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사랑한트랜스젠더.

(음음..사실 보다 좀 졸았다;;)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건 다른 것보다 스티브에서 그웬으로 이름을 바꾼 그녀에게 서운해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름-캔디-을 우리 엄마는 잘 모르고 있고 아마도 알게 된다면, 그리고 내가 집에서 쓰는 이름을 이제는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 엄마 또한 저렇게 서운해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몰려들어서 였을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긴하지만) 트랜스젠더에게 혈연가족의 인정과 지지는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혈연가족안에서 여성/남성으로 인정받고 지지를 받을때, 그들은 그들에 대해서 더 긍정을 느끼게 되는 듯 하다.

혈연가족의 의미는 그래서 더욱 큰 것이겠지.

사실 아직 혈연가족에게 내가 하는 일, 나의 모습을 알리지 않고 있는 나에게 이 영화는 조금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용기와 가족들의 점차적인 지지가 부럽기도 하면서, 과연 내가 혈연가족들에게 나는 바이섹슈얼이고 나는 지금 트랜스젠더활동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퀴어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을 하면 가족들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요즘은 조금 더 진지하게 상상을 해보곤 한다.

상상1. 어쩌다가 활동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 엄마가 본다. 서울로 올라온다. 끌려내려간다.
상상2. 바이섹슈얼이라고 혹은 여자애인이 있다고 말한다. 엄마가 쓰러진다. 동생이 설득을 해주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은 인연을 끊는다.
상상3. 논문이 나왔다. 주제는 바이섹슈얼. 엄마는 묻겠지. 왜 "그런걸" 주제로 썼냐고.. 나는 주절주절 할말을 생각하고 결국은 말도 안되는 설명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늘 부정적이다. 처음에는 엄마는 다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에 엄마랑 이야기 하다가 "여자애인 데리고 와도 놀라지마~~"라고 했더니 "그냥 혼자 살아"라는 말을 들은 후로는 엄마에게 아무 말도 못하게 되었다. 엄마에게 나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서 여성학을 공부하는 딸일 뿐이다.

여튼 이 다큐는 한번 더 보면서 생각을 해보고 싶게 한다.

나와 가족. 그리고 관계...
2008/04/14 01:51 2008/04/14 01:51

명예레즈비언. 2008-04-14 오전 12:28:49

요즘 한창 정체성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혹시 나는 "명예레즈비언"인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속해있는 세계에서, 내가 느끼기에) 레즈비언은 권력이다. 나도 사실은 레즈비언이고 싶을 때도 있고, 온전히 레즈비언의 세계에 속하고 싶기도 한거다.

그 생각이 유난히 더 많이 들어버린건, 오늘 남는 시간에 아트레온에서 하는 공연을 보면서 모 그룹의 기타치는 사람이(남성으로 보였다) 멋있다고 생각하면서였다. 그동안 언젠가를 기점으로 그다지 불특정 남자들에게 관심이 가지 않았던게 사실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남자 이야기는 잘 안하려고 했었는데.. 여튼. 오늘 본 기타놈은 수염이 부시시하게 길러서 나름 섹시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스스로 '어이! 정신차렷!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어버린거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저 사람이 섹시하다면서 킬킬댈 수 없어! (레즈비언)친구들은 털많은 남자가 좋아요~ 라고 한다면 이해하지 못한다구!!' 라는 내 멋대로의 결론을 내려버린거다.

나는 바이섹슈얼이라고 늘 떠들고 다니고, 나름 당당하게 말하려고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공유할 수 없고, 공감받을 수 없으면 대화를 할 수 없음을 두려워해서 어쩌면 난 레즈비언들보다 더 남성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스스로는 편협하지 않게 모든 성을 사랑해야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레즈비언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긍정하지만, 스스로 부정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바이섹슈얼이고 바이섹슈얼인게 좋지만, 레즈비언이 되고 싶기도 하다.

2008/04/14 00:25 2008/04/14 00:25

여성영화제 다큐멘터리 옥랑상 수상작 3 X FTM. 세명의 성전환 남성의 이야기.

저번에 가편집본을 보고 드디어 영화관에서 이 다큐를 보게 되었다.

처음본 그날과 마찮가지로, 기분은 많이 씁쓸하다. 생각도 삶도 다른 세명의 성전환 남성. 그리고 단 한편의 다큐멘터리로 보여지는 FTM들의 고민의 지점들. 성별정체성의 문제들. 그 다양함.

