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부끄럽지 않아'라고 했지만, 난 부끄럽다.

8년만에 노래로 무대위에 올랐다.(무려 코러스 1이었다)

총 3곡중에 내가 함께 불러야 하는 곡은 1곡. 가사를 다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까먹었다.

처음엔 바닥만 바라보고 노래를 하다가 노래가 끝날때 쯤이 되어서야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부끄럽고 부끄러워서 정말 땅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뭐, 나의 간만의 공연은 이렇게 끝이 났고,

그것을 제외한 엄청난 공연들이 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하루가 아니었을까.

내가 꽤나 듣고 싶어하던 이주영님의 '짜증이나'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유명한 한.채.윤 님께서 드랙쇼를 하시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 사실 제일 많은 환호를 받은건 역시 채윤씨의 드랙이었다. 그 요염한 자태라니! 이제 팸도 모자라서 부치까지 다 채윤씨에게 넘어가게 생겼다 -

G-Voice의 노래도 정말 좋았고...

그리고 우리 지렁이!!!! 지렁이 노래도 좋았다!

무려 끝나고 "목소리가 귀여우세요!"라는 말도 들었다.

신나는 마음과 질척대는 마음이 어우러졌던 후원의 밤은 새벽이 되어서야, 체한몸을 이끌고 끝을 낼 수 있었다. 아마도 사람들은 오전까지 신나게 놀아댔겠지만....

더이상 부끄러워할 것이 뭐가 있나...아자아자
2008/02/29 11:11 2008/02/29 11:11

작년에 이어서 두번째 참여하는 인권활동가대회. 작년에는 다른 소속으로 갔었고, 올해는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의 소속으로, 그리고 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게 된 활가대회라서 조금은 새로운 기분이 아니었나...

* 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참여를 하는것은 이전과는 좀 다른 책임감을 안겨주었다. 마냥 사람들을 만나고 즐기기 보다는, 무언가 하나라도 더 챙기고 뛰어다녀야 할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고, 계속 일한 사람만 일하게 한 것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많이...

* 작년에 지렁이 활동가들이 고민했던 화장실에서의 성별이분화라는 고민을 이번에는 좀 더 확실한 주제토론방으로 가져갔다. 물론 발제는 캔디(혼자 갔으니까;;).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버벅대면서 제대로된 진행은 하지 못했다. 언제쯤이 되면 제대로된 진행을 할 수 있을까. 일단은 사람들에게 성별이 들어가는 공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에는 성공한 듯 하지만, 그것들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구나! 라는 것 이외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것만 같다. 결국은 내가 원했던 것보다는 낮은 수위의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화장실로만 이야기가 한정지어진것만 같아 아쉽다. 그래도! 함께 이야기 나누던 분들의 진지하고 생각에 가득한 눈빛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1년동안 실천해보고 다음 활가대회때 변화 상황을 나눠봐요'라던가 '따로 만나서 이야기 계속해보는것도 좋을것 같아요'같은 말은 나를 즐겁게 했다.

* 아팠다. 그 전전날 밤을 세고, 출발 전날도 거의 잠을 못자다시피 하고 나갔던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어서 였을까. 결국은 온몸의 근육통과 열에 시달려서 첫날 행사는 아무것도 참여하지 못하고 끙끙대며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중간중간 깬 시간을 포함하여 15시간정도를 자버린...활가대회 최장 수면자로 등극하게 되었고, 둘쨋날 아침식사 이후부터는 다시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둘쨋날 저녁엔 역시나 거의 밤을 새고 2시간도 자지 않은채 이밤을 찢고 놀았다)


* 활가대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참 신기하다. 내가 모르는 어쩌면 알고자 하지 않는 많은 일들을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묵묵히 열정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이들. 전혀 맞을 것 같지 않으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마냥 즐겁고 신이난다. 그들의 그런 열정이 나에게 조금씩 옮겨오는 것만 같다. 이번 활가대회때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건 역시 '비당사자'의 활동 참여. 장애인운동을 하는 비장애인활동가, 여성/환경운동을 하는 남성활동가 그리고 성전환자운동을 하는 캔디. 당사자가 아님으로 인해서 해야만 했던 고민들, 캐치하지 못했던 지점들 그럼에도 해나가는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 길지는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힘이되고, 많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다. 응....그렇지...

* 참! KANOS의 K활동가에게 사주봤다. 金이 4개나 있고,木이 3개나 있는, 土가 하나있고, 火랑 水는 무려 하나도 없는 캔디의 사주는 쪼꼼 머리가 아팠다.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말도 있었던가... 머리만 아프다.

2008/02/23 14:39 2008/02/23 14:39

지친 몸을 이끌고, 명동성당앞을 찾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꼭꼭 옷을 여민채 앉아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웃음을 나누지만, 그 웃음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누구 말대로 참 우스웠다.

고작 한두달 전에 우리는 인권위 앞에서 항의 집회를 했는데,

인권위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명동성당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밤.

모든것이 고요한 가운데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간다.

처음 해보는 노숙이 어색하고, 밀려들어오는 추위에 어쩔줄을 모르면서도

사람들은 도통 돌아가겠다는 말은 하지도 않았다.

즐겁게 웃으면서 추위를 막아줄 박스를 주워오고, 김장비닐이며, 침낭이며를 바리바리 쌓아올리며 어떻게든 추위를 줄여보고자 할 뿐이다.

