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을 이끌고, 명동성당앞을 찾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꼭꼭 옷을 여민채 앉아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웃음을 나누지만, 그 웃음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누구 말대로 참 우스웠다.

고작 한두달 전에 우리는 인권위 앞에서 항의 집회를 했는데,

인권위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명동성당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밤.

모든것이 고요한 가운데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간다.

처음 해보는 노숙이 어색하고, 밀려들어오는 추위에 어쩔줄을 모르면서도

사람들은 도통 돌아가겠다는 말은 하지도 않았다.

즐겁게 웃으면서 추위를 막아줄 박스를 주워오고, 김장비닐이며, 침낭이며를 바리바리 쌓아올리며 어떻게든 추위를 줄여보고자 할 뿐이다.

하얗게 김이 서릴 비닐을 바라보노라니, 괜시리 또 울컥 한다.

행복하기 위한 길.

그래, 행복하기 위한 길이다. 그 길을 위해 우리는 이런방법마저도 마다하지 않는것일게다.

여기서 나는 그저 이 싸움이 빨리 끝나기를, 그리고 끝난 후에 우리가 함께 웃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새벽 두시...모두를 놔두고 돌아서는 길은 사실 그리 편하지 않았다...)
2008/01/29 00:25 2008/01/2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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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노는 사람 Play In 2008/01/30 09:59 삭제

    Subject: kabbala의 미투데이 - 2008년 1월 29일

    “솔직히 말해서 ‘다함께’ 이것들은 동지도 아니고 같은 당을 해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 박노자(Владимир Тихонов)의 ‘다함께’ 지지글에 달린 댓글 중에서 2008-01-29 07:26:08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