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레즈비언. 2008-04-14 오전 12:28:49

요즘 한창 정체성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혹시 나는 "명예레즈비언"인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속해있는 세계에서, 내가 느끼기에) 레즈비언은 권력이다. 나도 사실은 레즈비언이고 싶을 때도 있고, 온전히 레즈비언의 세계에 속하고 싶기도 한거다.

그 생각이 유난히 더 많이 들어버린건, 오늘 남는 시간에 아트레온에서 하는 공연을 보면서 모 그룹의 기타치는 사람이(남성으로 보였다) 멋있다고 생각하면서였다. 그동안 언젠가를 기점으로 그다지 불특정 남자들에게 관심이 가지 않았던게 사실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남자 이야기는 잘 안하려고 했었는데.. 여튼. 오늘 본 기타놈은 수염이 부시시하게 길러서 나름 섹시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스스로 '어이! 정신차렷!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어버린거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저 사람이 섹시하다면서 킬킬댈 수 없어! (레즈비언)친구들은 털많은 남자가 좋아요~ 라고 한다면 이해하지 못한다구!!' 라는 내 멋대로의 결론을 내려버린거다.

나는 바이섹슈얼이라고 늘 떠들고 다니고, 나름 당당하게 말하려고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공유할 수 없고, 공감받을 수 없으면 대화를 할 수 없음을 두려워해서 어쩌면 난 레즈비언들보다 더 남성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스스로는 편협하지 않게 모든 성을 사랑해야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레즈비언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긍정하지만, 스스로 부정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바이섹슈얼이고 바이섹슈얼인게 좋지만, 레즈비언이 되고 싶기도 하다.

2008/04/14 00:25 2008/04/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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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의택배 2008/04/14 01:38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바이섹슈얼인 제 친구 중 한명이 그에 대해 말 하던 게 생각나요. 그런 작은 퀴어 사회에서도 바이섹슈얼을 '박쥐'와 같은 존재로 보는 게 있는데, 그 주된 이유가 '원할 때 이성애적인 권력사회로 편입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인식 때문이라는데 그건 불안한 레즈비언의 위치와, 그들이 소수자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나온 일종의 '부러움' 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바이도, 레즈도 아니지만(물론 그렇다고 해서 말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어떤 말을 덧붙일 수 있을 지 전 아직은 좀 더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엘 워드> 의 티나도 생각나네요.

  2. 재이 2008/04/24 05:16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바이섹슈얼들은 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싶네요.
    말주변이 없어서 표현은 힘들지만...가끔은 성적 취향이 "스펙트럼"이 아니라, 각각의 사람들이 종류에 맞게, 분명하게 딱딱 나눠지는 "칸막이" 형식이었다면 편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지금 제 자신이 좋지만- 꿈의 택배님의 말처럼, 그리고 캔디님의 말처럼 많은 생각이 드네요..

    우연히 들렀다 덧글 남기고 갑니다..^^

    • 캔디.D 2008/05/02 10:04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그렇게 나눠진다면....사람들은 어쩌면 덜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렇게 딱딱 나눠진 세상은 너무 재미없잖아요! ^^; 덧글 감사합니다.

  3. James 2008/07/29 13:37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Nice

  4. 비밀방문자 2009/11/09 21:07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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