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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비싼 돈을 주고 뮤지컬을 봤다.

My Fair Lady. 나한테는 꽤나 각별한 뮤지컬인데, 이걸 처음 본건 영국에 어학연수를 갔을때였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갔던 뮤지컬에 난 반해버렸고, 영화 DVD까지 사서 10번도 넘게 본 내가 꽤나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다.
 
그래서, 이 뮤지컬이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달도 넘게 전에 거금을 주고 예매를 했었다.

하지만, 결과만 말하자면 대 실망.

이 작품은 철저히 영국의 배경, 아니 영어라는 언어가 있어야 진행이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다. 촌스럽고 엉터리 말투를 구사하는 일라이자를 언어학자 히긴스가 데려다가 요조숙녀로 만든 후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가진 이 작품은, 처음 그녀의 말투와 나중의 그녀의 말투를 비교하는 것이 꽤나 재미있는 부분이다.

"The rain in Spain falls mainly in the plain"
"In Hartford, Hereford, and Hampshire Hurricanes hardly happen."
과 같은 발음을 익히는 과정이라던가,

"How kind of you to let me come"
"How do you do"
등을 고급스럽게(?) 말하는 방법등을 익히는 모습이나 끊임없이 반복하는 모습이 꽤나 나에게는 묘미였기 때문에, 이걸 한국식으로 어떻게 바꿔갔을지가 나한테는 큰 관심사였다.

그런데, 저걸 한국말로 그대로 번역해서 말을 하고(스페인에는 비가...), how do you do나 how kind you to let me come 같은 경우는 아예 그대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물론, 사투리를 비하하는 발언들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파장을 일으키는 지는 알고 있지만 차라리 사투리를 잔뜩 사용하는 그녀가 표준어를 구사하게 하는 것이 더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한국에서의 My Fair Lady는 그저 영화와 뮤지컬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한국말로 옮기기만 한 것일뿐 관객들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하는 뮤지컬이었다. 그들의 엄청난 가창력과, 안무, 연기같은건 하나의 기술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걸까...한동안은 맘에 드는 뮤지컬이 있어도 보러가는걸 망설이게 될 듯 하다.

사족. 사실 마이페어레이디의 내용은 그다지 맘에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6개월만 키우면 귀부인으로 만들 수 있다느니, 그걸 가지고 내기를 한다느니 하는 것도 짜증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멋진 노래들과, 언어를 익히는 일라이자의 모습은 꽤나 매력적이니 안볼 수가 없게 된다.

2008/08/29 00:26 2008/08/2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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