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과 화합

KDLP 2007/04/16 17:30
언젠가부터 나에게 단결과 화합은 왠지 어색한 말이 되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저런 단어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며칠전에 당에서 대선 워크샵을 기획하면서 중앙당 당직자들을 대상으로한 대선준비 워크샵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대선 준비 워크샵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중앙당의 다른 사람들과 화합과 친목을 도모함도 포함이 된 자리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나는 그 자리가 영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더라는 것이다. 당에 들어온지 1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나는 여전히 "당"이라는 위치가 어색하고 "당직자"라는 직함이 불편하기만 하다.
워크샵에서는 그런 친목과 화합의 자리를 위해서 일종의 "체육대회"가 진행되었다. 물론 하는 내내 짜증이 나기만 했다면 그건 거짓일게다. 많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노는 자리. 그리고 불편해하던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은 분명 그 나름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생각한다. 하지만 하는 내내 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나는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였다. 이런 체육 행사 따위가 단결과 화합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물론 그 당장은 사람들이 함께 하겠지만 그 뿐 아닐까? 좀 더 친숙해지기는 하겠지만, 더 깊은 이야기들 더 본질적인 것들이 공유되지 않는 사람들끼리의 한마당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의문이 들었다.
내가 편협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주위의 사람들. 나와 말이 통하고 적어도 어느정도는 나를 이해한다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게 된다. 예전에는 그래도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면 내가 불편하더라도 다가가기를 주저하지 않았었는데, 요즘엔 필요하더라도 불편한 사람과는 함께 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점점 더 머리를 지배한다.

단결과 화합. 민주노동당이 하나되어 대선승리를 이끌어내자.

나도 물론 어느정도 당의 강령에 동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에 몸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럴땐 역시 내가 공부가 부족함을 탓해야 하는걸까. 아직도 나는 당에서는 너무도 어린 초짜이고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곧 대선이 다가온다. 모두가 대선에 집중을 하고 예민해지기 시작할것이다. 그렇게 부딛혀나가다 보면 뭔가 더 느끼고, 이 사람들과 더 마음으로 부대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냥 그렇게 생각해 버리게 된다. 그렇겠지.
2007/04/16 17:30 2007/04/16 17:30

위원회 위원한분과 위원장님과 청와대 앞으로 당대표님 지지방문을 다녀왔다.
FTA협상 저지를 위해 지난 8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계신 문성현 대표.

나이도 많으신 양반이 단식한다고 앉아계시는데 봄볕에 얼굴은 다 타가지고 벌써 까매지셨더라.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들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맘이 좀 복잡해졌다.

우리는 가서 그래도 시간 있으시면 보시라고 Is It a choice? 라는 동성애 관련 서적을 하나 건네 드렸다. 시간이 얼마나 있으실지 책이 눈에 들어올지는 모르겠으나, 한두장이라도 보시고 우리쪽 사안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람이 무언가의 이유를 가지고 단식을 시작한다는 것. 특히나 기한도 없는 단식에 돌입한다는 것을 볼때마다 가슴이 좀 답답해진다. 자신의 몸을 던져가며 운동을 하는 그 처절함에, 그렇게까지밖에 할 수 없음에 대한 답답함이랄까..

그 시간이 아까운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7/03/14 10:12 2007/03/14 10:12

당에 들어온 후에 이러저러한 행사들을 많이 거치게 된다. 한개의 행사를 거칠때 마다 느끼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 그리고 거기서 오는 행동의 차이이다.

 일단 12시 도착, 수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에서 우글거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놀랐다. 규모가 꽤 되는 행사인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의원의 수가 자그만치 1500명이 넘는다는것. 그리고 그중에 1000여명의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당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나타난다는 점이 놀라웠다.

 사전행사가 끝나고, 나는 간간히 일을 도우면서 당대회의 진행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상정된 안건은 총 10개.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의 신경이 집중된 것은 ‘당헌 부칙 제10조 (공직선거 후보선출 특례) 개정의 건’으로 소위 '개방형 경선제를 도입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이었다. 중앙위원회가 열린 후부터 저 사안에 관한 수많은 글들이 당 홈페이지를 뒤덮고, 우리 위원회와 관련된 붉은 이반과 붉은 일반에서도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조금이마나 저 개방형 경선제에 관해 이해를 하기 시작한 찰나였다. 사람들의 치열한 찬반논쟁과 질문들 속에서 사람들의 의견이 정리되어가고 투표를 시작했다. 나는 사찰을 맏고 있어서 대의원들의 표결 수를 세고 있었는데, 각 좌석마다 표의 숫자가 나올때마다 사람들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단상에서 발표를 하기 전에 이미 사람들은 표를 계산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복잡미묘한 표정들이라니.. 결국 저 안건은 부결되었고, 순간 대회장은 탄성과 탄식으로 뒤덮였다.

물론 어떤 안건이든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을 터였다. 중앙당 내에서도 수많은 정파가 있다고 하고, 그 수많은 정파와 개인의 이해관계안에서 당은 움직여가고 있다. 하지만 일상의 업무 안에서 그러한 고리들을 발견하기는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런데 이번 당대회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바라보는 관점, 지향하는 바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당직자로 일을 한다는것. 그중에서도 중앙당 당직자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점점 더 크게 느껴가고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누군가 나에게 했던 생각의 옮아감이라는 충고도 어떤 의미인지 십분 이해가 가고도 있다.

치열한 이해관계 안에서 나의 위치를 잡고, 나의 생각과 사상을 정립시켜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굳은 심지 안에서 움직이여야 한다는 점등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좀 더 알아야 한다. 좀 더 생각해야 한다. 내가 있는 판은 그냥 단순한 위원회의 업무만을 위한 활동의 판은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치열한 정치의 현장 속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안에서의 나는 이미 내가 원하는 나로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07/03/12 23:39 2007/03/12 23:39