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갓.

친구와 홍대를 거닐다가 내가 누구를 봤게?

무려 우리 "큰아버지씨"를 만났다. 그것도 내가 늘상 다니는 길목 앞에서.

어색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근처에 산다는 말을 우물우물 하는 나에게, 큰아버지는 어디서든 열심히 살라는 말을 하고, 큰고모 아들이 얼마전에 다녀갔다는 말을 하면서 나에게 용돈을 내밀었다. 그리고, "상수역"에 사무실이 있다는 사실을 명함과 함께 알려왔다.

젠장.

반갑고 기분 더럽고 그딴거 다 필요없이, 내가 느낀건 사실 하나였다.

"홍대서도 맘대로 담배 못피우겠구나"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서울에서 내 맘대로 지낼 수 있었던건, 그래도 캔디는 어디서든 "반듯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어른들의 암묵적인 믿음때문이다. 하지만 그 믿음이 깨어지는 순간, 나는 아마 질질 끌려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기대치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내 몫을 하고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눈은, 저 멀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들의 기준"대로 살아내는 모습을 나는 보여야만 하는 것이다.

서울에 올라온지 2년 반. 3년이 되기 전에 큰집에 얼굴을 한번 비춰야만할 것 같다.

아- 귀찮아.
2007/10/15 23:34 2007/10/1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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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름 2007/10/16 11:44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전 오프라인에서는 아니지만 온라인 블로그에 가족들이 와볼까봐.. 불안불안 한답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알게 되서.. 그곳을 통해서 어찌 어찌 오지 않을 까하는 두려움이랄까요..

    • CandyD 2007/10/16 15:35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저도 그런적 있어요. 아버지가 제 본명으로 검색을 한적이 있다는 말을 듣고 블로그를 닫았던 적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