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이다.

Letter 2007/04/06 11:37
새벽 1시의 전화. 낯선 번호. "잘못 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하는 왠지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문자 한통 "***씨 핸드폰 아닌가요?"

5년만이다. 그러고 보니 난 5년동안 핸드폰 번호 한번을 안바꿨구나.

변한 나와 변한 너. 9년이란 시간의 무게는 사람을 이렇게 바꿔놓았다.
300일도 채 안되던 시간동안 300통이 넘는 편지를 썼다던 나와, 밤새 나누던 통화 속에서도 그렇게도 말이 없던 너는 어느새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나보다.

의아했다. "내가 알던 너"는 이시간에 전화를 할 사람도 아니었고, 오랜 기억 속의 사람에게 전화를 할만한 사람도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너는, 사실 잘 기억도 못하는 내 추억속의 너는 무뚝뚝하고 약간은 냉정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네 기억속의 나는 순수하고, 잘 울고, 열정이 가득했던, 그리고 착하기만 했던 꼬마였던걸까. 추억은 추억이어서 그채로 가치가 있는 것이겠지.
네 말대로 스무살의 그때, 호기심과 열정만이 가득하던 그때의 그 감정과 느낌들은 지금은 어디서도 다시 찾을 수 없을꺼야. 한시간을 보겠다고 네시간 버스를 타고 부닥거리며 움직이던 나는, 어떻게든 한번 보겠다고 생전 가보지도 않던 대전까지 움직이던 우리는 이제 그냥 추억속에서만 존재하는 거겠지.

반가웠다. 잘 지내고 있는것 같아서 다행이다.

네가 미안해하던 것들은 여전히 이해가 안가는것을 보니, 내가 변하긴 변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난...생각보다 네 기억을 더 많이 많이 못하고 있단다. 그게 사실 내가 더 미안하더라.

잘 지내렴. 추억아.
2007/04/06 11:37 2007/04/0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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