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속삭임.

something 2008/06/24 23:34
집은 어수선하고, 기말보고서는 아직도 끝나지를 않고, 마음은 계속 심란하기만 하다.

몸의 속삭임이 듣고 싶다.

아무말 하지 않고, 그냥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있거나, 따뜻한 팔안에서 느껴지는 체온이나, 말캉한 입술의 느낌이나...그런거.

지난번 상담에서, 그사람과 접촉하지 않기위해 할일 5가지를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핸드폰 번호를 잊어버리는 것. 싸이를 보지 않는 것. 누군가에게 하지말라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 관련된 사람들과 의도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는것. 그리고 생각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없애버리는 것.

그사람의 이전 핸드폰 번호가 가물가물해지기까지 3년이 걸렸다. 잊어버리는게 아니라 가물가물해지기 까지.
예전에 좋아했던 친구네 집 전화번호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더이상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나는 그 사람의 많은 것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함께한 시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일줄은 정말 몰랐다. 그 사람의 말투도, 그 사람의 눈빛도, 그사람의 작은 행동하나하나도 난, 기억이 나버리곤 한다. 만난 시간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면 나는 얼마나 더 오랜 세월을 그사람의 환영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힘들어하는 나에게 그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나보다 더 좋은 사람 꼭 만날꺼야."라고 말을 해줬다. "그러게 왜 그만만나자고 했냐"는 소리도 했었다. 오빠가 "나만한 사람 만나기 힘들지~~"라고 하면서 웃어버렸다면 나도 그냥 웃고 말았을 수도 있는데....

엉엉 울어버린 나와, 눈물섞인 키스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오빠가 잊혀지지 않는다.

무엇도 두렵지 않았던 그때가 그립다. 나를 위해서라면 욕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걱정과 긴장을 무릅쓰고 엄마를 찾아가 함께 여행을 가게 해달라고 말했던 오빠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만큼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그리고 내가 사랑할 사람이 나타날까. 남들처럼 멋진 이벤트를 해준 적은 없지만, 기념일한번 제대로 멋지게 챙겨주진 못했지만, 그만큼 나를 위해줬던 사람.

생전 처음으로 일상의 편안함이 뭔지 알게 해줬던 사람. 항상 불안에 떨던 나를 안정시켜주고,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을, 잘 할꺼라는 말을 수백수천수만번을 해줬던 사람.

행복할땐 자랑하고 싶고, 힘들땐 다시 기대고 싶어져서....그래서 자꾸 생각나는 사람.

어쩌면 계속 연락하지 못하고, 연락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 더 큰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집에 살게 되고 처음으로 생각이 났다. 아...오빠가 뒤에서 안아줬으면 좋겠다. 열심히 기말보고서 쓰고 있는 내 뒤에서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캔디 힘내!를 외쳐줬으면 좋겠다...(분명히 침대에 뒹굴거리면서 게임방송이나 보고 있겠지만...ㅋㅋ)

외로운게다. 방금 확인해 봤는데, 연애를 안한지 100일정도가 지났다. 이번엔 연애안하고 버티기 기록을 깨볼까? 연애 시작 후 가장 연애 오래 안한 기간이 7개월이었던거 같은데-

홀로 즐기고, 혼자 당당하고, 혼자서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더이상, 외로움에 침전되지 말자. 나는, 외로워 할 시간도 없는 사람이다.
2008/06/24 23:34 2008/06/2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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