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청계천/시청에서 진행된 긴급행동 외부집회에 다녀왔어요.

이번에도 50여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했구요.

리플렛을 나눠주고, 지지발언도 하고 노래도 불렀지요.

그리고 다함께 진행된 행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신나게 떠들면서 하는 행진은..집회라기보다 퀴어퍼레이드 같았어요.

어찌나 신나던지....

다들 이렇게 나서서 모이는 모습을 볼때마다 신기하다는 생각말고는 할 수가 없어요;

이렇듯 긴급행동은 정말 정신없이 굴러가고 있어요.

계속되는 기자회견과 항의방문, 1인시위등이 준비되어 있구요. 곧 3차번개와 많은 행사들도 공지될꺼예요.

모두가 지치지 않고 끝까지 힘을 냈으면 해요. 얼마나 중요한 싸움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요-.

참! 홈페이지 개설되었어요 . lgbtact.org 많이와주세요~
2007/11/12 05:38 2007/11/12 05:38

내일 오전 10시 광화문 정부청사 정문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이 열립니다.

지난 10월 31일 첫 번개 이후, 많은 분들께서 정말 미친듯이 뛰면서 움직여주고 있어요. 회의하는 게시판에는 새벽 4시 5시까지 필요한 글들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속 있으시구요. 매일매일 계속되는 회의와, 준비들에도 어느 누구하나 힘들다는 말도 하지 않아요.

이게 우리의 힘이고 저력이었구나, 이게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계속 들어요.

즐거운 한 싸움은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힘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개인 연명서도 받으니까 연명서도 작성해주시구요.

차별금지관련제안서(개인연명용).hwp

차별금지관련제안서(개인연명용).

받아서 작성하신 후 저에게 보내주시면 되요^-^(reheaven@hanmail.net)


무엇보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8일날 기자회견때 많이 와주시면 좋을것 같아요.
번개때 보았던 그 모습을 기자회견때도 보고 싶다구요.ㅠ_ㅠ

참! 게다가 8일 저녁에는 10대 공동행동팀이 대학로에서 플래쉬몹을 진행한대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10대 성소수자들이랍니다.

2007/11/07 10:24 2007/11/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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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7 02:31 2007/10/27 02:31

어제는 제 1회 커밍아웃 데이 기념 행사에 참여를 했다.

그리고 무려 어린 친구들과 함께 커밍아웃 축하를 받았다. 창피했다.

친구가 나오라고해서 무작정 앞으로 나가긴 했지만, 사실 처음엔 너무 창피했다. 나는 "그래도" 정체화를 한지 이미 10여년이 지났고, 사람들에게 내 정체성을 말하는데 많이 망설이는 편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앉아있는 동안 머릿속을 휙휙 지나가는 생각들이 나를 잡아 이끌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걸까?"

난, 바이섹슈얼이다. 양성애자이다.

사실, 나는 내가 좀 창피했다. 남자를 만났다는 것도 창피했고, 그 사람을 사랑했다는 것도 창피했다. 사람들에게 특히 나의 수많은 레즈비언 친구들에게 나는 "남자"를 만났었다. 그리고 "남자"를 사랑하기도 하고, "남자"를 만날 생각도 없지 않다. 라고 말을 하는 것이 창피했다. 아니아니, 무서웠다.

그 폐쇄적인 레즈비언 사회에서, 아무리 나의 친구들이라 해도, 소외될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나의 정체성에 떳떳하면서도 자랑스럽지 못했던것 같다.

난 양성애자다. 나는 남자도 사랑하고, 여자도 사랑한다. 누구도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자랑스럽다.(사실 아직도 덜 자랑스럽다)

요즘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화두로 스스로에게 물음을 자주 던지게 된다.

"누구"라는 단어속에 포함된 그 무수한 의미들을 내가 스스로 파악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07/10/12 17:13 2007/10/12 17:13

얼마전 한 보고회에 참여를 했다가 친구로부터 "캔디는 지렁이 활동을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 순간 몸이 단단하게 굳어지는 걸 느꼈다. 그 기분이 더욱 생생해진것은 다른분의 "저도 받아주실껀가요?"였던가..여튼 그런류의 농담조의 말.