어떤이는 사람들에게 FTM의 존재가 있음을 알린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이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고민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처음 FTM의 존재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정말 많은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서부터 자신의 성별에 대한 고민의 지점까지. 어떠한 고민이라도 이 영화로부터 이 세사람의 모습으로 부터 시작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과 모습에 고스란히 투영이 된다면 좋겠다.

이 다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연봉 **만원에 나를 팔았어요" "나도 전세집을 갖고싶어요" 라고 말하던 한무지의 모습이다.
본인은 어떠한 심정으로 저 말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저부분에서 괜시리 서러움이 밀려와 왈칵 눈물을 쏟아버렸다. 한명의 FTM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자신을, 자신의 모습을 버리게 되기도 한다. 큰 꿈도 아닌 전세집에서 살고 싶지만, 삶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물론, 다른이들도 많은 이유들로 저러한 서러움을 겪을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난, 저 다큐를 보면 서럽다.

내 삶이 서럽고, 저들의 삶이 서럽다. 힘차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임을 알면서도 나는 또 서러워져버린다. 그래서 나에게 3 X FTM은 참.. 아프다.

2008/04/13 03:13 2008/04/13 03:13

 가끔 구경가는 사이트의 비밀게시판에 애인과의 결혼을 위해 성전환 수술을 결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을 읽으면서 기분이 씁쓸해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많은 FTM들이 자신이 남성임을 확인하고, 남성으로 인정받고 살아가기 위해서 호르몬을 결심하고 수술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그들이 얼마나 많은 갈등을 하고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호르몬 과정에서도, 수술과정에서도 얼마나 많은 부대낌을 겪는지 그녀는 알고 있는걸까?

한국에서 FTM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괴리를 주는지 그녀는 알고 있는걸까?

호르몬을 해 나가면서 겪는 신체의 변화와, 그 신체의 변화를 바라보고 느끼는 수많은 사회의 시선과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신분증 검사 한번에도, 화장실 가는것 한번에도 얼마나 많은 고민과 두려움을 안게 되는지 그녀는 알고 있는걸까?

"레즈비언이 결혼을 위해서 성전환 수술을 하는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에

"사회 견고히 박혀있는 성역할에 잘 적응할 수 있고, 그것과 상관없이 일할수 있는 직장과
돈, 건강 이 되면 하라그래..아, 시간도.."
"그건 FTM의 삶을 무시하는 발언이야."

라고 시니컬하게 내뱉던 FTM친구의 말처럼, 어쩌면 그녀는 FTM의 삶을 그저 남자로 살아가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방법의 하나로 정말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나는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당신은 수술을 해서는 안돼요." 라고 할 수 있는걸까?

그냥 단순하게 "성전환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정신과 상담을 해야 하고, 그 상담에서 FTM이라는 판정이 내려져야 호르몬을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상담과정에서 인정이 안된다면 호르몬도 수술도 못하실 수도 있어요" 라는 말이 아니고,

한국에서 FTM으로 산다는것이, 호적정정이 안된 신분증과 남성으로 패싱되는 외모때문에 정규직으로 취직을 못하고, 취직을 못해서 돈을 못벌고, 돈을 못벌어서 수술을 못하고... 수술을 못하니까 호적정정을 못하는...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는 그들의 삶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 해야 하는걸까.

만약 그녀가 돈도 시간도 많은 사람이라면, 그래요 수술해서 애인과 행복하게 사세요. 라고 말을 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수술을 해도, FTM같은 경우는 예후가 좋지 못하고, 일반 남성의 성기와 같지 않고, 아시다시피 섹스는 가능하더라도 임신은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하면서 말려야 하는걸까?


...........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결혼으로 서로의 사이를 인정받고 싶고, 사회적으로 그들의 관계를 인정받고 살아가고 싶어하는 그녀의 욕망이, 그리고 그런 방법이 과연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레즈비언 커플로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억압과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까지 바꾸겠다고 결심한 그녀에게, 그게 잘못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함께 나서서 제도를 바꿔보자고, 함께 싸우자고 할 수 있는걸까? 언제 바뀔지도 모르는 법안을  이야기하고, 어제 바뀔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인식이 그래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한걸까?

