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한마디면 설명이 되려나..쉽지 않다.

현재 나는 여자를 만나고 있다. 아니, 여자를 만나기 이전에도 '이젠' 여자만 만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점점 더 바이섹슈얼이라는 정체성을 설명하기는 어려워진 듯 하다. 아니, 스스로도 점점 헷갈리고 있다. 나는 바이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지금 여자를 만나고 있는 바이섹슈얼일 뿐인데, 이러한 상황이 나를 '레즈비언'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이 계속된다.

얼마전에 애인과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이 내가 '남자를 만날 생각이 없으면서 바이섹슈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어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남자에게 끌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남자를 만날 생각은 없고, 여자를 계속 만날 것인 나'는 바이섹슈얼이라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레즈비언이지만, 여자와 연애하지 않고 홀로살겠다' 혹은 '레즈비언이지만 현실적인 상황때문에 남자와 결혼할것이다'와도 약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이렇게 말하면 또 욕얻어먹으려나;;;)

그렇다면 정말 바이섹슈얼은 연애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만 설명이 가능한 것일까?

혹자들은 나에게 바이섹슈얼은 어떠한 정체성으로 가는 과정위에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확한 설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바이섹슈얼 자체가 정체성 그 자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체성은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지만 또한 타인들에 의해서 인정받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혼자 죽어라고 바이라고 떠들어도,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레즈비언이라고 말을 한다면 나는 어떠한 부분에서는 바이섹슈얼이 아니게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정체성이란건 또 무엇이라고 말을 해야 하는걸까.

바이 이야기는 하면 할 수록 생각을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아리송 한 것이 되어간다. 또 얼마 전에는 팸/부치 이야기를 하다가 '디는 팸/부치가 아니라 그냥 '바이'야'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순간 또 울컥 했었는데, 왜 바이는 바이로만 보여지고 바이의 다양함까지 이야기가 되지 못하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테로 부치 이야기는 쉽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바이는 팸/부치와 연관이 안되는걸까...라는 고민.

모르겠다. 고민이 깊어져가는 것인지, 그 고민이 나에게 또한 퇴화되고 연해져만 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연애를 시작하고 '여자를 만나요'라는 말에 '그럼 레즈비언인거잖아'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고, 그럼에도 나는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레즈비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 하면서 성소수자나 LGBT라는 말보다 레즈비언이라는 말을 더 쉽사리 써버리는 나를 깨달으면서, 이래서 수많은 소수의 것들은 뭍혀져버리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많이 이야기 하고, 좀 더 폭넓게 이야기 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엔 나 스스로도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
2009/11/18 15:31 2009/11/18 15:31

요즘들어 어쩌다 보니 인터뷰 비슷한걸 몇번 하게 됐다.

점점 더 기사나 방송 촬영을 할 때 참 많이 준비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인터뷰는 무려 목소리가 녹음되는 인터뷰였는데, 음...뭐랄까....여튼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내가 제대로 말을 한 걸까부터 시작해서, 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

내가 어떤부분은 잘 대변한 것일까. 없는 사실을 말한건 없는가, 과장을 한 것은 없는걸까 등등.

그러면서도 기가 차서 웃음이 난다.

지금 내가 과연 이런 인터뷰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회의가 끊이지 않는다.

트랜스젠더, 운동, 활동가, 목적, 목표, 지향, 이상향....

이 모든 것에 대해 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2009/08/24 01:45 2009/08/24 01:45

[성명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취임을 규탄하고 현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와의 협력사업을 철회한다!


지난 2009년 7월 16일 현 정부는 현병철씨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인권위원장으로 내정하였다. 이에 많은 인권단체들은 현병철씨가 현재까지 인권 전문성, 인권활동경험 및 인권감수성에 대한 고민이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17일 인권단체들은 자진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현병철씨를 방문하여 인권위원장의 자격을 지적하고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인권단체들과 소통을 중시해야 하는 인권위원장 내정자 현병철씨는 뒷문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보였고, 취임식은 20일로 연기되었다. 이러한 현병철씨가 인권위를 독립기관으로 수호할 능력(정파적 독립성)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20일 현병철씨는 인권위원장으로 취임을 졸속으로 강행했다. 과거부터 인권위 축소를 강행하고 국무회의에서 인원감축을 단행한 상황에서, 현병철씨 취임은 인권위 독립성 훼손을 심히 우려케 한다.


