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냥이 아프다.

Diary 2009/06/29 19:39
기말 보고서를 쓰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눈떠보니 벌써 아침.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방 밖으로 나가보니, 이건......정말 난리가 났다.

집안 가득한 구토의 흔적. 게다가 '붉은빛'

꿈냥인지 둥냥인지도 모르고 애들을 쫓아다니면서 '누가 그랬니? 누가 아프니?'를 묻고 있는데,

갑자기 구토를 시작하는 둥냥.

9시도 되기 전에 병원에 전화를 걸어 선생님한테 SOS를 치고 선생님이 출근하자 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미 내 맘 속엔 기말보고서도, 상담실도 회의도... 오늘 스케쥴 따위는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던 상황.

가자마자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를 하고, 피검사를 한 후, 수액을 맞기 시작했다.

탈수가 5%정도 진행됀것 같다는 말에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다 나때문인것만 같다. 아니, 나때문이다. 그냥 길에서 살게 놔두었더라면, 데리고 왔을때 빨리 누군가에게 입양을 보냈더라면, 꿈냥이가 더 어렸을때 중성화 수술을 했더라면, 꼬물이들이 태어난 후에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분유수유를 했더라면....

그러면 둥냥이가 안아프지 않았을까?

둥냥이를 급히 입원시켜놓고, 배를 곪을 꼬물이들 생각에 다시 집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이녀석들은 엄마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고 지들끼리 논다. 분유를 타줬지만 역시 실패. 이넘들은 엄마의 젖 외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고급입맛.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다시 병원으로 달려가 보니 다행히 둥냥이는 조금 나아진 듯 했다. 첨에 링거를 맞기 시작할땐 거의 미동도 안하던게 선생님이 입원실에서 데리고 나오려는데 하악질을 한다 .

피검사 결과는 무난(?). 간의 몇몇 수치가 좀 높아져 있는 부분만 신경을 쓰면 될 거라고 하시며, 구토는 아마도 급성위염이나 위궤양인거 같다는 진단을 내려주셨다. 무려 일주일이나 먹을 약과 함께 둥냥이는 퇴원했다.

그리고....우려했던 대로 이녀석은 돌아오자마자 요양을 하지못하고 있다.

둥냥을 보자마자 꼬물이들은 울어대기 시작했고, 둥냥은 외면할까 고민을 하더니 결국은 또 젖을 물린다. 이녀석의 끊임없는 모성엔 정말 혀가 내둘러질 정도. 꼬물이들이 미워진다.

둥냥이는 요즘 뼈만 앙상하다. 게으른 가족과 함께 사는 덕분에 고기미역국 구경도 못한 둥냥. 이번 주에는 어떻게든 살코기라도 해줘야겠다 싶어진다.

그리고, 아가들한테 미안하긴 하지만, 두달이 넘으면 새로운 가족을 찾아줘야겠다. 이러다가 모두 함께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득해지고 있다.

둥냥 힘내자.
2009/06/29 19:39 2009/06/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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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저 2009/06/30 00:26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힘내자. 괜찮을거야.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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