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친구 S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원래는 학교 근처에서 볼 생각이었는데, S가 뮤지컬을 보자며 시청역으로 오라는 것. 이런 횡재가! 나는 S가 서울플라자호텔(?)에서 하는 뮤지컬 표라도 얻은줄 알고 완전 신나게 시청으로 고고씽.

하지만, 그곳에서 날 기다리는 건 그 이름도 찬란한 하이 서울 페스티벌.

찜찜했다. 찜찜해서 미칠 것 만 같았다. 엊그제면 5월 4일이던가. 여튼 메이데이와 촛불 1주년 등등등으로 집회가 계속 있은 후 였고, 그 전날에도 경찰이 사람을 개패듯 패는 동영상을 보고 충격에 휩싸여 있던 나에게 이런 행사가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하늘에 매달아 놓은 천은 왜 이리 많으며, 카메라는 몇 대에, 무대도 두개에 화면도 세개에 화면에는 글씨도 막 나오고....(저 돈 절반만 인권증진에 써보라지...)

마냥 즐거워 하는 사람들에게 화가나기도 했던거 같다. 왜 저들은 저렇게 웃고만 있는건지, 어떻게 저렇게 마냥 즐거울 수 있는건지....

그 생각이 약간이나마 바뀌게 된건,

공연을 하고 있던 사람들의 웃는 모습과, 즐거워 하는 관객들의 모습때문이었다.
여튼, 어떤 이유로든, 어떤 방법으로든, 어쨌든간에,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있음에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고, 즐거운 공연을 볼 수 있음에 즐거워 하는 관객이 있었다. 서울 시민을 위한 페스티벌이라고 하니, 여튼 몇몇 시민일지언정 즐겁긴 한가보다 라는 생각에 그냥, 그냥....찝찝하지만 즐겨야지라고 생각하게 된 듯 하다.

그래서, 뮤지컬 나잇을 즐겼다. 사카고부터 맘마미야까지. 웃으면서 봤다.

그리고 친구와 즐겁게 닭도 씹고, 이야기도 나누고, 집에도 잘 들어왔다.

분명 즐거웠던 날이었는데, 왜 이렇게 아직도 찝찝한걸까.

여전히 이빨을 백년동안 안닦은 느낌이다.




덧. 하이서울페스티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항의의 글이 하나 올라와 있다. 5월 6일 공연했던 팀중에 윈디시티라는 팀이 용산과 정부관련 발언을 했던 모양이다. 노래를 제대로 마무리도 못짓고 마지막 멘트도 못하고 공연이 끝났다고 한다. 다시 허탈해졌다. 결국 그들의 축제는 내가 기대했던 몇몇 시민이나마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몇몇 시민이 즐기는 모습을 만들어 보여주기 위한 축제였나보다. 젠장.





2009/05/07 21:08 2009/05/0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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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화 2009/05/12 01:14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와씨. 윈디시티에게 그런일이ㅠㅠ
    그 밴드 정말 몹시 매우 처절하게 열광인 거입니다ㅜㅠ
    2006년 격정의 밤에 내 사랑은 시작된 거였지.. 황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