트랜스젠더운동을 하면서, 항상 고민이 되는 부분은 역시 레즈비언이다.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는지 안하는지에 따라서 나뉘어지는 부치와 FTM의 모호한 경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때문에 자신의 여성성을 인정하면서도 호르몬을 하고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FTM을 단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여성과 살기 위해 수술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에는 그렇게 수술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기 때문임을 난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욕망을 FTM의 욕망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남성이라는 성의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하는걸까. "나는 원래 남성이다"라고 말하는 그들과, "사회가 여성으로 살기에, 레즈비언 커플로 살기에 문제가 없었다면 나는 수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들이 다르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는걸까. 어느정도의 욕망을 가지고, 어느정도의 스스로의 인정기간을 가지고 있었어야지 "남성"으로 인정할 수 있는걸까. 그 기준은 누가 정하고, 누가 인정해야 하는걸까.


어떤 부분 "남성의 사회"인 한국 사회에서 "생존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방법들.

모든 성전환자들이 다 수술을 욕망하고, 호르몬을 욕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외관상 분명한 "남성"혹은 "여성"으로 보이지 않으면 눈총당하고, 끊임없는 질문에 시달리고,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한국 사회이다. 이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한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많은 이들은 호르몬을 하고 수술을 한다. 그들의 생존전략을,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는걸까.

다만, 한사람의 평범한 시민으로 살고 싶은,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그냥 남들처럼 동반자가 아프면 병원에서 당당하게 사인을 하고 싶은 그들의 욕망을.

그 작은 소망을, 나는 과연 당신은 "진정한" FTM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2008/03/24 02:37 2008/03/24 02:37

지렁이가 단체명을 바꾸게 되었다.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에서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기존의 회원단체가 아닌, 활동가 중심의 단체로 가겠다는 발표이며, 좀더 다양하고 확장된 활동을 하겠다는 우리의 의지이기도 할 것이다.

아직도 서툴게 걸어가고 있는 우리는 지렁이이다. 꿈틀거리면서, 빠르진 않지만 꾸물꾸물 끊임없이 기어가고 있는 우리는 지렁이이다.

지렁이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매김하면서 부터, 나는 조금씩 달라져왔다. 다시 한번 생각하고, 다시 한번 논의하고, 다시한번 되새기며 성소수자에 관하여 그리고 트랜스젠더에 관하여 고민하게 된다.활동가가 히어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활동가는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거 같아서, 전만큼 쉽사리 뭔가를 지르지는 못하겠다. (그렇다고 내가 안그러고 산다는건 아니다)

활동을 해나가는 것에, 그리고 조금씩이나마 우리의 말을 듣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우리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사람을 보고, 질문하는 사람을 맞이하는것에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단체뿐만 아니라, 활동의 상 뿐만 아니라, 지렁이 사람들에게도 점점 더 깊은 애정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캔디이지만, 또한 지렁이의 캔디이기도 하다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아직도 당사자가 아님에 고민하고, 생각이 부족함에 고민하지만, 그마만큼이나 지렁이에 대한, 이 활동에 대한 나의 애정이 있음에 전보다 조금은 더 안심을 하게 된다.

트랜스젠더, 인권, 인권활동, 활동단체, 트랜스젠더인권활동...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이름들 속에 내가 가야할 길 또한 숨어있을 것이다. 천천히, 조금씩 그렇게 바라보고 걸어가야 한다.

지쳐쓰러지는 일 따위는 이제 없고싶다.

2008/02/10 02:20 2008/02/10 02:20

동생이, 성소수자 운동은 너무 자기들만의 리그가 아니냐는 말을 했다.

딱, 일반 시민인 자신은 성소수자운동에 대해 들어보지도 뭘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차라리 미드나 영화 같은게 자신의 생각에 더 영향을 준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란다.

나의 지난 1년은 그럼 실패한것인가?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우리는 실패한 것인가?

그리고,

정말 우리는 대중을 바라보지 않는 우리들만의 운동을 하고 있는걸까? 그래서 일반 대중은 우리들의 운동에 관심이 없는걸까?

....

한숨만 나온다.
2008/01/21 03:00 2008/01/21 03:00

대학원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이후, 조금씩 더 나의 정체성등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보는 중이다.

나는 바이섹슈얼, 양성애자이다.

