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양말

Thinking 2009/01/12 14:20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은 싶은 날은 구멍난 양말을 신는다.

양말에 난 구멍으로 어색하게 나오는 발가락이 우습고 창피하기가 그지없다. 게다가 온전하지 않아서 어색하고 불편하기까지 하다.

구멍난 양말을 신고 있으면, 걸을 때도 앉아있을때도 끊임없이 발을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어떤 약속자리도 편하기 앉아있지 못하고 집에 빨리 돌아가게 되곤 한다.

처음엔 구멍난 양말과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음을 연관짓지는 못했었다. 그저, 당연히 창피해서 그러려니 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도 난 의식적으로 구멍난 양말을 신었다. 발바닥에 구멍이 난 것은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박혀서 아려오니까 발가락에 구멍이 난 것이 좋다. 너무 크게 난 것은 튀어나올 염려가 있으니 나올랑 말랑 한 것으로. 그리고 오늘은 집에 빨리 돌아오겠노라고 결심을 했다. 따뜻한 방 안에 온 몸을 묻고 몸과 마음을 노곤노곤하게 지져주고 싶다.

요즘의 나는 지쳐있고, 새로운 기운을 필요로 한다.

구멍난 양말은 어쩌면, 나를 쉬게 만들려는 무의식의 확장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여전히 이 양말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09/01/12 14:20 2009/01/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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