모든 말의 바탕에는 "지렁이는 원래 당사자만 있는 단체 아닌가요?"라는 말을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적어도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항상 딜레마일 수 밖에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당사자가 아닌 나"와 지렁이. 다른 대부분의 성소수자 단체들이 거의 당사자들을 활동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스레 지렁이도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단체는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 문제이다. 나는 그저 이 단체의 취지에 동의하는것이고, 단체의 운동방향에 동의하는 것이고(뭐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긴 어렵다) 이 단체의 사람들과 단체에 있는 내가 즐거워서 활동하는 것 뿐인데. 다른 단체의 사람들도 다 그런거 아닐까? 지렁이만 뭔가 특별한 단체인 것은 절대 아닌데, 이야기를 꺼낼때마다 나는 순간 뭔가가 죄스러워지고 조심스러워짐을 느낀다.

그들 말대로 나는 당사자가 아닌데, 당사자만큼이나 이해할 수 있는것일까? 당사자들만큼이나 절박함을 느끼고 있기는 한 것일까?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

"있고 싶으니까"라는 말만으로 설명해서는 안되는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로도 글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이 기분이 나를 너무 답답하게 한다.
2007/10/11 00:25 2007/10/11 00:25


얼마전에 모 티비 프로그램중에 결혼한 부부의 이혼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주의 주제는 "시어머니는 남자?!"였다. 알고보니 시어머니가 성전환수술을 하신분이었음을 알고, 그에 갈등하다가 이혼을 하려고 하는 부부의 이야기였다. 한시간정도 되는 드라마를 보면서 엉엉 울었다. 그들의 그러한 선택과 행동들이 어떠한 부분에서는 가혹하리만치 현실적이어서 가슴을 후벼파내기엔 정말 충분했다.

성전환자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충격이 있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는 어머니부터, 어떻게 언니가 오빠가 될수있는지 남동생이 여동생이 될 수 있는지 주위에 창피함을 느끼는 형제자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보고, 처음 손을 잡고 처음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가족이다. 그렇기에 가족의 지지는 더욱 소중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얼마전에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는 <우리, 함께, 여기에> 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지난 9월 초에는 그에 관련한 포럼도 진행하였었다. 소수자들의 가족과 친구를 위한 상담과 소통의 공간, 네트워크 결성, 이해와 지지를 돕는 가이드 북 발간등을 목적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많은 가족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하튼, 이런 1차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뛰어넘어, 나는 성전환자의 가족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FTM과 MTF의 이성애인이 된다는 것은 다른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쉽게 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결심만 있다면 연애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은 둘만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는 '그래도' 조금은 더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애인이 아닌 '가족'이 되기를 선택한다면 그 문제는 한층 복잡해지게 된다.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인정'받는 다는것은 열의 아홉은 '결혼'을 뜻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을 전제에 두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고민되는 일은 수도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호적정정을 했을 경우에도 큰 차이는 없을 수 있을 것이다.

커밍을 해야할까 말아야할까의 문제부터, 아이는 왜 낳지 않느냐에 대한 문제까지 사실 문제는 끝도 없다.

커밍을 하지 않았을경우, 관심많은 부모님들의 꼬치꼬치 끊임없는 질문에 끝없는 비밀과 거짓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둘이 함께 해쳐나가야 하는 시련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나의 선택'에 의한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비밀인 것이다.

남들과 같은 경험도 하겠지만, 남들과 다른 경험도 할 수 있는것이 성전환자의 '가족'을 '선택'한 사람들인 것이다. 만약 한쪽 가족들에게 철저히 숨기기로 결정을 했다면 그/녀는 파트너가 아이를 낳지않는 이유부터, 함께 목욕탕을 가기 싫어하는 이유까지 시시콜콜한 변명들을 고민해야한다. 실수로라도 파트너의 비밀을 말할까봐 늘 긴장해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만약 성전환자의 가족들의 지지가 없는 경우라면 더 많은 고민들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이유는없다. 그냥 그/녀가 '선택'할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지지는 누가 해줄 수 있는 걸까. '사랑'을 선택한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인걸까? 서로 사랑하고 있는 '당사자'만이 도와줄 수 있는 몫인걸까?
2007/09/21 18:11 2007/09/21 18:11

입양을 처음 생각했던건 중학교때였다. 그때 나의 소망은 '카사노바처럼 화려하게 살다가 나중에 혼자 애를 낳거나 입양해서 잘 키워보자!'였다. 왜그랬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여하튼 그랬던것 같다.

그리고 다시 입양을 생각했던 것은 I와 헤어진 후였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나니 나중 언젠가는 입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처절한 나의 이기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라는 존재를 삶의 담보로 여기고 싶었던 그날의 내 모습이었으니까.