인권위는 정치적, 경제적 논리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성을 지녀야 한다. 이 독립성에 따라 인권을 침해하는 주체들--심지어 그 주체가 국가권력기관이라 하더라도--에게 반대하고 시정권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관료적 관습에 따르지 않고 비가시화되어 있는 인권침해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관련 인권단체들의 노력과 역할을 공식화해야 한다. 이 역할들은 우리가 인권위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역할이다. 그러나 인권을 경제와 실용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현 정부의 편협한 태도로 우리는 인권위의 최소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인권위는 이미 경찰청이 5월 중순에 발표한 "2008년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 현황"에 인권위 협력사업 단체가 포함되었을 때 사업비 지급을 미루었다. 관련 단체들은 인권위에 정부보조금 조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인권위는 어떤 공식적인 입장 없이 뒤늦게 사업비만 지급한 채 침묵하고 있다.


이상의 정황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인권위를 협력사업기관으로서 신뢰할 수 없다. 2009년도 인권위 협력사업 단체인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는 이러한 불신에 따라 우리의 결과물이 현 인귄워 체제에서 어떻게 쓰일 지 알 수 없어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가 인권위의 지난 8년 간의 성과와 독립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 정권 하에서의 인권위 행보와 전망은 우리에게 불신과 우려만을 주고 있어, 우리는 더 이상 현 인권위와의 협력 사업이 인권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인권단체들의 협력사업 결과물이 향후 어떻게 이용될지에 대해 신뢰를 주지 못 하는 상황은 되려 인권위를 인권감시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아울러 인권위는 인권단체를 정부사업의 수주단체 정도로 대하는 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이에 우리는 2009년 인권위 협력사업을 철회하고 인권위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한다. 우리는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인권위가 아닌 상황에선 더 이상 같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


2009년 7월 21일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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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에서 위와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런 성명서를 내야 한다는 것이, 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런 모든 상황이 뭐라 말로 할 수 없는 기분이다.


 

2009/07/21 22:59 2009/07/21 22:59

드디어 열번째의 퀴어문화축제가 끝이 났다.

10회라는 엄청난 사건에 기획단으로 함께 하지 못했던 서글픔(?)이 있었고,

지렁이 부스 준비라는 난관에 봉착했었지만, 뭐.... 퀴어문화축제는 또 성황리에 끝이 났다.

하나. 지렁이 부스는 작년보다 더 나았다. 아무래도 솜사탕과 손수건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을 해보긴 한다. 덕분에 예년같이 놀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다. (뭐, 그래도 공연은 거의 본 듯 하다)

둘. 우리의 행사들이 진행될때마다 눈물이 난다. 이렇게 신나서 환호하는 우리가 있음에 감동받고, 서로 지지해줄 수 있는 우리가 있음에 감동받고,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얼굴을 가려야만 하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에 서러워서... 퍼레이드를 하는 내내 눈물을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셋. M의 서포트로 스쿠터'님'을 '모시고' 종로까지 나올 수 있었다. 처음 멀리까지 몰아보는 125cc에 초 긴장했었지만, 집-종로, 종로-신촌, 신촌-종로, 종로-동대문, 동대문-종로, 종로-이태원, 이태원-집 이라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사고 한번 없이 신나게 질주했다. 다만, 남산1호터널에서 이태원가는 길을 헤메서 좀 머리가 아팠을 뿐?

넷. 사람들이 캔디는 퀴어문화축제에서 뭘 하냐고 곧잘 묻곤 한다. 최근 몇년간 알아온 이판 이외의 LGBT 친구들에게 난 그런 사람인가보다 라고 생각하면 또 혼자 배시시 웃었다.

다섯. 그래서 11회에는 꼭 기획단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절대 퀴어문화축제가 멈추거나 끝나서는 안된다고, 어떻게든 꼭꼭 즐겁게 내년에도 해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대들의 땀방울과 눈물방울의 가치는 우리 모두가 알고 공감하고 있을껍니다. 그리고 그 힘을 받아서 올해를 지내고, 또 내년을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06/15 06:21 2009/06/15 06:21

오늘 3xFTM의 공식 개봉이 있었다. 그리고 첫번째 GV.

걱정도 되고, 긴장도 되고.... 오만감정이 교차하던 그곳에서 기어코 큰 사고가 나고말았다.