요즘들어 더 열심히 되뇌이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려고 하는 나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지렁이에 들어간 이후,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회의를 할 때마다, LGBT를 함께 이야기 하자는 자리에서 의도하지 않게빠지는 성전환자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성소수자 = 게이, 레즈비언이라는 사람들의 잊고 있음에 분노하기도 하고, LGBT에는 게이, 레즈비언 뿐 아니라 바이섹슈얼과 트랜스젠더/트랜스섹슈얼도 들어가는 것임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나의 목소리에는 내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성전환자는 이야기 했지만, 정작 나의 정체성인 바이섹슈얼에 대해서는 많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 바이섹슈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고 그 삶을 소위 말하는 일반들안에서가 아닌 LGBT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보면 큰 모험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바이는 언젠가는 떨어져나갈 사람으로 인식되고, 거부당하고 있는것이 엄연한 사실이기도 하니까.

여자친구들을 짝사랑하면서, 그리고 사귀면서 스스로를 레즈비언으로 설명해야 하는가 상당히 고민도 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보고 고민해 봐도, 나는 바이섹슈얼이었고, 계속 바이섹슈얼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사람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여자 만나면 그냥 레즈비언이라고 해도 되는거잖아"라는 류의 말조차 듣기가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건, 그냥 말하기만 편한거잖아. 그렇게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편해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음 한쪽 구석이 계속 서걱거릴게다.

바이섹슈얼로 살아감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머리가 복잡해진다. 레즈비언의 인권, 비혼으로 살아감, 게이로 살아가는것, 그리고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것에 대해서는 뭔가, 조금씩 그래도 감이 잡히는 것도 같은데, 양성애자로 살아감을 이야기 한다는건에 대해서는 도통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냥 내가 살아온것이 바이섹슈얼의 삶일텐데, 그것을 말로,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줄은 몰랐다. 이성애자로서의 삶에서 오는 고민과 동성애자의 삶에서 오는 고민을 모두 짊어진 채 살아가야하는 것. 이전의 누군가를 사랑했었던 나의 과거를 상대편이 불편해 할까봐 쉽사리 말하지 못하고 고민하는것 또한 바이섹슈얼의 삶인게 아닐까.

나도, 당당한 바이섹슈얼이고 싶다.

지난 10월 커밍아웃데이에서 "나는 바이섹슈얼이예요"라고 말했던 그때처럼, 모두에게 당당한 바이섹슈얼로 서고싶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내가 바이라고 말하는것이 조금 불편하다. 차라리 성소수자라는 단어 속에, LGBT라는 단어 속에 숨어서 아무것도 아닌척하며 사는것이 조금은 더 편한것만 같다. 레즈비언으로 패싱되는 지점에서는 그냥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가끔은 내가 바이섹슈얼이라는 이유로 불편해지는 지점들이 있으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바이섹슈얼로 살아가는것. 그리고 바이섹슈얼의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는것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인지. 올한해는 무엇보다 나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한해가 되어야 할 것같다.

당당한 바이섹슈얼 캔디를 위해.
2008/01/09 02:02 2008/01/09 02:02

전부터 이야기했던 교회앞에서 리플릿 나눠주기를 오늘 드디어 결행했다.

장소는 ㅇㄹ교회. 점심때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가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소수자도 하느님의 자녀입니다"등을 골자로 한 리플릿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사실, 다들 많이 긴장해있었다. 일단 "교회"니까.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그들의 보수적인 움직임을 몇달동안 꾸준히 보아왔으니까.

정말 한편으로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거기에 서있었던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 할테면 해봐라. 나는 너희들이 그렇게 더럽게 생각하는 성소수자다. 하지만, 너희 예수님은 분명 예수의 자녀인 성소수자를 사랑한다는 걸, 너희도 알아야 한다.

