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늘 언제 커밍아웃을 할 것인지, 어떻게 엄마에게 이야기 할 것인지에 대해 긴장하고 고민을 하곤 한다.

그래서 고민끝에 만들어낸 전략은 친한 비혼 친구들과의 미래를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 것.

이건 꼭 애인과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비혼으로서의 나의 미래 비전을 엄마에게 이야기 함으로써 엄마가 딸이 결혼을 안해도 덜 걱정하도록 하겠다는 나의 고도의 전략이다.

아래는 엄마와의 대화.

"엄마 나 **랑 나중에 같이 살라고"
(왜 그러는지 궁금해함)
"나중에 귀농할껀데, 여자 혼자 귀농하면 사람들이 좀 그러기도 하고 그러니까 같이 할 친구가 있음 좋잖아. 근데 **는 나보다 농사도 잘 짓고 말도 통하고 그래서 같이 귀농하려고"
(약간 수긍)
"응 당장은 아니고 나는 한 10년 안에 하려고 하는데, **는 이것저것 하고 나면 한 15년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일단 같이 살면서 땅이랑 살 돈도 같이 모으고 그럴꺼야"
(그래도 둘 다 결혼해야 하는거 아니냐며-_-)
"됐어. 결혼 안하고 살 친구야. 얘 말고도 결혼 안하고 살 친구들 주위에 넘치거등. 우리동네에 혼자 사는 친구도 많고 같이 사는 친구들도 많아. @@랑 %%도 지금 같이 살잖아. 엄마 전에 봤지 그 친구들? "
(혼자 사는 친구들과 나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
"그래서 의료생협도 하는거고, 언니네같은 단체도 있는거고, 나도 지금 내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거야. 노후 보장은 의료생협이 있어 걱정마! (라며 슬쩍 엄마에게 생협 가입도 권유)

(갑자기 애인을 어디서 만났는지 궁금해 하기 시작)
"언니네에서 만났잖아. @@랑 %%보다 1년정도 나중에 만났어. 근데 농사 하면서 급 친해졌지 뭐"
(애인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 기본적 정보는 알고 있음)
"응 아직도 같은 일 하지. 왜 별명부르냐고? 이름이 AA인데, 부를때 AA야! 하기도 좀 그렇고 AA씨! 도 이상하고-ㅁ- AA언니는 왠지 싫어;;;; 본인도 언니라고 불리는거 싫다고 하고. 그러니까 **라고 부르는거지 :) 주위 친구들도 다 서로 별명부르잖아"

......

뭐.... 엄마한테 10여년을 결혼안한다고 이야기해왔고,
(엄마 생각에) 결혼할 뻔한 상황도 한번 지냈고,
나의 의지가 너무 확고해 보이니
이제는 엄마가 심각하게 결혼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뭐;; 전에도 그렇게 심각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엄마가 결혼을 이야기 하기 이전에 비혼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 친구들이 얼마나 건강하게 즐겁게 "잘"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해나가고 있는지, 이 친구들에게 내가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비혼으로서의 삶이 절대 불행하거나 외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엄마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듯 하다.

아..말이 또 옆으로 샜구나.

여튼 그래서 비혼 친구와 애인의 미묘한 경계를 타고 서서 나는 엄마에게 늘 커밍아웃아닌 커밍아웃을 한다.

이 친구와 미래를 함께 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늘 풍기고,
이 친구가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 어필하고,
얼마나 배울 것이 많은 친구인지 어필한다.

엄마는 나에게 그 친구가 빨리 결혼해야 나도 보고 부러워서 결혼할 것이라고 말을 하거나,
그래도 그 친구가 결혼하면 어쩔꺼냐고 말을 하거나,
그 친구가 참 좋은 친구라고 응대해준다.

아마, 엄마도 **가 내 애인이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거의 애인에 준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듯 하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계속 어필하고 즐겁게 잘 지내는 것 뿐.

이번에 엄마가 다쳐서 내려갔을때도, **가 엄마 걱정했다는 이야기도 하고, 사골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돌아와서 피곤해보이는 나와 맛난걸 먹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은 우리 엄마에게도 중요한 사람이었으면 한다.

자... 이제는 또 어떤 전력을 또 짜볼까?


2011/09/12 00:13 2011/09/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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