어떤 %&*^*&^*@(#한 xx가 사진을 찍은 것. 어떤 좋은 말도 나올 수 없다.

결론만 말하자면 한시간이 넘는 실랑이 끝에 사진을 돌려받고 폐기시키긴 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몸떨림과 분노 그리고 공포.

처음부터 걱정했던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1년여간의 공동체 상영에서 아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기 때문인지 다들 방심했던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사건은 터졌고, 계속되는 공포는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내내 함께 할지도 모른다.

커밍아웃을 한다는것. 그리고 그것을 대 사회적으로 한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의미이다. 나를 드러내는 일이고, 나를 알리는 이 일이 결코 쉬운일일리가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의 용기에 지지를 보내고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가 없다. 그들은 과연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그 공포를 진정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 주인공은 "당신이 1초만에 찍은 사진 한장이 내 30여년의 인생을 무너뜨릴 수 있다", "내 인생을 걸고 찍은 다큐멘터리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 말이 그 사람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이것은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삶의 문제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긴장하고,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커밍아웃의 긍정적 효과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아웃팅의 공포는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다.

잊지 말아야 한다.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난.....

여전히 두렵다.

그리고, 오늘 사건을 계기로 더 많이 두려워질 것이다.
2009/06/06 02:05 2009/06/06 02:05

트랜스젠더 활동가라 나를 이야기 하면서,

지난 얼마간 동안 난 정말 많은 것을 잊고 살았나보다.

말로는 이런게 저런게 힘들고 이런게 저런게 불합리하고를 떠들면서도,

정작 나는, 그런걸 다 잊고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됐다. 그 속에 나오는 T-girl(그녀는 스스로를 Trans-Girl이라 부른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나한테 와서 박힌다.

그리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쳐왔던 나의 행동하나하나가 총알이 되어 날아온다.

감수성없는 사람 같으니.

안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가 있니..

늘, 좀 더 감수성을 가지고, 좀 더 예민해지고, 좀더 민감해지길 스스로에게 요구한다.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혹은 내가 상처받더라도 사람으로서, 나의 위치에서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몇가지가 있는 것이다.

잊지 말자.

난, 활동가이다.
2009/05/20 01:03 2009/05/20 01:03


오늘 아이다호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행사를 기념한 전세계 성소수자들의 영상 메시지입니다.
2009/05/17 22:08 2009/05/17 22:08

<성명서>

  노회찬은 100분 토론에서의 성전환자 왜곡 발언을 사과하라! 

지난 2009년 5월 15일 문화방송에서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서 한 시민 논객이 “진보에서 보수로 넘어가고 또 보수였던 분들이 진보로 넘어가게 된다면, 이런 것을 서로 비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모습들 속에서 보수와 진보가 서로 균형을 이루는 작업들을 하게 된다면 보수와 진보가 맨날 갈등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생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라는 질문을 하였고, 이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저는 국회 법사위 있을 때도, 성전환 하는 분들, 소수자들의 권리를 제가 옹호해온 사람인데, 국민 다수가 그렇게 성전환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라는 답변을 하였다.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이하 지렁이)는 노회찬 대표의 적절치 못한 비유와 성전환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곡해할 수 있는 답변에 깊은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노회찬 대표는 답변에서 말한 바와 같이, 지난 17대 국회 의정활동 당시 성전환자성별변경관련법제정을 위한 공동연대(이하 공동연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성전환자성별변경관련 특별법안을 발의하는 등, 활발한 친성소수자 입장을 수차례 표명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긴 시간동안의 연대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날 토론에서 노회찬 대표가 발언한 내용은 성소수자, 특히 성전환자에 대하여 그 동안 그가 정당의 정치적 입장 표명으로서가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현실적 상황에서 성전환자들의 삶에 대해 얼마만큼의 감수성을 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개인의 입장, 혹은 진보신당의 입장과는 별개로, 이러한 ‘국민 다수가 성전환 하는 것은 곤란’이라는 것은, 성전환/자를 희화화의 대상으로 사용한 것이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사용하였음이 너무도 명백하다.