최근, 나는 다시 입양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H씨와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행복한 가정' '토끼같은 자식들' '삶의 낙'같은 그런 명랑한 단어들을 꿈꿔왔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하리수씨가 결혼을 하면서 입양을 하겠다 말을 했고, 이 '사건'은 커다란 사회의 이슈가 되었다. 한 연예인 부부가 결혼해서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것이 어디 하루이틀 일도 아니련만 이것이 사건이 된 것은 단지 그녀가 '트랜스젠더'라 불리우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티비에서는 끊임없이 '현행법상' 그들의 입양은 문제가 없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또한 '하지만' 그녀의 경우는 특별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녀는 트랜스젠더이고 그런 그녀의 정체성은 그녀가 아이를 키우는데 커다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혹은 자라서 알게될 부모의 '비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지도 모르고, 그로인해 '왕따'를 당할지도 모르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면서 남들보다 '넓은 마음'과 '더 긍정적인 마음'과 '현명함'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 왕따를 당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의 중심에 있을 수도 있고, 멋진 이성애자로 혹은 멋진 동성애자로 자랄지도 모른다.

이것은 모두 가정일 뿐이다.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고민을 했고, '양성애자'의 정체성을 가졌으며, '성전환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세상의 수많은 범죄자들과 삶의 혼란을 겪는 무수한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났다. 그래. 어떻게 자라느냐 하는것이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환경에서 어떤 '내가' 되어가느냐 하는 것은, 환경의 문제만은 아니다. 알콜중독자인 부모밑에서 자랐어도, 움막같은 집에서 살았어도 멋지게 자라난 사람이 있는 반면, 이상적인 부모 밑에서 사랑만 받고 자랐어도 범죄자가 된 사람이 있는 것이다.

성전환자의 입양은 그저 그들의 '다름에 대한 두려움' 그 이상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서 겪지 못했던 현실'이기 때문에 결과를 본 적이 없고, 그럼으로 그 결과를 당연히 부정적일것이라 생각하는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이다.

누가, 어떠한 기준으로 '성전환자'는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이라 하는가. 누가, 어떠한 기준으로 그 가정에 '입양'된 아이는 '입양과 성전환부모'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단언하는가.

당신은 그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당당하다 말할 수 있는가. 당신은 그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라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부모가 되는 권리조차 막혀야 한다면, 나는 내 몸으로도 자식을 낳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것이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울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2007/06/18 22:24 2007/06/18 22:24

드디어 한무지 안티가 생겼다.

한무지씨 안티 까페가  생기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급한 연락을 받고 들어가 본 까페는 난리도 아니었다. '트랜스젠더'의 존재에 대한 비판이나, '한무지'의 말하는 방식에 대한 비난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어이없다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의 내용은 그저 저사람이 '한무지'인게 싫은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아무런 내용도 없는 그저 싫은 사람 생겨서 이런 방식으로 '밟아보고 싶어요'라는 느낌이랄까.

서둘러 내용들을 캡쳐를 한 몇시간 후, 까페는 누군가의 신고로 폐쇄되었다. (사실 그 후에도 까페는 다시 한번 생겼었다 한다) 이런 내용들은 곧 성전환자 인권연대 지렁이의 블로그에 개시되었고, 한무지씨는 민사소송까지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자세한 내용은 지렁이 블로그의 한무지씨를 증오하시나요? 참조

무서웠다. 사람에 대한 이런 아무 이유없는 미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런 장난어린 미움으로 사람을 이렇게까지 깍아내리고 밟을 수 있다는 것이. 그것도 아무 죄.책.감. 없이..

그들이 어리다는 것, 어려서 아직 인권에 대한 혹은 사람을 이야기 하는 방법에 대한 스킬이 부족하다는 것으로는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나이'는 면죄부의 구실을 해줄 수 없다. 아무리 어리다 해도, 그정도는 알만한 나이라 생각이 된다.

만약 저런 안티까페를 성인이 만들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그들은 더 지능적으로 움직였을 것이고, 정말 한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이 한무지씨의 안티까페까지를 만들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느날 그저 베달여를 봤는데, 생전첨보는 무려 자신을 남자라고 하는 트랜스젠더가 나왔다. 트랜스젠더는 하리수만해도 웃긴데 쟤는 무려 남자시랜다. 그래서 맘에 안든다. 심심한데 얘나 한번 까대볼까? 였던 것일까?

