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