우리는 노회찬 대표에게 다음의 두 가지 지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왜 국민 다수가 성전환을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는지, 그 이유를 묻고 싶다. 지렁이는 성전환의 수가 다수인지 소수인지에 따라 옳고 그름의 평가 기준을 달리하는 다수주의를 경계한다. 또한 지렁이는 사회의 경직된 사고가 사회적 다수 집단에서 배제된 소수를 비정상 혹은 문제적인 존재들로 낙인찍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 노회찬 대표가 곤란하다고 본 지점이 어떤 ‘다수’인지 알 수는 없으나, 어떠한 의미였다 하더라도 그의 발언은 성전환자를 억압하는 가치관과 유사하여 ‘곤란’하다.

  둘째, 진보/보수의 논쟁과 성전환자의 전환과정은 서로 비유가 될 수 없는 매우 다른 문제 이다. 성전환 과정은 정치적 이념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는 개인의 젠더 정체성과 관련 있는 문제이며, 또한 개인의 몸의 변화, 사회적 인정, 차별, 배제 등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성전환을 정치적 이념과 비유하여 사용한 것에 대하여 지렁이는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오는 5월 30은 제 10회 퀴어문화축제이다. 노회찬 대표는 작년 퀴어문화축제에서 지지발언을 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그때의 지지발언을 하던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길 바라며, 지렁이는 15일의 발언과 관련하여 진보신당과 노회찬 대표 개인의 성전환자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2009년 5월 17일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2009/05/17 20:34 2009/05/17 20:34

바이섹슈얼 바이섹슈얼 바이슈얼.

나와 평생을 함께 할 단어.

이 단어를 손에 쥐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고, 많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처음엔 그저 양성애자라는 타이틀을 당당하게 달고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좋았다. 그리고, 그런 나의 이론적 기반을 위해서 대학원에 들어왔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양성애자인 캔디는, 책만 쌓아놓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솔직히 불안하다.

단체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 했고, 논문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나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고, 내가 살아가는 이곳에서 내가 함께 할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야기 임에고 불구하고,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늘 모든 것들은 머리로는 받아들여지지만, 마음으로는 불안감에 떨기 마련이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이렇게 끊임없이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수 밖에 없다.

이젠 정말 힘을 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힘이 있는 이야기를 해 나가야 한다.

양성애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이 사회에서 양성애자로 커밍아웃 하는 것에 대해서, 혹은 성소수자 사회에서 양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2009/04/03 16:09 2009/04/03 16:09

연애를 하지 않은지 1년이 지났다.

연애를 하고 싶다는 두리뭉실한 망상은 있지만, 그와 더불어 연애를 할 수 없을것이라는 두려움만 더욱 커져간다.

일단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욕망이 지금은 더 큰 상태에서,

어떤 바이섹슈얼을 만나건 레즈비언을 만나건 나의 '상황'들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것은 압박으로 다가온다.

전에 연애를 했던 어떤 친구는 '왜 그런 운동을 해야 하느냐?'라고 물었었다.

트랜스젠더 운동을 하는 바이섹슈얼. 여자보다는 남자랑 연애를 한 기간이 더 길고,

그 외에도 내가 평생을 함께 가져갈 여러 인간관계들을 다 설명하고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다.

남자를 만난다면?

그 두려움은 배가 된다. 소위 말하는 '이판'에서,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의 연애를 지지해주겠지만, 이성연애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 스스로에게는 약점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게다가 앞의 저런 내용들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고 이전까지 내가 소망해왔던대로 같이 운동을 하는 곳에서 사람을 만난다는것은 점점 더 불가능해 보이며, 이전의 연애들을 돌이켜 봤을때 그것에 따르는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 또한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차라리 연애같은거 생각안하고, 혼자 즐겁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활동을 하는 것은 나에게는 과거이며 현재이며 또한 미래이다. 지금으로서는 되도록이면 오랜시간 계속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이 나의 욕망인데, 연애를 하면서, 남들이 하는 것과 같은 변변한 데이트도, 선물도 해주지 못할 내가 눈에 보인다.

게다가 대학원생. 과연 공부화 활동만으로도 버거워하는 내가 연애까지 할 수 있을까?

연애할 사람도 없으면서 맨날 이런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 어찌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거듭하면 할수록 누구에게든 선뜻 손내미는 것이 두려워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해질 뿐이다.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내가 그사람의 삶을 지지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듯이 그사람또한 그렇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봄은 다가오는데, 아직도 바람이 차다. 필시 이건 내 마음속에서 몰아치고 있는 바람들 때문일 것이다.

2009/02/25 00:18 2009/02/25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