그들의 '그저 싫음'과 '장난으로'의 맥락을 난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 알고 싶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다가 그런거니?

그러니까 사실 내가 알고 싶은건, 이들의 이런 것들을 통해, 사람들의 그저 싫음에 안티까지 행하는 그 거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앞으로의 진행방향이 궁금하다. 그들의 생각이 갈 거리와, 나의 생각이 바라볼 거리. 그 차이들. 그리고 혹은 같은 지점들. 어떻게 이 사건이 진행되어 나갈지..흥미롭다.

(아- 중구난방이다. 계속 정리를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아.. 관련된 다른 글. 루인의 베달여-한무지-무지증오, 1


 

2007/05/17 02:44 2007/05/17 02:44


2007년 3월 중순 세간은 하리수의 결혼이야기로 시끌벅적이었다. 하리수와 Mnet은 그 언론을 조장하고 그녀의 결혼을 상품화 하기 위해 일명 하리수의 배달여(베이비 달링 여보)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는 트랜스젠더이고, 공인이며 공인인 트랜스젠더로 "무려 결혼까지 하시는" 분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많은 호기심에 그녀에게 새로운 스포트라이트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H씨가 배달여에 깜작 게스트로 섭외가 되었다. 케이블 방송이라 방송 자체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음에도, 문제는 이미 인터넷 기사들로부터 시작이 되고 있었다.

뉴스의 제목들은 천편일률적으로 "하리수 결혼보도 악성댓글에 눈물'이었는데 그 밑의 자세한 내용에는 다른 출연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FTM 트랜스젠더 ***의 충격적인 연애담"이 나올 것이라는 내용들이 버젓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사실'이 되었다.

당시 H씨가 방송에 나간다고 하였을때, 사실 상당히 걱정을 했었다. H씨가 이제까지 나간 방송은 대부분 현실에 관련한 뉴스 인터뷰가 대부분이었고, 그 외에도 다큐멘터리라고 할만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전부이기 떄문이다. 연애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에 그것도 게스트로 나간다는 것은 아웃팅등을 고려할 때도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당시 '하리수'를 만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에게 우리와의 연대를 요청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것은 다른 일들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결국 연대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지만..), 나는 불안한 결과를 예감하면서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 방송이 '하리수'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성전환자들도 보통사람과 다름없이 사람을 하고 결혼을 한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과없이 나오던 수많은 "잡담"들은 과연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도리어 H씨의 자극적인 발언들 - 양다리가 뭐예요 4다리도 걸쳐봤어요 등등 -을 통하여 도리어 성전환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여지 또한 극명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난 사실 아직도 그들이 "왜" H씨를 섭외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곳은 일반 활동가가 나갈 자리는 전혀 아니었다. 그곳에서 H씨는 그들과 동조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들을 해주기 시작했고, 그것은 가쉽거리가 되어 이곳저곳에 뿌려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H씨가 원하던 결과는 어니었겠지만, 일단 사실은 그러하다. 보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방송이 나와 당황하기도 하였으며, 낯선 게시판에 음해성 글들이 올라와 삭제를 요청한 적도 있다.

이제와서 H씨의 방송 출연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사람은 이미 그의 결정에 대한 댓가들을 치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방송이다. 이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방송, 그 어마어마한 편집의 세계에 치를 떠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부분만 교묘히 편집해 정작 당사자들의 발언의 의미와 전혀 다른 내용을 바뀌어 나오는 방송을 볼때마다 짜증이 울컥울컥 치밀어 오른다. 그들은 방송이란 매채가 가지는 영향력을 아직도 간과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만들어낸 그 영상들은 그대로 시청자들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가 생각으로 자리잡게 하곤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 방송의 당사자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출연해던 방송에 의해 원하지 않았던 설정으로 포장되어져 의외의 결과를 맞게 되기도 한다.

하리수의 베달여는 일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이다. 트랜스젠더인 그녀의 평범한 결혼을 위해 나가가는 길에 그녀는 '일반여성들' 보다  '더욱 여성적인' 모습의 그녀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그녀의 생존전략이며 인기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회성적인 방송들을 위해 그녀는 어쩌면 다른 트랜스젠더들의 다양한 모습을 감춰버리고 있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녀의 생존과 전략은 다른 트랜스젠더들의 원치않는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잘못은 '살아남고 싶어하는 하리수'에게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을 만들어내기위해 동조하고 요구하는 방송사'에 있는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그러한 방송에 더 관심을 보이는 시청자'에게 있는 것일까.
 
