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보고회에 참여를 했다가 친구로부터 "캔디는 지렁이 활동을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 순간 몸이 단단하게 굳어지는 걸 느꼈다. 그 기분이 더욱 생생해진것은 다른분의 "저도 받아주실껀가요?"였던가..여튼 그런류의 농담조의 말.

모든 말의 바탕에는 "지렁이는 원래 당사자만 있는 단체 아닌가요?"라는 말을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적어도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항상 딜레마일 수 밖에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당사자가 아닌 나"와 지렁이. 다른 대부분의 성소수자 단체들이 거의 당사자들을 활동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스레 지렁이도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단체는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 문제이다. 나는 그저 이 단체의 취지에 동의하는것이고, 단체의 운동방향에 동의하는 것이고(뭐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긴 어렵다) 이 단체의 사람들과 단체에 있는 내가 즐거워서 활동하는 것 뿐인데. 다른 단체의 사람들도 다 그런거 아닐까? 지렁이만 뭔가 특별한 단체인 것은 절대 아닌데, 이야기를 꺼낼때마다 나는 순간 뭔가가 죄스러워지고 조심스러워짐을 느낀다.

그들 말대로 나는 당사자가 아닌데, 당사자만큼이나 이해할 수 있는것일까? 당사자들만큼이나 절박함을 느끼고 있기는 한 것일까?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

"있고 싶으니까"라는 말만으로 설명해서는 안되는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로도 글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이 기분이 나를 너무 답답하게 한다.
2007/10/11 00:25 2007/10/1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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