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생

Thinking 2008/04/22 02:22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내가 얼마나 동생 자랑질을 (그리고 흉을) 보고 다니는지.

연년생인 내 동생은, 내 친구고, 오빠고, 최고의 지지자이다.

나는 이놈을 '아들'혹은 '윤또깡'이라고 부르며, 몇년간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뭐, 별다른 이유는 없다. 울엄마 아들이니까 아들이고...윤또깡은 도대체 왜 만들어진건지 기억도 안난다.

이놈과의 질긴 인연은 장장 곧있으면 30년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몇십년은 더 지속되겠지.

처음부터 내가 동생과 친했던건 아니다. 이놈은 늘 지능적으로 나를 괴롭혔던 놈이었다.
통화하는거 도청하기,내친구 신발에 본드 뿌리기등은 정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고, 누워있는 내 귀에 기억도 나지 않는 사악한 말들을 지껄여서 내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도망간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놈의 방 앞에 식칼을 꼽아두며 죽여버리겠노라고 다짐을 했었다.
(물론그 외에도, 내가 실수로 수영장에서 동생을 죽일뻔 한 사건도 있었으나, 그건 살고자 하는 본능에서 동생을 밟고 올라선 것일 뿐이다.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
중학교 어느땐가는 가출하려고 짐을 챙겨나가다가 동생에게 '질질'끌려 집으로 귀가한적도 있다. 나는 동생을 싫어했고, 재수없는 놈이라고 여겼었다. 적어도, 고등학교 초기까지는 그런식이었었다. 나는 그랬다. 하지만, 동생은 늘 나를 자랑스러워했고, 어디에가도 "우리누님" 자랑 말고는 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동생에 대한 나의 감정이 달라지기 시작한건, 아마도 고3 이후였던거 같다. 동생은 어디서 났는지도 모를 돈으로 나에게 100일반지를 해줬다. 노래를 만들면 내 앞에서 제일 먼저 불러줬고, 글을 쓰면 제일먼저 나에게 보내서 감상을 물었다. 지리한 짝사랑을 하면서도 나에게 의논을 해 왔었다.

아빠랑 싸우고 울면서 전화를 했을때는 모든일을 뒤로하고 달려와서 나와 함께 울어주던 동생이었고, 군대에 가면서 서울로 상경한 누이에게 백여만원이 든 통장을 건네주던 동생이었다.

가족과 나는 다른 존재라고 믿어의심치 않던 나에게, 동생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뭣때문에 이놈은 엄마보다 더한 사랑으로 나를 감싸주고 지지해줄 수 있는건지 나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놈의 나에대한 지극정성은 끊이지 않았고 언젠가부터 이놈은 나의 '사랑하는 동생'이 되어버렸다.

내 사랑하는 동생의 목표는 "취직"이다. 모두가 욕심내는 곳에서 욕심내는 공부를 하면서도 이놈은 졸업하자 마자 취직을 하겠다고 한다.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서포트하기 위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절절한 애정을 가진 이녀석.

작년 설즈음에 동생이 전화를 한번 한 적 있다. 아무말 말고 망원역으로 나오라길래 갔더니 지하철역 안에서 손만 뻗어서 나에게 십만원짜리 수표를 쥐어주고 손을 흔들면서 가버렸다. 하루 종일 작업을 하고, 또 빈시간에는 일을 하고, 그렇게 번 돈을 엄마에게 그리고 나에게 쥐어준다. 십만원으로 한달을 산다고 말하던 동생에게 그때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난 끊임없이 이녀석의 애정을 이용하고 요구를 한다. 돈을 벌어서 나를 도와야 하고, 내가 애를 낳으면 양육비를 대야 하는것도 동생임을 주지시키는 것에 나는 여념이 없다. 고작해야, 가끔가다 먹을꺼나 사주고 돈만원 쥐어주는것에도 생색을 내면서 나는, 고작 나는 아직도 그런식인거다.

그런 내 동생. 너무 착하고 착하기만 한 내 동생......

오늘은, 동생 앞에서 눈물을 쏟아버렸다. 동생이 하고 있는 모회사 인턴과정에서 이녀석이 정말 엄청난 기획안을 써낸 모양이다. 그 엄청난 평가를 담담히 말하면서 그 사람이 "졸업해서 뭐할꺼냐"라고 묻는 말에 "어디든 취직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는 동생이..무엇을 하고 싶다 말해도 지지 받았을 그 자리에서 그렇게 말을 해버린 동생이 대견하고 사랑스러워서..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한 내가 너무 미안해서 엉엉 울어버렸다.

그녀석은 끊임없이 나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지지해주고 있는데, 나는 고작 해줄 수 있는게 이녀석 몸뉘일 방한칸 주는 것 뿐이라는게 순간 너무 서러워졌다.
그 샘솟는 재능을, 열정을, 노력을 서포트해주지 못하고 있는 내가, 그냥 말로만 잘하고 있다 열심히 해라 라고만 하는 내가...너무 서러워졌다.

난, 그만한 애정을 받을만한 존재인걸까. 절대적 애정이라는 엄마의 사랑과도 비교가 안될만큼 정말 큰 사랑을 받고 있음을 절절하게 느낀다.

집에 들어올때마다 동생은 어미새마냥 먹을 것을 사오고, 청소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결과물들을 나에게 보여주고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그런 동생에게 난 그냥 대답이나 해주는 식이다.
저녁한번 먹자는 전화에도 스케쥴때문에 오늘은 힘들다는 소리만 해대는 누나이다.
간만에 내가 사온 간식을 먹으며, 동생은 오늘 저녁을 먹지 못했다고 하면서 내가 사다준 유부초밥 한개에 너무나 행복해했다.

괜히 눈물이 막 난다. 또 며칠밤을 새워가며 작업을 할 녀석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앞으로도 아마 동생은 나의 서포터일 것이고, 내가 여자친구를 사귀면 같이 술을 마셔줄꺼고, 발제문에 머리아파 하면 조언을 아끼지 않을꺼다. 그리고 난, 그저 이녀석과의 대화에서 웃어주면서 그녀석이 꿈꿨던 남매 영화사를 차리지 못함을 미안해하겠지. 그냥, 그렇게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끊임없이 기대가면서 그녀석의 그늘아래서 쉬고 있겠지.

자랑스러운 나의 서포터. 나의 백그라운드.

고맙고, 사랑한다. 내동생.

2008/04/22 02:22 2008/04/22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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