2007/04/22 20:45 2007/04/22 20:45


OUTING :   커밍아웃은 아주 오랜 고민 끝에 하게 되는 것이다. 당신
             에게 커밍아웃이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가능한 것이 절대 아니다. 공개적인 커밍아웃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소수자에게 커밍아웃의 상대는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성애자란 사실
             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알리는 행위(‘아웃
             팅’)는 성소수자에게는 지역사회나 노동현장에서 심각한
             사회적 차별을 유발시킬 수 있는 일종의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아웃팅“을 매개로 한 (성)폭력과 금
             품갈취는 물론이고 살해 등의 심각한 혐오범죄로 까지 이
             어질 수 있는 행위이다.

            주변 성소수자의 성정체성을 누구에게 커밍아웃할 지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본인 스스로만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당신이 아웃팅한 사실이 당신에게 커밍아
            웃한 당사자에게 알려지게 되면 그가 당신에 대해 가졌던
            신뢰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

                        -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성소수자 관련 교육 자료중

 사실, 나 스스로를 성소수자라고 규정을 하면서도 이 '아웃팅'이라는 부분에 관해서는 그리 민감해지지 않았던 것이 나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삶의 어느 부분까지 나는 나의 정체성을 '커밍아웃' 할 일이 없었고, 한다고 해도 나 스스로에게도 가볍게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주위의 성소수자들이 늘어나고, 본인들에게는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아웃팅 들을 지켜보면서 점점 더 아웃팅에 대해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나의 감수성 없음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사소했다. 많은 '여자'친구들만 모인 자리. 사실 그중의 대부분이 성소수자임을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랑 @@랑 커플이잖아요'라는 말을 하는 순간 그중의 한 친구가 '저는 몰랐는데요'라고 말을 하는거다. 그러면서 그런게 아웃팅이라고, 좀 조심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뿔사. 모두가 알고 있을꺼라는 것은 순전 나만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설령 그 모임의 99%가 소수자라 하더라도 그 99%가 상대편의 성향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그리고 나머지 1%는 그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수 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간과했었다. 그리고 당연스레 모른다해도, 알게되면 이해할 것이다 라고 내 마음대로 해석을 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어떤 사람과 내가 애인사이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내가 다른 성소수자를 사귀게 될 경우,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그녀/그의 정체성을 동의 없이  남에게 말한다는것은 아웃팅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문제때문에 처음에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녀/그의 삶이 온전히 나와만 연결된 것이 아니고 걸쳐 연결된 이들이나 우연히 알게될 이들 모두가 나/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지 확신 할 수 없는 이상 이 문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난 아웃팅을 당했다. 이사람은 나의 실명만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민주노동당에서 일을 한다고 하니까 '성소수자위원회'인지 알아버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의 오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그사람은 현재 나와 같은 공간에서 책상을 쓰는 사람들도 모르는 내 실명까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어찌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커밍아웃에 대한 생각들을 꽤 많이 하고 그렇게 신경을 안겠다 했으면서도 그부분이 걸려서 (전화받은)모임에는 나가지 않고 있던 터였는데 이런 일까지 생기다니. 아웃팅을 한 사람은 뻔했고, 사람들과 논의를 거쳐 그분께 전화를 했다. 그분(아웃팅 한사람)은 어쩌다 실수로 그렇게 된것 같다면서 사과를 해오셨다. 성소수자 교육을 받으실 것을 제안드리고 끝내긴 했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은 개운하지 못하다.

그들이 내 실명을 알고, 내 사회적 위치를 알고 있다고 해서 나를 해꼬지 할 사람들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또 실수로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내가 원치 않는 사람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어떠한 사람들에게 내가 어떠한 해꼬지를 당할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아웃팅은 간단하게 노출되었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아는 어떤이는 아웃팅이 되어 폭력을 당하기도 했고, 직장에서 쫓겨난 적도 있다. 성소수자위원회로는 아직도 매달 아웃팅을 매개로 협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걸려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안전은 누가 담보할 것인가. 내가 커밍아웃을 했들때, 그건 간단히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것. 그리고 그마만큼 그 사람에게 신뢰를 가지고 이야기 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당신의 말 한마디가, 당신은 그냥 지나가면서 했을 그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에는 커다란 고통으로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2007/03/21 17:47 2007/03/21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