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4. 일상

Diary/단상 2012/10/05 00:36
1. 9월부터 받을 예정이었던 실업급여가 어찌어찌 10월로 미뤄졌다. 또 어찌어찌 살아져서 늦게나마 카드값도 내고 이자도 내고 살고 있다. 사주를 볼때마다 늘 나왔던 "필요한 돈은 어디서든 나온다 법칙"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매우 감사하다.

2. 요즘은 모단체의 사무실에서 상주하며 공부(라쓰고 놀고있다라고 읽지만..)를 하고 있다. 익숙한 이들의 지지속에서 읽어야 하는 책과 자료가 가득한 곳에 놓여있자니 마음만은 헐랭헐랭해서 신나기만 하다. 자료를 후루룩 둘러보고 나니 자신감은 급 저하 되었지만, 역시 나의 결의는 사람들의 지지와 칭찬과 잔소리 속에서 나오나보다. 개인의 의지따위는 나는 없는 여자임;;; ㅊㅇ님은 하루에 5장을 쓰지 않는다면 점심을 먹지 말라 하셨고, 애인씨는 9-6 삶을 유지하라고 하시며 등등등등... 걸러걸러 들어가며 내 맘대로 살고 있다.

3. 요즘 일상은 매우 들쭉날쭉하다. 빨리 일어나는 날은 7시. 늦게 일어나는 날은 정오. 그리고 보통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12시간쯤 후. 물론 그렇다고 그 시간동안 내동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 ㄹㅇ는 9-6에 집착하지 말고 너의 시간 맞춰가는 방식대로 하면 된다는 조언을 주었다. 정말 맘이 편해지는 조언. 지도교수님은 밥을 먹는 것처럼 공부하라 하셨지만, 나는 요즘 점심을 제외하고는 좀 들쑥 날쑥 밥을 먹으니까 둘쑥날쑥 공부해도 될 것이다;;

4. Healing. 내가 이제는 치유되었다고 느끼기도 하고, 가끔은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둘 다 맞는 말이겠지. 정점을 찍는 긍정캔디로 가기에는 너무 밑까지 내려가 있었던 탓에 아직은 100% 충전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충전 80%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 같으니까 좋은걸로 생각하자. 지난 사진을 보는데, (나는 옛날 내 사진을 즐겨본다) 그때도 내가 뚱뚱하다 생각했었는데, 지금과 비교해 보니 참 날씬하고 예쁘더라. 그래도 위안이라면, 확실히 어떤 시점의 그때들보다 지금의 내 얼굴표정이 훨씬 좋다. 긍정적이고 편안해 보이는 내 얼굴이 되어가는 것 같아 좋다.

5. 그러니까, 논문은, 조금씩이지만 고민을 하고 있다. 잘 써나가고 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지도교수님은 내가 쓰고자하는 정도의 수준의 욕심은 버리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반발심이 드는건, 교수님과 나의 입장과 생각이 다르기도 한 이유도 있지만, 아직은 내 욕심이 버려지지 않은 이유가 더 클 것이다. 대학원에 입학할때만 해도 위대한 논문을 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주위의 수많은 석박사님들이 그랬듯이 멋진 논문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점점 두려워졌다. 무엇보다, 내가 쓰는 논문이 어떤주제가 되던지 어떤 사람들에게는 찾아보게 되는 논문이 될 것이라는 것이 두려웠다. 이건 아직도 많이 두렵다. 내가 그러하듯이 논문을 훑어보고 왜 이따위로 썼냐며 욕을 하기도 할 것이 분명하니까. 스스로만 만족하는 논문을 쓰기엔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가끔 논문을 쓰고 나서 누구누구에게 주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논문에 도움을 주신분들, 논문을 쓰도록 독려해주신 분들, 그리고 절친한친구들. 애인, 가족(은 주기 싫지만 그래도 ㅠ) 등등등. 꽤...꽤나 많아진다. 쓰고 나면 버러지라고 느껴질 가능성이 아직은 90%인 논문을 남들에게 주기까지 해야 한다니...슬퍼진다. 젠장. 그러니까 열심히 써야지 싶어지기도 하지만 아직은 그 비율이 좀 낮다.

6. 논문이 끝나면 뭘하게 될까? 이전의 취직에서 받은 심적 타격은 생각보다 커서, 다시 그런 곳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줄 것인가에 두려움이 앞선다. 그렇다고 많은 석사들처럼 다시 학계의 언저리에 서서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않다기보다 자신이 없다. 그러자고 일반 회사에 취직을 하자니 나이도 많고 성적도 안좋고;;; 활동을 하자니 솔직히 돈이 걸린다. 더 정확히 하자면 나의 빚과 월세방이 걸린다. 뭐... 일단은 논문 끝나고 생각하자.

7. 공부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로딩 속도를 줄이는 것이 지금은 관건일게다.

8. 사람을 만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해야 하지만, 고립속에서 나는 살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있다. 우울에 빠져들 뿐이다. 상태를 잘 조정해야 한다.

9. 남들의 말을 참고는 하되 흔들리지 말자. 나같이 공부하는 사람도 있는거니까!!!!! 괜찮다. 정말 괜찮다.

10. 그나저나 요즘은 생협을 줄이고 언니네 텃밭에서 2주에 한번 배송을 받아먹고있다. 장보는 시간이 줄어서 좋다. ㅋㅋㅋㅋ


마지막. 새롭게 쓰고 있는 주제는, 어쩌면 내가 제일 잘 쓸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하자. 난, 할 수 있다.
2012/10/05 00:36 2012/10/0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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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온 2012/10/11 11:30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캔디, 계속 화이팅! ㅎㅎ

    나는 세 달 정도 격하게 외롭고, 격하게 논문만 쓰는 시간을 보냈는데.... 고통스럽지만 참 만족스러웠어.

    로딩 속도는 애플 컴퓨터처럼!
    (그러나 나의 속도는 윈도우 98일세)

    • CandyD 2012/10/14 02:15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가온 고마워 >ㅁ< 나 이전에 논문을 써내려간 이들의 이야기는 나를 좌절시키기도 하고, 기운을 북돋게 하기도 해. 고통스럽지만, 만족스럽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ㅎㅎ 논문 끝나고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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