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기

Thinking 2007/04/11 16:17
요즘 내 생각의 상당히 많은 부분은 관계맺기에 있다. 지나간 사람에 대한 관계, 지금 현재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앞으로 만날 사람들과의 관계.

어젯밤, H씨와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괜찮은 친구를 만나러 가게 되었다. 내가 좀 더 친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이어서 늦은 시간이었지만, 꼭 보러 갔던 길이다. 그런데 그분을 만나러 가는길에 H씨가 물었다. "난 뭐라고 하지?"(정확한 말은 이건 아니지만 대강 이런 맥락이다)
 
H씨와의 관계 설정은 나로써도 참 난감하고 머리아픈 문제이긴 하다. 공식적으로 H씨는 나의 "파트너"이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소개되기를 원한다. 지난 월요일 여성영화제 섹션 포럼에서 우연히 만난 H씨의 친구에게 H씨가 나를 "민주노동당..."이라고 했을때, "그렇게 소개 안하면 안돼요?"라고 말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결국 H씨는 그분에게 나를 "파트너"라고 소개를 했다.
 
  트너라는 의미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 가을 이후 우리는 쭉 "공식적인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관계를 모든 애정관계와 엮어서 생각하기엔 약간 어폐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관계 설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을때, 제일 걸린 부분은 역시 H씨였다. 여하튼 H씨는 나의 파트너이고, 난 그 사실을 숨기거나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H씨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새로 누군가를 만날때, 나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걸까.

1. 전 지금 파트너가 있지만, 연인과는 좀 다른 관계예요. 저와 연애하시겠어요?
2.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사실 사회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때, 나는 바람을 피우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H씨도 나도 서로가 연애를 한다면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다. 상처는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상대편이 바람을 피운다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로인한 상대방의 부재에 상처를 받는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걱정이 되는 건 누군가를 새로 만났을때, 그 상대방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이다. 이해(?)를 해줄 사람을 만난다면 좋겠지만, 연애란 사람의 상호적 감정 교류이기 때문에 나의 감정이 상대편이 원하는 만큼 가주지 못한다면 나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되어버리는 꼴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나에게 H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라면 그건 또 싫은 것이다. 참 이기적이다.
 그렇다고 숨길 수는 더더욱 없다. 이 좁은 판에서 H씨와 나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사실 상당히 많고, 사람들의 말이란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서로간의 문제만은 아닌듯 하다. 나와 얽힌 수많은 관계들, 그리고 상대방과 얽혀있는 그 관계들이 다시 얽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쉬운 관계란 존재할 수 없으며 진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일까. 어떤것이 가장 현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인 것일까.










2007/04/11 16:17 2007/04/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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