계속되는 실랑이

- 왜 이런걸 여기서 나눠줘요
- 돌로 쳐 죽이라고 성경에 써있어.
- 중고등부 이거 받지 마세요!
- 이단/ 여호와의 증인/통일교
-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나에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쏟아지는 경멸의 시선과 언어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얼굴이 굳는게 느껴졌다. 그래도, 그런 표정을 할 수는 없었다. 그냥 웃으면서 계속 리플릿을 나눠줬다. "동성애자들도 예수님의 자녀라는 것을 알리고 있어요" "모르시는 분들도 있어서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

 나는 당당하고, 나는 괜찮다는 것을, 무서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착해보여서였는지, 저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건지 나는 사실 별반 무슨 태클을 받지는 않았다. 리플릿을 뺏으려는 아주머니와 약-간의 실랑이가 있긴 했지만 그건 뭐-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

*라와 나**는 경비 아저씨한테 질질 끌려나왔다고 한다. 밀침을 당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촬영을 하던 카메라는 파손됐고, 실랑이 끝에 경찰서도 몇번을 왔다갔다 한건지...

사람들, 정말 무섭다. 조근조근 따지는 말에는 대답도 안하고, 그저 큰소리만 큰소리만 내는 사람들. 함께 있으니 힘이 난다는 걸까. 교회가 그들에게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렇게 맹목적이 될 수 있는걸까.

거기서 리플릿을 나눠준건, 어찌생각하면 정말 발악이다. 그렇게라도 해야, 그렇게라도 말해야 너희가 들을꺼잖아. 궁금해서라도 리플렛 한번 볼꺼잖아. 혹시 아니? 백명중에 한두명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지도 모르잖아. 너희들의 그런 태도에 우리도 놀라고 상처받았어. 아무리 어떤 자리에서 이야기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잖아. 그래서 직접 찾아간건데, 그것마저 싫다면... 어쩌라는거니?

교회 앞에 앉아서 단식투쟁하면서 백일기도라도 올릴까?

2007/12/25 23:26 2007/12/25 23:26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리본이 나왔어요!!! >ㅁ<
어찌나 깜찍하신지...하루하루가 피곤해도 나름 뿌듯하고 즐거운 일들로 가득한것만 같아요.
다같이 리본을 달고 우리의 의견을 "강.력.히" 피력해주세요~

다는 방법은 밑에 있어요

예전 안티 이랜드 리본 운동처럼,
각 단체 또는 개인 홈페이지, 블로그의 좌우 상단 구석에 배치할 수 있는 리본입니다.
해당 리본을 누르면 lgbtact.org 홈페이지로 넘어오게 되고요.

하지만 모든 홈페이지 또는 블로그에서 가능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스킨 또는 대문 페이지, 기본 레이아웃 소스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홈피에서만 가능할텐데요.
코드 삽입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블로그(스킨)나 홈페이지(메인/인덱스 페이지)에는  <head>뒤에,
단, 이글루스는 스킨바꾸기 소스편집에 들어가서 <div id=top> 뒤에 아래 코드를 삽입하시면 됩니다.


좌측형 리본 (기본형)
<a href="http://lgbtact.org/"><img src="http://kscrc.cdn1.cafe24.com/ribon_left.gif" style="border:0;position:absolute;top:0;left:0;" /></a>

우측형 리본 (기본형)
<a href="http://lgbtact.org/"><img src="http://kscrc.cdn1.cafe24.com/ribon_right.gif" style="border:0;position:absolute;top:0;right:0;" /></a>


자세한 내용 및 문의, 그리고 다양한 리본 선택에 관한 Tip은 다음 링크를 클릭하세요!

성소수자차별저지긴급행동 홈페이지 http://lgbtact.org/zbxe/11208




2007/11/16 17:06 2007/11/16 17:06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인시위가 벌써 1주일을 다 맞아간다.

처음에는 몇명이 신청안해서 걱정이 되던 1인시위가 오늘 아침 드디어 시간표를 꽉 채웠다.

긴급행동 활동가들로 시작된 1인시위는 며칠 지나지 않아 수많은 뭔가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의 참여로 꽉 채워졌다. 그뿐 아니라 다른 단체분들의 참여도 줄을 잇는다.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에 3차례 이어지는 1인시위는 사실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추위와 싸워야 하고, 사람들의 시선과 싸워야하고, 청와대는 심지어 따라들어가지도 못해 혼자 2시간여를 서있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시위자들의 표정은 즐겁기만하다.

누구하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당당하게 서있는 그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고 인식하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즐거워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앞으로 남은 3일도 그들의 당당함으로 즐거울 수 있는 1인시위이길 바란다.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이빠진 차별금지법은 더이상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차별조장법이다!

아래는 13일과 14일에 진행된 1인시위 영상속보.

2007/11/16 06:02 2007/11/16 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