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제에 글을 하나 기고했다. 짧은 글이지만, 나의 여성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고백해보는 글. 좀 신랄하다며 고민하기도 했지만 뭐....그래도 난 만족한다능! 여튼 여성영화제가 벌써 코앞!!

참! 이 글은 여성영화제 뉴스레터와  블로그(iwffis.tistory.com)에도 실렸다능!! (아아..창피하다////)


여성영화제를 사랑합니다.(어느 관객의 작은 사랑고백) - 캔디.D

여성영화제에 관객의 바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여성영화제에 관객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관객 그 자체이기 보다는 여성영화제를 만들어나가는 한 구성원이며, 매해 영화제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나의 여성영화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와 사랑고백으로 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나는 관객일 뿐 아니라, 역사.

여성영화제와 나의 인연은 서울에서 ‘비혼 여성’으로 살아내기 시작한 내 삶과 그 역사를 함께 한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와 서울에서의 첫 취직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2개월을 근무한 후 노동청에 신고를 한 후에야 받은 30만원이 외로운 내 독립생활의 처음이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를 추스르기 시작한 무렵 여성영화제를 알게 되었다. 그 봄, 신촌에서 처음 만난 여성영화제는 정말 “봄처럼 찬란한 빛”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활기찬 사람들, 따뜻한 눈빛들, 꼭꼭 씹어서 마음을 배부르게 해주는 수많은 영화들. 아는 사람 한명 없이 혼자 즐긴 영화들이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서울이라는 황량한 공간을 사람이 꼭 한번쯤 살아야 할 공간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 후부터 내 삶은 활개를 펴기 시작했다. 페미니스트 친구들을 만났고, 새로운 직업을 찾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대학원에 입학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의 열정이 폭발하는 시기는 항상 여성영화제의 시작이 있었다. 어느 해에는 참가자로 공연을 하기도 했고, 어떤 해에는 상영되는 영화에 한컷(!)이 나오는 출연자가 되기도 했고, 또 어떤 해에는 영화제의 중심에서 매거진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여성영화제는 매년 나의 1년 계획에 중요한 순간으로 체크되곤 했다.

우피스매니아 예매날짜가 결정이 되면 몇 날 며칠 영화 상영 계획표를 짜고 친구들에게 홍보전화를 돌리고, 예매날 아침 10시를 기다려 모든 계획대로 영화를 예매하는 순간의 희열!, 단 10분의 공연을 위해 오랜 시간을 밤늦게까지 연습에 연습을 하고 공연을 마쳤을 때의 쾌감, 밤새 쓴 원고를 넘기고 사람들이 내 기사를 읽는 순간을 기다리는 순간의 긴장.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영화제가 폐막이 되고 일 년이 지나 다시 여성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순간의 두근거림. 이것이 내가 사랑하는, 자랑하는 여성영화제이다.

이렇게 나는 여성영화제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고백한다. 아주 쑥스럽고 민망하기 그지없음에도 이런 열렬한 사랑을 고백하는 이유는 너무 사랑해서 그동안 하지 못한, 하지만 꼭 해야만 했고 이야기해야 할 것들을 이제는 털어놓고자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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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영화제가 100% 만족스럽지 않다.

물론, 세상의 어디라고 나의 입맛을 100% 만족 시켜주는 곳은 없다. 하지만, 여성영화제에 대한 불안 그것은 입맛과는 좀 다른 무언가가 있다. 여성영화제는 ‘여성’ 영화제로서의 어떤 가치와 강점이 있는가? 우리는 어떠한 가치와 목적을 여성영화제에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여성영화제는 나에게 뭔가 부족함을 주기 시작했다. 아마 이것은 내가 여성영화제에 좀 더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서 보게 되기 시작한 점들일 것이다.

여성영화제가 매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말하지 않아도 보이고, 느껴지는 명확한 사실이다. 매해 영화제는 점점 더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다양한 여성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려 노력하고 있다.(이런 점에서 작년부터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하고 있는 정기상영회는 정말 지지하고 격려하고 싶다!)

그래서 매해 영화제의 영화들은 나에게 만족감과 행복, 그리고 고민거리들을 전해준다. 그런데, 점점 더 개개의 영화들보다는 전체 여성영화제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여성’, ‘영화제’에서 항상 나는 ‘여성’에 더 방점을 찍어 왔다. 그런데 여성영화제는 점점 더 ‘영화제’에만 방점을 찍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느낌을 준다. 여성영화의 혹은 여성의 무언가를 더 이야기 한다기보다, 그저 매년 개최되는 ‘영화제’의 ‘개최 그 자체’가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수많은 여성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여성의 정체성, 여성의 삶, 여성의 현실, 그리고 여성주의 영화들이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지만, 그 영화제를 꾸려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 여성영화제의 어떠한 정체성에 동의하고 있는가? 이 여성영화제가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이해하는가? 라는 부분에 끊임없이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런 의문은 작은 자막 번역 하나에서, 감수성 없는 통역에서, 혹은 자원 활동가들의 작은 실수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일일이 무언가를 지적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소소한 부분들 때문에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애정의 기운이 빠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실수들은 전문가의 영입이 어렵다거나, 예산이 줄어들고 있거나, 자원 활동가들의 교육이 덜 충분했다거나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정말 그냥 그 순간의 실수였을 수도 있다. 그저 한순간의 실수였다면 다음해에는 더욱 긴장을 하고 고쳐나가면 되지만, 혹시나 정말 예전 규모의 영화제를 하기 힘든 상황이 온다거나, 여성영화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었다거나, 사람들이 여성영화제를 ‘무사히 개최하는 것’에만 집중하기 시작한 거라면 우리는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을 그때의 마음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고 하는 캐치프레이즈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여성영화제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영화제를 만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했고, 또 나누고자 했던 그 하나의 마음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많은, 다양한 영화를 보여주기보다, 더 적은 수의 영화를 보여주더라도 더 많은 감수성을 공유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여성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 크고 화려한 여성영화제가 당장 되지 못하더라도, 관객 개개인의 소소한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일 수 있는 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여성영화제는 4월 7일에 시작된다. 올해의 나는 영화제의 어느 곳에서 영화를 즐기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분명 나는 올해도 여성영화제에 열광 할 것이고, 동시에 또 이런저런 비판을 던질 것이다. 이것은 여성영화제에 대한 사랑이고, 동시에 사랑하고 있는 나를 아끼고 건강하게 키워나가고 싶은 나의 작은 다짐이다.

2011/03/03 00:43 2011/03/0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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