하얗게 김이 서릴 비닐을 바라보노라니, 괜시리 또 울컥 한다.

행복하기 위한 길.

그래, 행복하기 위한 길이다. 그 길을 위해 우리는 이런방법마저도 마다하지 않는것일게다.

여기서 나는 그저 이 싸움이 빨리 끝나기를, 그리고 끝난 후에 우리가 함께 웃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새벽 두시...모두를 놔두고 돌아서는 길은 사실 그리 편하지 않았다...)
2008/01/29 00:25 2008/01/29 00:25

정리의 시간.

experienced 2007/12/25 22:59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많이 괜찮아졌어요.' 라고 말하게 되었다.

85%에서 90%로.

물론, 아직도 내가 그 사람에게 갖는 욕심이 있고, 기대치가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의 행동을, 말을 곱씹어가며 상처입던 내 모습을 돌아봤을때, 그 전보다는 정말 많이 나아졌다는 것이 나의 자체 평가이다.

괜찮은걸까?

하지만, 그런 나의 평가도 계속되는 자기검열을 막을 수는 없다.

항상 괜찮다 말해왔던 나였기 때문에, 아직도 괜찮다는 단어는 나에게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단어일 뿐이다.

괜찮은건가? 괜찮은게 맞는거지? 그러한 계속되는 자기검열이 나를 힘들게 할뿐, 사실 난 정말 "괜찮은"것인거 같다.

지난 1년여를 쭉- 다시 돌아보고 싶은 생각은 하지만 아직도 들지 않는다.

지속적인 만남이 과거를 되새김질하게 할 것 같지는 않아서 그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정리를 할 시간이다.

아니, 이제 더이상 정리를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된 것이다.
2007/12/25 22:59 2007/12/25 22:59

언니네트워크 페미니즘 캠프, 사군자쇼를 다녀왔다. 벌써 3년째...

 

매해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캠프였었지만, 올해는 특히나 더 특별했던 것 같아..

주위사람들을 지치게 할 정도로 지지부진한 삶을 지내오던 나였다. 나를 돌아봐야 한다고 끊임없이 나를 세뇌시키고 세뇌시켰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었다.

어떠한 행사도, 어떠한 모임도 거의 나가지 않고, 나가도 금새 집에 돌아와 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나에게, 캠프는 오랜만에 나만의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날들이었다.

 

온갖 핑계를 대어가며 회사를 빠져 나와 동서울터미널로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무영과 인사를 나누고 밥을 먹고 나니 하나 둘 오는 언니들.. 누군가의 말처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어요~였다. 어딜봐도 사군자쇼 가는 언니들이란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11가 다되어 도착한 캠프장소. 다른 언니들은 벌써부터 친해져서 삼삼오오 모여 영화를 보고 있었다. 사실 또 살짝쿵 두려워 졌다. 겉돌지 않을 수 있을까? 친해질 수 있을까?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까? 등등-.

 

기우였던거겠지. 우리모둠 언니들 참으로 좋기만 했다. (나를 모둠둥이를 시켜놓다니! _)

 

피곤했었나보다. 이번 캠프에서는 그래도 참 많이도 잤다.

 

작년엔 거의 잠을 자지 않았던거 같은데, 이번 캠프에서는 무려 다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 자다가 깨움을 당했다.(무려 보*언니가 나한테 땅콩을 던지며 일어나라고 했다.)

 

느낌과 기억을 적절히 기록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 보기만해도 눈물날 것 같던 두근거림들을,

아무것도 아닌데 너무너무 우습기만한 그 즐거움들을,

짜증이 가득해야할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즐겁기만한 그 느낌들을-.

 

- 두서없다. 아직도 내가 있어야 할곳은 당신들과 함께 있는 곳이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숨막히는 사무실과 책상이라니..

 

당분간의 나는,

책상에 앉아 우리 별장(사택) 뒤 계곡을 그리워 하면서, 물놀이를 하던 언니들을 떠올릴테고, 무료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손님들을 보면서 함께 열에들떠 이기자고 소리치던 언니들을 떠올릴테고, 커다랗고 외로운 침대에 누워 옹기종기 모여서 함께 잠을 청하던 언니들을 떠올릴꺼다.

 

그것뿐일까. 멋진 공연들을 단시간에 척척 만들어내서 보여준 언니들의 공연은 내 머릿속 영사기에서 밤마다 돌아갈지도 모른다.

 

캠프의 힘으로 1년을 버틴다는 언니들이 있다 나도 캠프에서 쉬고 와서 한참을 기운나게 버틸 수 있을꺼다.

 

아아..캠프는 나에게 자존감을 돌려주곤 한다.

 

, 캔디.. 너 여기 이렇게 혼자 벌떡 서서 뛰어다니고 있잖아. ^-^

 

언니들의 페너지가 나에게 알게 모르게 흘러들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고마워요. 함께 즐거웠던 현실감없(up)조의 언니들. 나까지 눈물이 맺히게 했던 힘찬 지피기언니들. 그리고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나눠주었던 다른 언니들.

 

그렇게 껴안으며 나눠준 당신들의 페너지는 내 심장 가득한 에너지로 쌓아둘께요.

 

이런기억으로, 이런 힘으로 살아가는거잖아요.

 

, 정말 행복했어요.

 

언니도그랬죠?

 

2007/08/14 17:02 2007/08/14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